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엄마로 산다는 건, 여러 감정에 휘둘리며 마음이 파도처럼 출렁거린다.
딸의 진로가 정해졌기에 마음이 놓여 괜찮은 줄 알았지만, 난 괜찮지가 않았다.
크게 걱정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난 걱정을 불러오고 있었다.
일요일 아침. 9시
알람소리에 일어나지 않고 자고 있는 딸을 보며 불편한 감정이 내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다.
10분의 시간이 지났고 알람이 다시 울기 시작했다. 알람소리가 멈췄다. 나는 딸이 "엄마"하며 걸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딸은 여전히 잠에 빠져 있었다.
마음이 심란했다. 그 순간, '일어나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말고 실컷 자게 내버려 둘까, 아님 깨울까?' 머릿속에서 고민이 시작됐다.
딸의 늦잠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미 흔들린 마음은 평온함을 잃었고, 그동안 꾹 눌러두었던 감정들이 아지랑이처럼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냥 지켜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내 마음과 머릿속이 이러하니 갑자기 집이 지저분해 보였다.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빗자루로 집 안 먼지를 청소하는 중 또다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알람이 멈췄다. 이젠 딸이 잠에서 깨려나 했지만 딸은 알람소리와 상관없이 계속 자고 있었다. 자고 있는 딸을 보니 큰 한숨이 나왔다.
순간 더 이상 딸을 지켜보지 못하고 딸을 깨웠다.
9시 50분!
깨우는 나도 엄마에 의해 일어난 딸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딸은 다음엔 잘 일어나겠다며 목욕가방을 챙겨 들고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마음이 언짢은 나는 소파에 앉아 있으려니 여러 생각으로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들었다. 책을 펴도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문을 열고 점심 준비 재료를 꺼내 몸을 바쁘게 움직였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였다.
점심으로 제육볶음과 부추전을 만들었다. 상추가 없어 남편이랑 함께 로컬푸드로 가기 위해 집에서 나왔다. 남편이 집안 공기와 나의 표정에서 내 마음을 읽었는지, 엘리베이터를 타자 남편이 나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마눌, 화이링"
남편의 이 한마디에 난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로컬푸드에서 고구마순도 사가지고 왔다. 고구마순 반찬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단순 작업을 하고 싶었다. 고구마순 껍질을 벗기는데 1시간이 좀 넘게 걸렸다.
남편의 응원 덕분인지, 단순한 손일 때문인지 흔들렸던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으니.
그렇게 오늘이라는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