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과 토마토

by 하와이 앤

어제 외삼촌이 돌아가셨다.


외삼촌은 작년 가을부터 요양병원에 계셨다.

지난주 외삼촌을 만나고 온 엄마는 외삼촌이 많이 야위었다는 이야기만 있었지,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기에 부고 소식은 갑작스러웠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오빠(외삼촌)가 이제 더는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갔다는 사촌 오빠의 전화를 받고, 엄마는 눈물이 고인 채로 서 있었다.


엄마가 지난주 외삼촌을 만나러 갔을 때, 너무 야윈 외삼촌을 보고 엄마는 "오빠 먹기 싫어도 많이 먹어" 했더니 외삼촌은 "음식이 맛있어야 많이 먹지, 나 언제 집에 데리고 갈 거야"라고 했다고 한다.

집에 가고 싶어 했던 외삼촌, 언제 집으로 데리고 갈 거냐고 했다는 외삼촌...

엄마는 외삼촌의 그 마지막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 아파하고 있다.


외삼촌이 내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멀리 가셨다.


우리 아버지처럼 술을 참 좋아하셨던 외삼촌...

그래도 항상 따듯하고 다정하셨던 분이셨다.


외삼촌을 생각하면 나는 토마토가 생각난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이면 경북 봉화 도촌리 외갓집에 놀러 가곤 했다.

외갓집 시골 풍경은 드라마 '전원일기'속 모습과 비슷했다. 요즘 TV에서 전원일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전원일기를 보고 있으면 그 시절 여름방학 외갓집에서 보냈던 시간이 생각이 나곤 한다.


어느 여름, 사촌들과 함께 토마토밭에서 토마토를 따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토마토 밭에 있던 토마토를 보고 토마토가 먹고 싶어 익지도 않은 토마토를 따서 먹었고, 덜 익은 토마토를 먹으니 맛이 없어 밭에 버리고 또 다른 걸 따서 먹고, 결국 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외삼촌이 열심히 농사지은 밭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니, 외삼촌이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술에 취한 외삼촌은 토마토를 한 소쿠리 가득 담아서 우리에게 "토마토 익지도 않은 거 따서 먹고, 밭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이것도 다 먹으라며" 덜 익은 토마토를 따서 먹고 밭을 엉망으로 만든 것에 어이없어하며, 큰 소리로 우리에게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우리는 많이 혼이 났고, 나 또한 외삼촌의 화난 모습을 처음 봤다. 토마토가 먹고 싶어 그땐 아무 생각 없이 그랬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철없던 행동이었다.

다음날 외숙모는 설탕을 뿌린 토마토를 주며 많이 먹으라며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셨던...

40년이 넘은 일이지만 그날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와 함께 오늘 외삼촌을 마지막으로 뵙고 왔다.

엄마는 내일 발인까지 보고 올라올 예정이다.


"외삼촌.... 우리 아버지 만났지요?

우리 아버지 꼭 안아주세요...

그리고 그곳에서는 술 많이 드시지 마시고, 우리 아버지와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외삼촌의 영혼이 그곳에서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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