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4. 잠 멍청이의 성장 일기)

by 종구라기

어린 시절,

나는 ‘잠 멍청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잠에 들면 도무지 깨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저녁에 아랫목에서 잤는데, 아침엔 윗목에서 깨어나곤 했습니다.

도대체 언제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모른 채, 밤새 온 방을 뒹굴며 잤던 기억이 납니다.

어른들은 우스갯소리로 말하셨습니다.

“얘는 걸레를 두르고 자면 방 청소 다 하겠다.”

그 말처럼 나는 정말 몸으로 온 방을 닦고 다닌 듯한 잠꾸러기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훈련소 생활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한 내무반에 여덟 명이 2층 침대를 배정받고 함께 생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나는 2층 침대를 배정받았습니다.

‘자다가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그 어떤 훈련보다 부담이 컸습니다.

취침 전에 나 자신에게 수없이 주문을 걸었습니다.

“얌전히 자자. 절대 굴러 떨어지지 말자.”

놀랍게도 그 자기 최면 덕분인지 훈련소 생활 내내 침대에서 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이게 군인정신인가? 나도 할 수 있구나.”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중년이 된 지금, 그때의 깊은 잠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습니다.

책임감, 나이, 세상살이의 걱정들.

그게 원인일까요?

이제는 잠을 자면서도 수시로 깨고, 마음 편히 눕는 일조차 드물어졌습니다.

그렇게 사람은 변합니다.

잠버릇도, 체력도, 삶의 방식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수천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사랑입니다.

그 사랑이 있었기에 안전하게 성장하여 지금 이렇게 서 있습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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