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회에 나와 주택 건설 관련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첫 발령지는 고향 전주,
부모님 댁에서 출퇴근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결혼 후 2년간은 부모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다 정읍으로 인사발령이 나면서 처음으로 분가하게 되었습니다.
전셋집을 구해 아내, 아이들과 함께 정읍에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년 6개월 뒤, 갑작스러운 제주도 전출 발령이 났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살던 전셋집 계약 기간이 아직 남아 있었고, 후임 전세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먼저 제주로 떠났고, 아내와 아이들은 본가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부동산을 통해 사람들이 집을 보러 올 때마다 전주에서 아내가 올 수 없었기에, 우리는 옆집에 살던 지인에게 열쇠를 맡겼습니다. 이웃으로서 1년여를 함께하며 쌓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분은 바쁜 중에도 집을 보여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마침내 6개월이 지나 전세가 나갔습니다. 우리는 포장이사를 통해 제주로 향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옮겨 준다’는 포장이사의 말에 안심하고 모든 짐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제주의 새집에서 짐을 풀고 며칠 후 이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소중히 모아 온 기념우표 앨범 일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념우표 출시일마다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 줄을 서며 모았던 나의 작은 보물이었습니다.
당연히 '있는 그대로 옮겨준다'는 말을 믿었기에 설마 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우표 앨범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내 청소년기의 추억이 담긴, 십여 년의 시간을 품은 앨범이 사라졌습니다.
그 일은 내게 큰 충격이었지만, 동시에 몇 가지 교훈을 안겨주었습니다.
첫째, 귀중한 것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아무리 믿을 만한 서비스라도, 귀한 물건만큼은 내 손으로 챙겨야 합니다.
남이 아닌 내가 지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둘째, 소중한 것은 매일 확인하고 매일 사랑해야 한다.
우표를 잃고 나서야 그것이 내게 얼마나 특별한 존재였는지를 알았습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잃고 나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돌봐야 합니다.
셋째, 절도는 나쁜 짓이다.
남의 귀중한 것을 훔친다는 건 단순한 절도가 아니라, 그 사람의 시간과 정성, 기억과 추억까지도 앗아가는 행위입니다.
우표 앨범은 사라졌지만, 그 사건은 내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기 전에 지켜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종종 잊게 되는 진실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잃고 나서 후회하기 전에,
오늘 하루, 그것을 한번 꼭 안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