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나

by 하와이 앤


양치질을 하다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여기저기 희끗희끗 모습을 드러내는 흰 머리카락들.

난 머리 염색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단지 귀찮아서이다. 주기적으로 염색을 하러 가는 게 귀찮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염색된 검은 머리카락에 익숙해지면 조금이라도 올라온 흰 머리카락이 더 눈에 거슬릴 것 같아서다.


자연스럽게 흰 머리카락을 바라보려 하지만, 어떤 날은 유독 보기 싫어 뽑아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그럴 땐 쪽집게를 찾아 유난희 신경 쓰이는 것들만 골라 하나하나씩 뽑는다.

계속 그렇게 뽑다 보면 혹시 탈모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보기 싫은 흰 머리카락만 쪽쪽 뽑아낸다.

'쪽집게'란 이름이 이렇게 찰떡일 수 없다.


얼굴 곳곳에 생긴 깊고 얕은 주름들.

특히, 깊게 파인 팔자 주름을 보면 나이 듦이 또렷이 느껴진다.

그 주름들은 내가 걸어온 시간을 말해주는 것 같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듯하다.


그 주름들 덕분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변화를 꿈꾸게 되었다.


2년 전쯤, 미간 주름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나는 전혀 언짢거나 화가 나 있지 않은데 갑자기 딸이 엄마 왜 이렇게 인상을 쓰며 텔레비전을 보느냐는 말에 깜짝 놀랐다. 한참을 고민하다 피부과를 찾았고, 상담 끝에 미간 보톡스를 맞았다.


처음엔 주사가 무섭고 낯설어서 의사 선생님께 '처음이에요'라고 여러 번 강조했었다.

하지만 역시 처음이 두렵고 어렵지, 그다음은 생각보다 별일 아니었다. 그 뒤로는 일 년에 두 번 정도 피부과를 찾아 미간 보톡스를 맞고 있다. 염색처럼 이것도 꽤 귀찮고 번거롭긴 하지만, 사회생활 중 불필요한 오해를 사느니, 시간을 내서 맞고 있다.


언젠가는 의료 시술의 도움 없이, 웃음과 여유, 평온함으로 다정한 얼굴을 지닐 수 있기를 바란다.


몸 여기저기 붙여 있는 군살들.

평소 운동하고는 친하게 지내지 않았기에, 세월과 함께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갱년기 이후로 체중은 더 늘었고, 뱃살은 볼 때마다 심란해진다.


그럴 때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보지만, 며칠 하다 말고 다시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오곤 한다. 나는 앉아서 지내는 삶을 오랫동안 즐겨왔기 때문에 다시 제자리로 쉽게 돌아온다.


요즘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좀 더 오래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래서 운동과 조금 친해지려 애쓰는 중이다.


이렇게 거울 속 내 모습을 들여다보며 깨닫는다.

사춘기 때 찾아온 몸의 변화를 긍정적이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 듯, 지금의 변화도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려 한다.

하지만, 더 나은 삶과 나를 위해, 건강을 위해 좀 더 신경 쓰고 돌보려 한다.


건강하고 곱게 나이 들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거울을 마주했을 때, 내가 바랐던 나와 마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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