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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신앙(3. 꿀벌 꽁무니 빨아 보셨나요?)

by 종구라기

어린 시절, 단 것이 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시골 아이들에게 사탕이나 초콜릿은 꿈같은 존재였지요.
그 단맛에 대한 갈망은 꿀벌을 향한 호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고무신짝을 벗어 들고 조심조심 꽃에 앉아 있는 꿀벌에게 다가갔습니다.
고무신으로 꽃을 덮으면 대부분의 벌이 그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 뒤 고무신을 몇 바퀴 돌리고 땅에 툭 하고 내던지면, 벌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그때 날개를 살짝 잡고 손톱으로 꽁무니의 침을 빼냈습니다.
혹은 허리띠 안쪽의 거친 부분에 침을 뱉고 벌의 꽁무니를 갖다 대면, 벌이 침을 쏘아 자연스럽게 빠지기도 했습니다.

침을 제거한 뒤 벌의 꽁무니를 조심스레 입에 대고 쪽쪽 빨면,
입안 가득 퍼지는 단맛.
그것은 진짜 꿀맛이었습니다.


또 다른 기억.
골목이나 길가에 피어 있던 빨간 사르비아 꽃.
꽃잎 속 깊숙이 숨겨져 있는 꿀을 따 먹기 위해 친구들과 다투던 일도 떠오릅니다.
누가 먼저 사르비아를 발견하느냐가 승부였고, 그 작은 꽃 하나가 하루의 즐거움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꿀은 참 귀한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시편이 쓰였던 3,000년 전에는 오죽했을까요?
그 시절에도 사람들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
— 시편 119편 103절


몸에 좋은 꿀, 많이 드세요.
그리고 꿀보다 더 단 하나님의 말씀도 마음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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