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는 길목에서

사랑과 인정의 양날의 검

by 일비

어느 날 친한 동료에게 걸려 온 전화 한 통.


- 통화 가능?


대충 들어보니 자기를 지속적으로 깎아내리고

손민수 취급 한다는 선배가 있다고...흐어

벌써 감정이입이 되면서 한숨을 연거푸 뱉어냈고

미간에 생긴 주름을 손으로

꾸욱 눌러 경계를 폈다.


아아 지인들이 얼굴 좋아 보인댔는데. 주름 생기면 안 되는데 쩝.


- 근데 손민수가 뭐야?


손민수는 웹툰이자 드라마 '치즈 인더 트랩'에서 화제를 모았던 캐릭터인데 해당 드라마에서 손민수는 또다른 캐릭터 김설의 스타일이나 패션, 헤어 스타일 등을 따라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렇게 누군가를 따라하는 모습을 일컫어 "손민수 했다", "손민수 하자" 는 누구를 따라하는 표현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용되고 있음.


말도 안되는 이유로 본인을 따라한다고 선동을 한 듯 보였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사는 게 사람 아닌가...'


내가 다 불에 덴 듯 화끈거리는 얼굴을 식혀댔다.


지인과 통화를 하던 와중 문득 내가 겪었던 인물이 떠올랐다. 마치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어우러져 잊고 있던 감정의 파편들이 불쑥 떠올라 내 마음을 헤집었다. A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따뜻한 미소와 유머로 가득한 대화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가까워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A의 행동 속에 감춰진 불안과 욕망이 불현듯 드러나기 시작했다.


A 또한 비슷한 취향을 가진 누군가를 보며 “저 사람은 나를 따라 하고 있어”라고 말하곤 했다. 그 발언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 심리적 복잡성을 담고 있었다. A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타인의 행동이나 특징을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A는 본인만의 개성을 찾는 대신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규정짓고자 했다. 종종 자신의 개성과 독창성을 찾으려는 갈망을 품고 있으면서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신감이 결여되어 보였지만 이면에는 자신을 찾으려는 고독한 여정이겠거니 애써 흐릿하게 인식 할 뿐이었다.


A는 자신이 읽은 책을 자주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느낀 점들을 공유하고 성숙한 이미지를 드러내고자 했다. 그러나 그런 지적인 모습과는 달리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인사를 받지 않거나 미묘하게 소외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곤 했다. A의 행동을 관찰하며 나는 진정한 성숙함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 누군가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모든 사람은 사랑과 인정을 원한다. 그러나 그 욕구가 지나치면 우리는 타인에게 방어적인 벽을 쌓고 관계를 쉽게 단절하기도 한다. A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를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 했고 외적인 이미지에서도 A는 늘 귀여움과 순수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어쩌면 그것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A의 행동을 관찰하며 나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져야 했다. A가 추구하는건 뭘까? 그로 인해 마주하게 되는 고통은 무엇이었을까? 내 판단이 단면적이고 오만하게 뇌까리고 있는건 아닌지 과연 A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지 고민에 빠졌다. 나 또한 A와 같은 결핍을 품고 있을 테니까.


결국 A는 여전히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을 것이다. A를 통해 사랑과 인정의 갈망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보편적인 마음의 현상이며 우리는 모두 그 갈망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존재일것이다. 비록 그녀와 나의 사이는 한 페이지로 저물었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내 마음 깊숙이 새겨져 인간 존재의 복잡함과 나 자신에 대해 계속해서 난해한 물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에라이 모르겠다.

성찰과 반성을 추구하다 보면 '언젠가 진리의 모습이 어렴풋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바람으로

나를 이렇게 끊임없이 헤매게 만드는 결핍을 사랑하기로 했다.

계속해서 내 인생에 결핍이 사라지지 않길,

존재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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