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전기인 이야기 - 35

[12. 전주 생활 이야기]

by 종구라기

12-2. 아파트 총세대수가 17세대?


정읍시 시기동,

샘고을시장 인근에 작은 현장이 있었습니다.

대지면적 200평도 채 되는 않는 그 땅에,

우리는 도시재생 네트워크센터와 행복주택 17세대를 짓는 작은 복합건축물을 시공했습니다.

대지는 정읍시가 제공하고, 건설공사는 우리가 맡아,

1~2층은 정읍시에서 사용하는 도시재생센터,

3 ~ 8층은 주거용 아파트로 구성한 공공임대주택입니다.

17세대라고 하면 “이게 무슨 아파트냐"라고 묻는 이도 있지만

건축법상 5층 이상 공동주택은 명백한 아파트입니다.

공사비가 크지 않다 보니 지방 중소 건설사가 시공을 맡았습니다.

물론 중소업체라고 모두 열악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자금과 인력의 제약이 분명한 가운데 우수한 하도급업체나 자재 협력사 확보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면 공사 추진도 더디게 진행됩니다.

그 결과,

1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에만 1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이 건물은 정읍시와 우리 회사가 공동 사용 주체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 때문에 스프링클러 펌프 같은 소방설비를 각각 설치해야 했습니다.

규정상 ”각 주체별로 독립된 소방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고 하지만,

8층짜리 아파트 17세대 규모에서는 이것이 과도한 중복처럼 보였습니다.

전기요금 문제도 심각했습니다.

1층 도시재생센터(약 50평)만 해도 계약전력이 74kW였고,

이로 인해 매월 기본요금만 약 50만 원이 부과됐습니다.

아파트 공용부 역시 계약전력이 87kW, 기본요금만 60만 원 이상 부과됐습니다. 입주자 한 명당 매월 5만 원의 공용 전기요금이 부과되었습니다.

행복주택 월세가 10만 원 수준인데 공동 전기요금이 과다하여 입주자의 민원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물론 규정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규정이 너무 과도하게 적용되어 소규모 현장에 큰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현장을 경험할수록 이런 제도적 질문을 갖게 됩니다.

‘소규모 공공건축에는 차등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안전에 방해가 되지 않는 다면 소방설비 기준은 현장 실정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될 수는 없을까?’


현장의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예외 규정,

혹은 소규모 공공건축 가이드라인의 개선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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