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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치혜 Sep 09. 2022

추석잡념

연휴 첫 날.

  친구의 인왕산 일출 사진에 무한자극받다. 서둘러 행장을 꾸려 관악산행. 1년도 더 지난듯.

  嵩山이라기엔 민망하지만 내게는 崇山淸空^^


  삼성산 능선으로 이르는 익숙한 길을 잃었다. 아무리 오랜만이라지만 민망. 제법 우거진 잔솔을 헤치고 좁은 길을 걸었다. 낑낑대며 오르다 마주친 반가운 밧줄. 살짝 마음에 안도가 온다. 딛고 오르니 시장기가 인다.

가방에 담아온 컵라면으로 점심. 식후 커피  한 잔 하는데 햇볕은 엄청 뜨겁다.


    내일이 추석이다. 밤새 달은 차올랐다. 기제사와 차례를 폐한지 십 수년. 기분 상 명절이 명절 같지 않다. 가족예배로  인사를 대신하지만 '조율이시' 진설하고 재배 반으로 인사를 드리는 것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나이롱 크리스챤의 딜레마.


  코로나로 인해 내일 가족예배는 줌으로 드리려한다. 엄마는 순조롭게 격리기간이 지난 듯 싶고, 며칠 더 남은 동생이 걱정.

  다 지나면 다같이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기로 했다. 나야 벌초로 성묘하고 마음 무거운 날에 한 번씩 휭하고 다녀오지만 엄마와 다른 식구들은 언제였는지 헤아리기도 만만치않다.


  '풍성하고 즐거운 추석 되세요' 라는, 복사하여 붙여넣은 인사가  카톡으로, 문자로 넘치고  나도 답장하지만 언제나처럼 마음으로 깊이 와닿지는 않는다. 우리는 모두 흔적을 남기는 데  분주한 것은 아니려나. 추석이 시작되었다.


  그나저나 풍성하고 즐거운 추석이 되라는데 어떻게하면 내가 '추석이 될 수' 있을까? 내가 돼야 할 것은 참 많기도 하다. 즐거운 명절, 좋은 날, 복된 주일, 행복한 새해, 기쁜 생일, 심지어 소중한 시간까지 되라는데 난 될 수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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