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제주 생활 이야기]
6-4. 첫 한라산 등반
제주에서의 생활은 새벽 4시경 시작되었습니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교회로 가서, 봉고차를 몰아 새벽 기도에 참여하시는 성도들을 집집마다 모시러 다녔습니다. 새벽예배와 기도를 마치고 나면 다시 그분들을 각자의 집으로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고, 차량을 교회에 주차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저녁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밤 10시 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단순하고 규칙적인 하루하루가 2년의 제주 생활 동안 반복되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시간은 단순한 ‘근무지에서의 일상’을 넘어 제 인생의 귀한 배움이 가득한 시기였습니다.
첫 번째는 1종 대형 운전면허 취득입니다.
교회 차량을 운전하면서 언젠가 은퇴 후에도 봉사를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자동차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그 당시 일기장을 보니 코스 연습은 몇 번 했지만, 주행 연습은 시험 당일에 딱 두 번 해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날 실제 시험에서 코스와 주행 모두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지금도 제 자신을 “운 좋은 사나이”라 부를 만큼, 정말 뜻밖의 합격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교회학교 유초등부 교사로 섬기게 된 일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내가 먼저 배우는 일이었습니다.
스스로 성경을 공부하고, 아이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당시 유초등부 전도사님께서는 교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매주 전화하고, 매월 편지를 쓰세요.”
그 권면을 저는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매일 기도하고, 매주 토요일엔 아이들에게 전화하고, 매월 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예배를 잘 빠지지 않았고, 신앙도 조금씩 자라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느새 아이들에게서 답장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한 아이는 시간이 흘러 전주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저는 그 결혼식에 직접 가서 축하를 전했습니다.
그때 받은 손편지들을 지금도 제 서랍 속에 소중히 간직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한라산 등반입니다.
당시 저는 제주시 건설회관에서 근무했고, 서귀포 쪽 업무 때문에 한라산을 차로 몇 번 넘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1997년 겨울, 한라산 자연휴식년제도로 한동안 폐쇄되었던 등반로가 눈꽃축제 기간(1997.1.19~2.9)에 잠시 개방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계 감독과 함께 성판악 코스로 진달래밭을 지나 백록담 정상에 올랐습니다.
한라산의 눈꽃 풍경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순백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순백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저 역시 더 좋은 장면을 담고 싶어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나려다 그만 눈 속으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깊이는 약 1미터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행히 구조되었지만, 만약 혼자였다면 큰일로 이어졌을지도 모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배운 건 단 하나였습니다.
“겨울 산행은 절대 혼자 하지 말 것.”
그날 이후 저는 동행의 소중함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제주는 제게 단순히 근무지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새벽 봉사로 시작된 하루,
뜻밖의 대형면허 합격,
아이들과의 교감,
그리고 눈꽃 속의 위험한 교훈.
그 모든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깊은 사람으로 성장시켜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