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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 (5. 옷장에서 시작된 나눔)

by 종구라기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하는 일 중 하나가 철 지난 옷은 박스에 넣고,

철이 다가오는 옷은 꺼내어 옷장에 다시 걸어두는 일입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정리’라기보다 작은 결심과 망설임의 대사(大事)처럼 느껴집니다.

입기에는 망설여지고, 버리기엔 아까운 옷들이 해마다 옷장과 박스를 오가며 자리를 차지합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최근 5년간 입지 않은 옷은 버려라.”

“한 벌 사면 한 벌은 버려라.”

말은 쉬워도 실천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저 역시 수년, 아니 십 년 넘게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 ‘버리지 못하는 성격’ 탓에

아직도 옷장 구석을 지키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내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아내는 옷장을 과감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성격이 바뀐 걸까요?

아닙니다.

성격이 아니라 생각이 바뀐 것입니다.

“입지는 않지만 아까워서 버리지 못했던 좋은 옷들을 필요한 이웃에게 나누자.”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옷장도 가벼워지고, 마음도 후련해지고, 이웃은 좋은 옷을 입을 수 있고…

그야말로 서로가 좋은 윈-윈 게임입니다.

‘버리기 아까운 불편한 마음’이 ‘나눔으로 인한 행복한 마음’으로 바뀌는 순간,

비로소 삶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따뜻해집니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싱싱한 과일과 그렇지 않은 과일이 있으면 무엇을 먼저 먹어야 할까요?”

아까운 마음에 싱싱하지 않은 과일부터 먹으면, 싱싱했던 과일도 싱싱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싱싱한 과일부터 먹으면, 그렇지 않은 과일은 버리게 될 수 있습니다.

과일들을 이웃과 함께 나눈다면,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베풀고 나누고 있나요?”

물건도, 마음도, 쥐고만 있으면 언젠가는 상하게 됩니다.

지금 내 옷장과 냉장고, 그리고 마음의 서랍에 이웃과 함께 나눌 물건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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