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이팝나무 꽃으로 하얗게 물들었다.
지난달, 벚꽃이 세상을 분홍빛으로 물들게 하더니, 이제는 이팝나무 꽃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활짝 핀 벚꽃잎의 연한 분홍빛은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자연은 활짝 핀 벚꽃을 오래 머물게 두지 않았다.
어김없이 비바람이 불어와 벚꽃 잎을 떨어뜨렸다. 신기하게도, 벚꽃이 만개할 즈음이면 비바람이 불어온다는 사실이다. 비바람에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며 자연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보다는 좀 더 오래 볼 수 있게끔 해주지 않는 자연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벚꽃이 세상 속으로 사라지는 아쉬움이 컸기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꽃잎을 눈에 많이 담으려 했다.
결국 벚꽃 잎은 모두 지고, 분홍빛 세상은 초록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즈음 마음 한구석에 벚꽃에 대한 그리움이 피어났다. 그때 자연은 이팝나무 꽃을 활짝 피워 온통 세상을 하얗게 물들였다. 벚꽃에 대한 그리움을 잊게 할 만큼, 이팝나무의 흰 꽃들은 풍성하고 아름답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작년에도 이팝나무 꽃이 활짝 피었을 텐데, 왜 몰랐을까?
벚꽃이 피고 진 뒤, 이팝나무 꽃이 세상을 하얗게 물들게 한다는 사실을.
책을 읽고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세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날마다 자연을 접하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이 나의 일상과 함께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아름다움을 날마다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느끼고 있다.
하나의 꽃, 하나의 색만이 아닌 여러 꽃, 여러 색으로 세상을 물들이는 자연.
비바람으로 벚꽃 잎을 떨어뜨리고, 이팝나무 꽃으로 벚꽃잎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는 자연.
이제야 자연의 섭리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고, 그 안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려 한다.
이팝나무 꽃이 지고 난 뒤, 세상은 또 어떤 색으로 물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