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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반갑지 않다

by 하와이 앤

오늘 첫눈이 내렸다.

그것도 아주 많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어젯밤부터 눈소식에 들떠 있던 딸은 "눈이 많이 오면 좋겠다"며 첫눈을 기다리고 있었다.

딸은 아침에 나를 보자마자 물었다.


"엄마, 눈 내렸어?"


딸은 눈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이 설레고 기쁜 모양이다.

눈이 그렇게 좋을까... 나는 눈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딸이 들뜬 모습으로 눈을 기다리는 걸 보니, 우리 딸은 좋은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구나 싶어 그런 모습이 좋아 보였다.


내 고향은 강원도 태백이다.


겨울이면 추운 날씨는 물론이고 지겹도록 많은 눈이 내리곤 했다.

어릴 적엔 눈을 보며 즐길 여유가 없었다. 아침이면 밤새 쌓인 눈을 치우는 일이 먼저였다. 지금이야 집안에 모든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내가 어릴 적 살았던 집은 화장실이나 수도시설이 집 밖에 있어서 눈을 치우지 않으면 다니기가 어려웠다. 눈이 너무 많이 쌓이면 사람이 다닐 만큼만 대충 치우기도 했다.


눈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없어서인지, 눈은 내게 좋은 기억보다는 힘들었던 시간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눈이 계속 내리고 있다. 그만 좀 내렸으면 좋겠다. 조용히 소리도 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남편 생각이 났다.


눈이 내리면 내 마음은 설렘 대신 걱정으로 가득 찬다. 매일 운전해서 출근하는 나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남편이 걱정이 된다. 남편은 운전을 직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눈 오는 날이면 특히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오늘처럼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엔 남편이 무사히 집에 돌아올 때까지 마음을 졸이며 남편을 기다린다.


거실 소파에 앉아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너무 예쁘구나!


반갑지도 않은 눈이지만, 이렇게 창 너머로 바라보는 세상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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