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설 명절 연휴.
지병으로 오랜 투병을 하시던 장인어른께서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유품을 정리하던 중,
한 번도 신지 않으신 구두 한 켤레가 눈에 띄었습니다.
광택이 번질번질한, 그야말로 ‘새 구두’였습니다.
장모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은 끝내 이걸 못 신고... 사위가 신게 되네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히 받아 들었습니다.
며칠 뒤, 낡은 내 구두를 버리고 그 새 구두를 신고 교회로 향했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뭔가 이상했습니다.
발바닥이 푹 꺼지는 듯한 감각.
멈춰서 확인해 보니, 구두 밑창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겉은 멀쩡한 ‘새 구두’였지만, 뒤 굽은 오래되어 부스러졌고 이미 제 기능을 잃고 있었습니다.
나는 결국 그 새 구두를 신지도 못한 채 쓰레기통에 넣어야 했습니다.
그 순간 문득 떠오른 말이 있었습니다,
“아끼면 똥 된다.”
사실 우리는 이런 물건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을까요?
‘언젠가 좋은 날에’ 쓰기 위해 곱게 싸두고, 감춰두고, 아껴두지만...
너무 오래 아껴두면 그 좋은 날은 오지 않고, 그 물건은 똥이 되어버립니다.
구두도 새것이 좋습니다.
옷도, 가전제품도, 아파트도 새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오래될수록 더 소중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
이 말이 요즘 들어 더 깊게 와닿습니다.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을 미루고, 만남을 미루다 보니
어느새 옛 친구들 얼굴 본 지 오래되었습니다.
망가진 ‘새 구두’가 옛 친구들을 소환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