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평소와 다르지 않게 눈을 떴다.
특별한 약속도, 계획도 없었다.
따뜻한 이불속에 조금 더 머물다 이불 밖으로 나왔다.
집안은 고요했고 평화로웠다. 그 고요함이 나에게 편안함을 준다.
우리 집 고양이 '갈로'가 나를 보며 아침 인사를 건네듯 울었다.
"냐옹~"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물이 끓는 동안 냉장고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깎아 먹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거실 벽에 비치는 아침 해를 바라보았다. 별다를 것 없는 반복되는 아침이지만, 요즘 그런 평범함이 참 편안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차를 다 마신 뒤,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그리고, 목욕 가방을 챙겨 우리 아파트 안에 있는 목욕탕으로 향했다. 주말마다 찾는 이곳은 내게 특별한 휴식의 공간이다.
3년 전 나에게 갱년기가 찾아왔다.
고통과 고달픔에만 집중하는 내게 갱년기가 찾아오면서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갱년기는 내게 변화의 시기였고, 그 덕분에 일상 속 즐거움을 새롭게 발견했다. 목욕탕에 가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예전에는 목욕탕 가는 게 귀찮았는데, 지금은 목욕탕 가는 길이 아주 즐겁고, 주말이 기다려진다. (주말에만 목욕탕을 open)
목욕탕에서 특히 나는 온탕과 사우나, 냉탕을 번갈아 이용하는 것을 무척 즐기고 좋아한다.
온탕에서 몸을 녹이고 사우나에서 땀을 빼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사우나실에 앉아 있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해결되지 않은 일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한다.
냉탕을 처음엔 이용하지 않았지만 냉탕의 매력에 빠지면서 이제 내가 즐겨 찾는 코스가 됐다. 처음엔 너무 차가워서 바로 나가고 싶었지만, 참다 보니 몸이 점점 적응하면서 시원함이 찾아왔다. 갱년기를 겪으면서 몸에 열이 많아지다 보니 냉탕에 들어갔다 나오면 아주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오늘도 사우나실에 앉아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들어오며 말했다.
"너무 좋다... 냉탕에 들어갔다 나오니....'
사우나를 얘기하는 줄 알았는데, 냉탕의 매력을 이야기하는 거였다.
나만 냉탕을 즐기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냉탕의 매력을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욕탕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몸도 마음도 개운하고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다.
특별할 것 없는 주말 아침, 평범함 일상 속에서 여유와 즐거움을 찾았다.
평화롭고 고요한 아침시간, 목욕탕에서 보내는 시간이 내 마음을 가볍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요즘 나는 일상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