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이라는 이름의 폭력, 40년 만의 고백

1980년대 교실의 기록

by 이지애 마리아

왜 50세가 된 지금, 문득 40년 전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는지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을 한 후로 담임 선생님은 두 명씩 남학생과 여학생 짝꿍을 만들어 책걸상에 앉게 하였었다. 그런데 나와 짝꿍이 된 남학생은 엄청 짓궂고 잠시를 가만히 못 앉는 있을 정도로 부산스러웠었다.


수업 시간에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기 내가 반으로 선을 그었으니까 절대로 이 선을 넘어오면 뾰족한 연필로 찔러 버릴 거야." 그 앞에 앉아 있는 여학생한테 머리카락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며 '메롱' 약 오르지 '메롱' 거리면서 짓궂은 장난을 쳤다.


2학년과 3학년이 되었다. 어떤 남학생들은 쉬는 시간이 되면 어찌나 시끄럽게 떠들고 여학생들한테 짓궂은 장난과 괴롭힘을 가하던지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한테는 빗자루로 때리기도 하고 싫다고 강하게 반발해도 요지부동이었다.


4학년이 되었을 무렵, 수영장 체험견학 수업을 갔었다. 어떤 남학생 내 등 뒤로 살금살금 몰래 와서 수심이 깊은 물속에 빠뜨렸었다. 하마터면 물에 빠져 목숨을 잃을 뻔했던 적도 있었다.


그 당시 담임 선생님들은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았다. 피해당하는 여학생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짓궂은 장난과 괴롭히는 모습을 이야기하면 "얘, 저 아이가 너한테 엄청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널 좋아해서 그러는 것인지도 몰라." 집에서 부모님한테도 얘기했었다. 대수롭지 않게 원래 남자아이들은 그런 거야. 그 나이 때는 누구나 다 그래.


그 당시 어른들은 누구나 피해를 입은 학생의 마음을 전혀 공감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오늘 아주 오래된 서랍을 열기로 했다."


"50세가 넘어서야 알았다. 그때 내 머 러키락을 쥐어뜯고 빗자루로 내 몸을 치던 행위들이 사실은 '아이들 장난'이 아닌 명백한 '폭력'이었음을. 시대라는 방패 뒤에 숨어 유예되었던 그들의 잘못을, 이제 성숙한 어른이 된 내가 문장으로 단죄하려 한다. 이것은 누군가를 향한 뒤늦은 복수가 아니라, 홀로 떨고 있던 어린 나를 구출하기 위한 기록이다."


"그 서랍 가장 깊은 곳에는 40년 전 초등학교 4학년, 차가운 수영장 물 냄새가 배어 있다. 뒤에서 몰래 다가와 나를 밀치던 그 남학생의 손길과, 갑자기 코끝을 찌르던 물의 공포, 선생님께 도움을 청했지만 짝꿍을 바꾸는 임시방편 너머로 나를 비웃던 그 시선들까지. 이제는 '장난'이라는 가벼운 이름표를 떼어내고, 그날의 진실을 똑바로 마주해 보려 한다."


'장난'이라는 가면을 벗기며


"너희에게 묻는다. 사십 년 전, 빗자루를 휘두르고 수심 깊은 물속으로 나를 밀어 넣으며 깔깔대던 너희의 그 '장난'이 지금도 여전히 가벼운 추억인가? 너희가 무심히 던진 연필 그에 한 아이의 세계가 찔리고 있었음을, 그 차가운 물속에서 누군가는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었음을 이제는 직시하라. 너희가 잊었다고 해서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입을 열지 않았을 뿐이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진실


"너희도 이제는 누군가의 부모가 되었겠지. 만약 너희의 아이가 학교에서 똑같은 일을 당한다면, 너희는 감히 '애들 장난'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너희가 과거에 저지른 일들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되어 이 글 속에 영원히 박제될 것이다. 나는 오늘 너희에게 사과를 구걸하지 않는다. 다만 너희가 평생 마주해야 할 진실의 거울 앞에 너희를 세울 뿐이다."


"나는 이제는 너희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를 내 인생에서 완벽하게 '정리'한다."



가해들을 향한 마지막 선언


"너희는 내가 40년 동안 이 기억에 갇혀 울고 있었을 거라 생각했니? 아니, 나는 그 차가운 수영장 물속에서 스스로 헤엄쳐 나왔고, 너희가 휘두르던 빗자루보다 훨씬 단단한 팬을 쥐는 법을 배웠다.


너희가 내 책상에 그었던 그 무례한 선들을 나는 오늘 내 글쓰기로 깨끗이 지워버린다. 너희의 폭력은 나를 꺾지 못했고, 오히려 나를 타인의 아픔을 깊이 읽어내는 섬세한 어른으로 성장시켰다.


이제 너희의 '장난'은 나의 '기록' 앞에 무릎을 꿇어라. 나는 더 이상 너희를 두려워하던 그 꼬마 아이가 아니다. 나는 오늘, 내 인생의 가장 오래된 서랍에서 너희라는 오물을 완전히 비워내고, 그 자리에 나만의 향기로운 문장을 채워 넣는다. 잘 가라, 나의 유년을 괴롭혔던 비겁한 소년들아."


저처럼 수십 년 전에 동급생에 의해 짓궂은 장난으로 치부해 버린 괴롭힘(학교폭력)으로 인해 고통받는 중년의 어른들이 계신가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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