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바닥을 청소하다 든 생각

by 하와이 앤

머리를 감다 말고 더러워진 욕실 바닥 타일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 닦는 솔을 집어 들고 타일 사이사이를 쓱쓱 문지르며 닦았다. 평소에도 욕실 청소를 신경 써서 하지만 타일과 타일 사이 줄눈에 낀 물때는 좀처럼 잘 닦이지 않는다. 한 번씩 락스를 사용해 닦아줘야 줄눈이 본래의 하얀색으로 드러나게 되고, 그 순간 내 마음도 함께 환해진다.


예전에 셀프로 욕실 줄눈 시공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엔 은색 줄눈이 반짝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군데군데 떨어지고 그 아래 하얀색 줄눈이 드러났다. 물때도 더 쉽게 끼었다. 열심히 닦아도 물때를 완전히 없애는 건 힘들다 보니, 점점 줄눈에 묻은 물때를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됐다. 그러다 보니 욕실 청소도 미루게 되고, 줄눈은 점점 더 쉽게 물때가 끼어 누렇게 변해갔다.


욕실 바닥 청소를 며칠 미뤘던 어느 날.

머리를 감다 말고 욕실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줄눈이 누렇게 변해있었다.

당장 솔을 들고 박박 문질렀고, 결국 욕실 대청소까지 하게 됐다.

그렇게 청소를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욕실 바닥 청소도 내가 신경 써서 닦지 않으면 금세 더러워지고 청소하기 더 힘들어지는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욕실 청소뿐만 아니라 내가 일상에서 의식적으로 신경 써서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기, 웃는 표정 짓기, 화가 나도 큰소리로 말하지 않기, 타인을 쉽게 판단하지 않기, 감정에 흔들리지 않기, 글쓰기, 절약하기, 일상에서 기쁨 찾기, 걷기, 바라지 않기...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쉽게 흐트러진다.


욕실 청소도 신경 써서 하지 않으면 금세 더러워지듯, 내 삶도 신경 써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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