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by 하와이 앤

비 오는 날이면 늘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자주 해주셨고 나도 만들어 먹었던 음식. 그 시절 우리 집은 먹고살기 빠듯해서 질리도록 자주 먹었다. 질리도록 자주 먹었기에 생각이 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때 그 시절 옥수수를 많이 먹고 자라 지금 내가 옥수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듯이 말이다. 하지만, 종종 그때 먹었던 음식의 맛이 생각이 나곤 한다. 특히,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엔 더더욱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수제비'


감자 수제비, 김치 수제비, 바지락 수제비, 낙지 수제비 등등.

요즘엔 수제비 종류도 참 다양하다. 어린 시절 내가 먹었던 건 신김치 수제비와 감자 수제비였다.

내가 자랐던 강원도 태백에서는 해산물을 넣고 수제비를 해 먹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그땐 늘 신김치 아니면 감자 수제비였다. 그렇게 자주 만들어 먹었지만 난 수제비가 좋았다. 얇게 떼어낸 수제비를 최고로 좋아했다. 신김치 수제비가 좋다, 감자수제비가 좋다가 아니라.

자주 수제비를 해 먹다 보니 좀 다르게 먹기 위해 가끔은 떡국 모양처럼 만들어 먹기도 했고, 수제비를 간장에 찍어 먹기도 했다. 엄마가 만들어 준 간장 양념이 꽤 맛있었다.


가끔 어린 시절 먹었던 수제비가 생각날 때가 있다. 그럴 땐 난 직접 만들어 먹는다. 특히, 반죽에 신경을 쓴다. 너무 두꺼우면 밀가루 맛이 많이 나서 수제비 본연의 맛을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편하게 마트에서 파는 수제비를 사용해도 되지만, 그 시절 내가 먹었던 그 수제비의 맛을 느끼기 위해 손으로 직접 반죽을 한다.


오늘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 내리는 풍경과 빗소리를 들으니 '수제비' 생각이 났다.

저녁 메뉴로 '감자 수제비'를 하기로 정했다.

밀가루 반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밀가루를 꺼내 반죽부터 시작했다. 손으로 여러 번 치대어 반죽을 한 뒤 랩에 싸두었다. 멸치와 새우로 육수를 내고 감자를 썰어 넣고, 얇게 떼어낸 반죽을 하나하나 넣어 한소끔 끓였다.


집 안에 수제비의 향기가 퍼졌다. 그 시절 그 향기였다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었다. 그 시절의 맛이었다.


그 시절 추억의 냄새가 났고,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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