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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전기인 이야기 - 31

[10. 전주 생활 이야기]

by 종구라기

10-7. 지급자재 업무 개선이 필요한 단지사업부 근무


익산 인화 아파트, 전주 만성 아파트를 준공 및 입주를 시키고

이제는 익산 식품클러스터, 군산 신역세권, 전주 효천, 완주 삼봉 지구 같은

대단위 택지 개발 현장 업무를 담당하는 단지 사업부로 옮겼습니다.

이곳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뼈대를 세우는 곳입니다.

CCTV, 교통 신호등, 가로등, 공원 등, 그리고 정보통신망까지,

눈에 보이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도시의 기능들을

설계하고 시공하며, 그 과정을 지자체에 인계하는 ‘단지 사업부’에서

저는 전기 감독으로 일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었습니다.

4개 지구의 방대한 현황을 파악하는 데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지자체와의 협의는 수시로 이어졌습니다.

현장에서 쓰이는 지급 자재의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

조달청을 통해 규격별로 구입해야 했고,

등 기구, 등주, 점멸기 하나하나가 모두 공사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감독원의 하루는 대부분 ‘지급 자재’로 시작해서 ‘지급 자재’로 끝났습니다.

승강기처럼 민원과 직결되는 중요한 자재들도 많았고,

정해진 절차와 제도가 때로는 효율을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공공성이 중요한 만큼, 제도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급 자재는 단순한 ‘공급’이 아닌, 책임과 품질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변화의 필요성을, 저는 현장에서 매일 실감했습니다.


전주 효천지구에서 근무하던 때였습니다.

단지 사업부 전체가 안전사고 ‘무사고’ 목표를 달성했고,

그 공로로 우리 팀에도 사장 표창이 배정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소장님, 17년 후배인 토목 감독, 저, 이렇게 세 사람이 현장에서 함께 일했는데 소장님은 퇴직을 앞두고 계셨고, 토목 감독은 작년에 이미 표창을 받은 바 있었습니다.

두 분 모두 저에게 표창을 양보하셨습니다.

고마웠지만, 저는 그 표창을 또다시 토목 감독에게 양보했습니다.

저 역시 퇴직을 앞두고 있었고, 승진을 포기한 지 오래였기에

재직기간이 많이 남은 직원이 받는 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셋은 서로에게 표창을 양보했고

결국 토목 감독이 2년 연속으로 사장 표창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급 자재 하나에도 수많은 손이 닿아 있고,

표창 하나에도 수많은 양보와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현장의 소음과 민원, 절차와 회의, 그리고 양보와 감사 속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도시의 ‘빛’을 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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