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액을 맞으며 들어가는 의사

그리고 2,000 이라는 숫자

by 이지애 마리아

조무사 실습 첫날, 제가 본 것은 하얀 가운의 귄위가 아니라 "처절한 사투" 였습니다.


외과 집도의 선생님은 열이 펄펄 끓는 몸으로 본인 팔에 수액을 꽂고 계셨습니다. 동료 간호사들이 바쁜 와중에 돌아가며 그분을 살피더군요. 환자에게는 '밀가루 끊고 푹 쉬라' 고 권하면서, 정작 본인은 말라비틀어진 라면 부스러기로 끼니를 때우다 수액 줄을 뽑고 다시 수술실로 향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목격한 대한민국 필수의료의 민낯입니다.


그런데 들려온 뉴스는 '2,000명 기습 증원' 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수액 맞으며 버티는 의사들에게 필요한 건 10년 뒤의 숫자가 아니라, 지금 당장 숨 쉴 수 있는 환경입니다. 사명감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생명을 갈아 넣는 시스템을 방치한 채 숫자만 늘리는 것이 과연 정답입니까?


현장의 비명을 외면한 정책에 저는 경악하고 분노합니다. 의료진의 어깨 위 십자가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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