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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전기인 이야기 - 10

[5. 세 번째 현장 이야기]

by 종구라기

5-3. 도박을 끊다


1995년 어느 주일.

내가 섬기던 교회의 목사님께서 설교 도중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말씀이 아닌, 울음으로 채워진 강단.

그 모습은 내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전주에 친구 목사의 권유로 예수 전도협회 집회에 참석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자신이 ‘여태 삯꾼 목사로 살았음을 깨달았다’라며 통회하고 회개하셨다고 고백하셨습니다.

그 후 목사님은 모든 교인에게 그 집회에 꼭 다녀오라고 권하셨습니다.

저도 처음엔 여러 핑계를 댔습니다.

“일이 바빠서요.”

“다음에 꼭 가겠습니다.”

그러나 목사님의 간절함 앞에 더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해 여름휴가를 이용해, 청주의 한 교회에서 열리는 예수 전도협회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 집회에서 나도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즐기던 훌라, 포커, 하이로 같은 도박을 끊기로 다짐을 했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휴가 중에 은혜를 받아서, 앞으로 도박을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의 문화로 보면 평범한 다짐일 수 있지만, 그 당시 분위기에서는 선배들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잠깐 욕도 먹었지만 결과적으로 죄악을 멀리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많이 생겼습니다.

보고 싶은 책도 읽게 되었고, 내면이 점점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은혜를 받으니 신앙생활이 즐거웠습니다.

그때부터 우리 가족은 매일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집 근처 ㅇㅇ 교회에서 새벽기도회를 드리고 아침 식사 후 출근했습니다.

딸아이는 겨우 한 살이었는데도 “새벽기도 가자” 하면 곧바로 일어났습니다.

아내는 둘째를 출산하기 직전이었지만,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함께 새벽에 교회로 향했습니다.

그 무렵, 현장에서는 물가연동제가 ‘품목 조정률’ 방식에서 ‘지수 조정률’ 방식으로 바뀌는 과도기였습니다.

지금은 물가연동제를 전문업체에 맡겨 시행하지만, 그 당시에는 현장대리인이 직접 물가연동제 작업을 하여 감독인 우리에게 제출하고, 우리는 그것을 검토하여 공사금액을 변경 처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어느 날, 전기 수급업체의 현장대리인이 새로 바뀐 지수 조정률 방식의 작업을 몰라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그때 선배 감독님이 제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심 감독, 시간 좀 있지? 수급업체 물가연동제 좀 도와줘.”

만약 예전처럼 도박에 시간을 쏟았다면 그 요청에 짜증부터 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은혜를 받으니 달랐습니다.

말씀으로 마음을 다스렸고, 시간도 여유로웠습니다.

그래서 아무 망설임 없이 손을 걷어붙였습니다. 수급업체의 물가연동 작업을 도우며, 작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은혜’는, 한 사람을 바꾸는 가장 조용하고 강력한 힘입니다.

그해 여름, 나는 도박을 끊었고, 새벽형 인간이 되었고, 동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작은 결심 하나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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