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베트남 냐짱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행의 이유는 우리 딸 때문이다. 딸이 공부가 하기 싫고 재미없다고 하자, 남편이 해외여행을 제안했다. 지난 학기 다른 과목에서는 별 얘기 없던 딸이 유일하게 일본어 시험을 잘 봤다며 뿌듯해했다. 그래서 남편은 일본어 성적이 지난 학기보다 올라가면 해외여행을 가자고 약속을 한 것이다. 평소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했던 딸에게 동기를 주고, 어떻게든 공부를 하게 만들고 싶었다.
시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딸은 이미 여행 준비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엄마, 내가 일본어 시험은 잘 볼 것 같은데 결과가 나올 때는 예약하기 어렵잖아. 지금 예약해야 되는 거 아니야?"라며 일본어 시험은 잘 볼 수 있으니 지금 예약을 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얘기했다. 여행에 대한 관심만큼 공부에도 좀 흥미를 가지면 좋으련만, 여행에 더 관심이 많은 딸이다.
남편은 일본을 추천했지만, 딸은 일본보다 베트남 냐짱을 가고 싶다고 했다. 겨울이니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고, 베트남에서는 해산물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으며, 여행 경비도 많이 들지 않을 거라며 냐짱을 추천했다. 고등학생 딸과 여행을 가는 게 맞는지 며칠 고민했지만, 결국 가기로 결정했다.
"그래 떠나자."
여행을 통해 딸이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하길 바라며 딸이 원하는 대로 냐짱으로 떠나기로 했다. 딸이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제발 그 마음이 변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베트남 여행은 처음이다. 딸에게 왜 다낭이 아닌 냐짱이냐고 물었더니, 휴양 목적이라 냐짱이 더 좋다고 한다.
목적지는 냐짱으로 정해졌고, 이제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2019년에 하와이를 가이드책과 친한 K의 도움으로 자유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으로 하와이 여행을 길게(2주) 잡았던 것을 후회하기도 했지만, 여행 내내 즐거웠던 순간들이 많아 그 긴 시간이 짧게 느껴졌었다. 하와이에서의 좋은 경험으로 이번 냐짱 여행도 자유여행으로 가기로 했다.
갑자기 자유 여행으로 가려니, 항공권부터 숙소, 공항에서 숙소까지 어떻게 이동할 건지, 그리고 냐짱에서 할 일 등을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냥 여행사 패키지중 하나를 선택해서 편하게 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런데 남편과 딸은 자유여행으로 가고 싶단다. 그래서 예전 하와이 여행 준비 때 도움을 준 K에게 연락하니 K가 예전에 세운 베트남 여행 일정표를 보내주었다. 비록 호이안과 다낭 일정이었지만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K는 자유여행을 선호하는데, K의 응원에 힘입어 자유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냐짱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나트랑도깨비'와 '베나자' 카페에 가입했다.
항공권부터 알아보니 저가항공부터 대한항공까지 다양했다. 남편은 저가 항공을 이용하자고 하고, 딸은 대한항공을 타고 싶어 했다. 내가 여행계획을 짜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대한항공으로 결정했다. 나는 다른 소비에는 절약하는 편이지만 여행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비싸기는 하지만, 5년 만에 가는 해외여행이라 큰 고민 없이 예매했다. 다음 달 카드값이 많이 나오겠지만, 열심히 모으자.
이제는 숙소를 정해야 한다. 냐짱은 관광지답게 좋은 숙소가 많아 선택이 어려웠다. 냐짱 숙소 추천 리스트를 참고해서 공항 근처에서 묵을지, 시내에 머물지를 고민했다. 숙소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딸이 더 아남 리조트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에 묵고 싶단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우리 딸은 항공권 선택부터 숙소까지 이미 다 정해놨었구나 싶었다. 그래도 딸의 선택으로 더 아남 리조트로 정하니 속이 후련했다. 나도 휴식이 필요했다. 딸 말대로 휴양이 목적이니 더 아남 리조트도 좋아 보였다. 이틀 동안 숙소를 알아보는데 머리가 좀 복잡했지만, 덕분에 시간이 빨리 지나갔고 그 시간만큼은 몰입의 즐거움을 느꼈다.
항공권과 숙소를 모두 정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1월 초에 떠나는 여행이라 시간 여유가 있으니 천천히 나머지 여행 일정을 생각하면 된다.
냐짱 여행! 설렘이 가득하다.
내게 여행은 목적지가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과 그 과정에서 만들어가는 소중한 추억이다.
이번 여행이 우리 딸에게도 성장과 고민의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