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영어 학원까지 관뒀다.
다니기 싫다는 아이를 더는 설득하기 어려웠다. 이미 선생님과의 신뢰가 깨진 듯했다.
"그래, 너의 선택을 엄마는 존중한다. 하지만 그다음 대책은 있어야 해" 딸에게 말했다.
딸은 중간고사가 끝나면 친구들하고 함께 새 학원을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딸아이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과 생각들로 마음이 복잡한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마눌, 마눌 글을 보면 후회하는 글들이 많아. 그러니 시간이 지나서 또 후회하지 말고 00한테 잘해. 후회되는 행동 하지 말고... 어쩌겠어... 마눌이 몰라서 그러는데 00 엄청 착해. 마누라가 더 힘든 애들 못 봐서 그러지. 그래도 지가 하고 싶은 거 있으니 지켜봐야지..."
남편의 말을 들으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내가 또 후회할 짓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일을 나는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딸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 마음이 때로는 기대와 걱정으로 가득 찼다. 모든 부모 가 아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클 것이다.
어느 날 딸아이 성적으로 고민인 내게 딸이 말했다.
"엄마, 내가 잘 지내니 행복하지, 학교도 잘 다니고, 밥도 잘 먹지, 잠도 잘자지,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지, 또 똥도 잘 싸지. 안 그래 엄마?"
그런 딸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 고맙지, 근데 공부도 좀 신경 써서 해야지. 00야" 그랬더니 딸은 "엄마, 공부가 뭐가 그렇게 중요해. 내가 집에 와서 시무룩하게 있으면 좋아?"라고 한다.
그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행복해지는 최선의 길은 목표를 낮추는 것이라는 찰리멍거의 조언으로 딸아이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아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쉽지가 않았다. 주변에서 딸에 대해 물어보면 기대를 내려놨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딸에게 자꾸 요구를 하게 되고, 그 기대를 채우지 못할 때마다 잔소리를 하곤 했었다. 그렇게 잔소리를 하고 나면, 결국 나는 또 후회를 하고...
남편 말처럼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딸이 성인이 되었을 때 '그때 왜 그랬을까, 딸에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고 또 지난 시간을 후회하고 있을까 겁이 났다.
우리 딸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야 하는데...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딸이 꿈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해야 하는데...
가만히 지켜 봐주기로 다짐했음에도, 여전히 잔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만히 지켜보기가 왜 이렇게 어렵고 힘이 드는지...
정말이지 의식적으로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