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분투 Nov 18. 2024

[업계] PF 구조개선방안의 영향

지난 11/14일, 정부에서 PF 구조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기본 방향은 제시했지만 구체적 시행방안은 내년 상반기까지 결정하도록 미뤄 놓으면서, '계획의 계획안' 느낌이라 다소 당황스럽기는 했다. 다만, 내년 상반기라는 타임라인을 정해주었으므로, 앞으로 세부 방안이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따라 부동산 금융업계에는 핵폭탄일수도, 국지적인 크레모아일수도 있어 보인다. 


[보도자료]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 수립 - PF 안정성을 높이고 주택공급은 활성화(금융위, 2024.11.14)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 주요내용 및 시사점(법무법인 세종, 2024.11.14)


가장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은 아래의 조치다. 개발사업의 자기자본비율에 따라 은행/보험/증권의 위험가중치/충당금을 차등화하고, 여신전문회사/상호금융/새마을금고에는 저축은행처럼 '자기자본비율 요건'을 도입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은행/보험/증권은 PF 시장의 큰 손이다. 토지담보대출을 제외하고 본PF와 브릿지론 175조원 중 은행/보험/증권이 67%를 차지한다. 특히 대형 개발건일수록 은행, 대형증권사, 보험사가 PF 대주단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위험가중치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PF 시장의 유동성이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자기자본비율을 '인센티브'로 운영할지 '인센티브 + 페널티'로 운영할지가 중요하다. 은행의 경우, 현재 PF 대출의 위험가중치는 150%로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대략 70%)이나 주택담보대출(30~40%)에 비해 상당히 높다. 은행에서는 상품별 한도를 정할때 명목 대출금액과 함께 위험가중치를 곱한 대출금액(RWA, 위험가중자산)을 적용한다. 위험가중치가 150%면 실제 대출금액이 100억원일 때 위험가중자산은 150억원으로 계산되므로 가중치가 높아질수록 대출을 취급하기 어려워진다. 만약, 금융당국에서 PF의 위험가중치를 150%를 상한으로 하고 자본비율이 높을수록 낮아지는 쪽으로 운영한다면, 은행/보험/증권의 PF 대출가능금액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자기자본비율이 낮은/높은 사업장에 각각 위험가중치를 할증(ex. 200%)/할인(ex. 100%)해 평균을 150%로 맞추게 된다면, 전체 대출가능금액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위험가중치가 낮은 자산으로의 쏠림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여전/상호금융/새마을금고에 적용되는 자기자본비율 요건을 얼마로 할지도 중요하다. 저축은행처럼 20%로 정할 경우 세 업권이 참여할 수 있는 PF 사업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이는 은행/보험/증권쪽으로 PF 대출수요가 더욱 쏠리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새마을금고는 부실문제 때문에 당분간 PF 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일부 상호금융이나 대형 캐피탈사는 여전히 PF 대출 시장에서 은행이나 보험만큼 큰 손이다. 이들의 참여가 어려워지면 금융주선을 담당하는 은행/증권사에서는 대주단 모집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어떤 개발사업에 자기자본규제를 적용할지도 이슈이다. 주택사업은 수요 저변이 넓어 PF 대출이 부실화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은 반면, PF 대출가 축소가 공급부족으로 이어지면 당장 주택가격이 불안해지며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에서 PF 보증, 분양보증 등 각종 보증상품을 운영하가고  있는 것도 생활필수시설이므로 공급 촉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업용부동산에  비해 개발규모가 커서 자기자본비율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사업시행자가 확보해야 하는 자기자본 규모가 부담스러울만큼 커질 수 있다. (5억원 주택 1천호를 개발할 때 사업비는 대략 4500억원 가량이므로, 20% 자기자본비율을 적용하면 시행사가 900억원을 조달해야 함)


최소한 택지개발지구, 정비사업, 공공기관 보증사업 등 미분양 가능성이 낮은 주택사업은 자기자본규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 적용하지 않을까 싶은데, 앞으로 정부 쪽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을 자세히 지켜봐야 할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시장]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의 교란 요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