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내가 전에 얘기했던 유튜버 있잖아... ”
남편이 나를 쳐다본다.
“저번에 내가 그 유튜버 레시피 보고 닭볶음탕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잖아”
그제야 남편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그 유튜브 구독자 수가 벌써 10만 명이 넘었어. 내가 처음에 봤을 땐 7~8천 명 정도였는데... 6~7개월 만에 그렇게 늘었더라고.”
남편이 감탄하며 말했다.
“와, 대단하네 개인이 7천 명도 힘든데 10만 명이라니..."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근데 나는 블로그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왜 방문자 수가 많지가 않을까?"
내 말을 듣자마자 남편이 웃으며 답한다.
“맨날 공자왈 맹자왈 같은 소리만 하니까 그렇지.”
그 말에 나도 웃음이 터졌다.
“예전에도 그러더니, 공자왈 맹자왈? 그게 무슨 말이야?” 하고 물어보니
“도덕 선생이나 하는 누구나 다 아는 옳은 말만 하니까 사람들이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거지.”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그저 내가 좋아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게 즐거웠는데, 이제는 방문자 수에 신경 쓰는 나 자신을 보니 조금 놀라웠다.
글을 쓰는 순간이 행복하고 즐거우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숫자에 집착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줄이야.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려볼까?'
브런치 스토리 앱을 설치하고 들어가니, 작가 신청을 해야 글을 발행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블로그는 누구나 바로 글을 발행할 수 있다.
고민 없이 바로 작가 신청을 했다. 월요일 오후, 알림이 왔다.
‘불합격’
신청하면 누구나 다 합격하는 줄 알았는데,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거였다. 혹시 내가 신청서를 너무 대충 작성해서 떨어졌나 싶어, 꼼꼼하게 작성해서 다시 신청했다. 이번에는 처음보다 신중하게 작성했고, 합격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불합격'.
블로그 검색을 해보았다. 한 번에 합격한 사람도 있었지만, 여러 번 지원해서 합격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글을 참조해 재신청 버튼을 클릭하고, 나를 잘 알릴 수 있도록 신청서를 다시 작성했다. 저장 글도 수정하고 체크한 후 신청서를 제출했다. 3번째 신청이니 '이번엔 되겠지' 하는 마음이 컸다.
합격을 기대하며 기다렸다. 연이어 불합격 메시지를 받으니 또 불합격이면 어쩌나 싶었다.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아...'불합격'
이건 뭐지? 갑자기 힘이 빠졌다.
‘무엇이 문제일까?’
작가소개 내용이 미흡한 걸까, 아니면 브런치스토리 활동 계획이 매력이 없는 걸까, 아니면 첨부한 저장 글의 문제였을까?
갱년기를 겪으며 여러 변화를 경험하고 깨달은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데, 브런치스토리에 들어가서 검색하니 갱년기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저장 글이 좋은 글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저장 글을 읽어본 지인들은 '길이감도 적당하고, 어려운 단어도 없이 담백하며 공감이 간다.'라고 칭찬해 주었는데, 혹시 인사치레였을까?
저장 글을 프린트해서 좀 더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지인에게 보여주었다.
글을 읽고 나서 지인이 말했다.
“있잖아, 글이 나쁘지는 않은데, 읽고 나서 글쓴이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야 하는데, 궁금하지 않네.”
다들 좋다고 했는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다고 한다.
덧붙어 말하길, “이 글은 공감을 나누기보다는, 뭔가를 가르치려는 느낌이 들어. 내가 너무 지적만 했나”
“아니에요, 괜찮아요. 누구도 그런 얘기를 해주지 않았거든요. 우리 남편만 내 글을 보고 ‘공자왈 맹자왈’이라고 했지.”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내가 쓴 글이 괜찮다고 생각하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자랑했지만, 누구에게 보여 주기에는 많이 부족한 글이었다는 사실을. 지인들의 칭찬도 단순한 인사였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좋아하고 뿌듯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글을 쓰고 나면 가끔 남편에게 먼저 보여주고 글에 대해 물어보곤 한다. 남편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며, 좋은 내용인 것 같지만 뭔가 마음에 와닿지 않고, 뭔가 뜬구름 잡는 내용 같다고 말했었다.
남편의 말을 잘 새겨 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바빴고, 글을 많이 올리는 거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이번 브런치 스토리 작가 신청을 계기로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에 신나 있었던 나는 잊고 있었다. 내가 글쓰기 초보자라는 사실을... 그동안 헛바람이 너무 크게 들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