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지난 9월, 딸아이의 입시 접수를 시작으로 나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난 괜찮은 줄 알았는데 괜찮지가 않았다.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바람인 줄 알았는데, 강하고 세찬 바람이었다. 바람이 나를 흔들었고, 나의 삶은 무거워졌다. 무거운 삶을 견뎌내기 위해 난, 그동안 했던 일들을 멈추었다. 무거움에 짓눌러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무기력했다.
그동안 해 왔던 것을 하기 싫어졌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입시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다.
기다리고, 기대하고, 또 기다리고, 또 기대했다.
기대하는 즐거움도 잠시 있었다. 아주 잠시만 있었다.
기대하는 즐거움에 빠져 행복한 꿈을 꾸었지만, 기대하는 즐거움은 없었다. 현실은 냉정했다.
좋지 않은 결과를 접할 때마다, 점점 희망은 사라지고 간절한 소원이 됐다.
수시 입시가 모두 끝났고, 딸아이 말대로 그중 하나는 합격했다.
긴 시간이 지나갔다.
긴 터널을 지난 느낌이었다.
모든 일정이 끝났는데, 나는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유튜브를 보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나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변화를 꿈꾸었던 나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보였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것인지.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나는 고인 물처럼 갇혀 흐르지도 않고 멈춰 있었다.
겨울잠을 너무 오래 자고 있음을 그제야 알았다.
이제 깨어나려고 한다.
다시 나를 위해 움직여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