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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숙 May 13. 2022

스마트폰 중독 치료제

고통이라는 약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11년이 되었다. 만 24에 이미 수천 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를 만든 그가 세상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코카콜라와의 경쟁에서 이긴 펩시콜라 사장 존 스컬리 John Sculley를 애플에 영입하면서 스티브 잡스는 평생을 설탕물을 팔 거냐, 아니면 나와 함께 세상을 바꿀 거냐고 묻는다.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스티브 잡스 사후 11년 후 문자 그대로 이루어진 세계는 우리 아이들의 내면세계에 펼쳐져 있다.


  새로 과외수업을 시작하는 3명의 중 1 여학생들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적어보라고 했다.     


1.언제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나요?

2.사교육 받는 과목은?

3. 가장 좋아하는 활동이나 취미는?     


  영어는 보통 유치원 때부터 시작했다고 사교육은 국어 영어 수학 수업을 받고 있었다. 좋아하는 활동을 모두 스마트폰과 놀기다. 스마트폰과 놀기는 게임하기, 유튜브 영상보기, 인스타, 트위터, 페이스북, 틱톡등의 SNS활동을 말한다. 유치원 때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했으니 영어공부는 8년 차 되신 분들이다. 이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 고등학교 가서 100명 정도 학생이 있다면 몇 등 정도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25등이나 30등이라고 한다. 내가 그걸 등급으로 매기면 4등급이고 서울에 있는 대학은 가기 힘들다고 하니 아이들에게 크게 놀라움과 실망감이 교차했다. 초등학생 때 상위 30%는 우수한 학생이지만 고등학교 때 상위 30%는 우수한 학생이라 말하기 힘든 이 변화를 어린 영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스마트폰 많이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없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청소년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가장 친한 친구, 장난감, 업무 도구, 영혼의 안식처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중학생이 되면 하루에 한 개 정도의 과외수업이 있다. 하교하고 나서 좀 쉬다가 사교육을 받고 집에 와서 학교 숙제 과외 숙제를 하면 밤 9시 10시가 되고 그때부터 스마트폰을 붙잡고 놀다가 잠이 든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활동을 하면 좋겠는데 이미 디지털 원주민인 아이들에게 독서를 한다는 것은 활자를 읽어야 하는 고통이고, 멍하니 상상을 하며 백일몽을 꾸는 것은 가지고 놀 장난감이 없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태어나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디지털 원주민들은 전자기기와 분리되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딸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 팬픽에 빠져서 화장실에 들어가면 몇 시간씩 나오지 않고 숨어서 읽거나 밤잠도 안 자고 읽어서 걱정하고 있을 때였다. 교회 수련회에서 정신과 의사였던 집사님이 부모들과 중독에 대해 토의를 하던 중에 중독은 좀 더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 될 수 있지만, 완전히 없애 버릴 수는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은 충격적인 말이었다. 팬픽에 대한 중독증상을 무엇으로 전환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이 되고 고등학교 입시에 대한 부담이 생기면서 좀 공부를 하면서 팬픽 중독증상이 완화되었다. 관심사가 팬픽에서 입시로 전환되면서 다행히 화장실이나 자기 방문 뒤에 숨어서 팬팩 읽는 일은 사라졌다. 그 후 딸아이는 고3 때 웹툰에 빠져서 헤매다가 성적이 떨어졌다. 중독을 갈아타긴 했는데 여전히 부정적인 행동으로 바뀐 것뿐이었다.     


박노해 시인도 <걷는 독서>라는 잠언집에서 이렇게 말했다.

욕망은 절제될 수 없다. 더 높은 차원에서 전환될 수 있을 뿐이다.     


  가정에서 아이들과 스마트폰이나 다른 전자기기 때문에 불화가 없는 집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중학교를 졸업한 지 한 10년 된 나의 딸 세대는 중학교에 들어서서 스마트폰을 소유했고 그나마도 고등학교 때는 인터넷이 안되는 폴더폰을 일부러 사용했지만, 지금 중학생에게 폴더폰은 원시적인 물건이다. 아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다들 스마트폰을 들고 SNS나 게임 중독자 들이다. 공부에 이다지도 방해가 되는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을 무엇일까?     


  스탠포드대학의 정신과 의사인 애나 램키 Anna Lambke는 본인도 로맨스 소설 중독 때문에 고민하고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고백하면서 <도파민네이션>이란 책을 썼다. 세계 최고의 대학교수이자 정신과 의사도 로맨스 소설에 빠져서 벗어나려고 했다니 어떻게 벗어났는지 너무 궁금해서 책을 들었다.  

    

  중독은 쾌락을 계속 추구하는 데서 생겨난다. 21세기는 지난 어떤 세기보다 더욱더 쾌락에 노출된 시대인데 스티브 잡스가 바꾼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욕망하고 싶은 것들이 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되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쾌락이 클수록 고통이 온 동네 친구들을 떼를 지어 데리고 온다는 것이다. 게임이 주는 희열이 끝나고 현실의 책상으로 돌아오면 고통이 찾아온다. 고통을 크게 느낄수록 더 큰 쾌락을 찾게 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미국인들은 파티에서 마리화나를 피우고 다른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저자는 오랫동안 중독에 기대면 쾌락을 경험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고통에 대한 취약성은 높아진다고 한다고 말한다. 취약성이 높아져서 각종 중독에 빠진 환자들은 애나 램킨 진료실에 찾아와서 구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리학, 뇌과학, 정신의학 등은 쾌락에 대가가 따르고 그 고통은 원인이 된 쾌락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쾌락보다 고통을 더 강렬하게 느끼기 때문에 더 큰 쾌락을 찾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럼 애나 램킨 박사의 해법은 무엇일까?     

 

  해답은 고통을 사용하여 뇌의 보상 경로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즉 절제를 통해 보상에 쾌락을 얻는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마약이든 담배든 스마트폰이든 30일 동안 중독의 대상을 끊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자기구속이 필요하다. 대상을 갈구하는 환경도 없애고 시간제한을 둔다거나 아예 대상을 끊어버리는 등의 전략이 있다. 이런 전략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고통을 꾸준히 사용하지 못해서 그렇다.      


  애나 램키 박사에게 상담하러 온 마이클이라는 청년의 예는 우리 삶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클은 마약중독자였는데 중독을 치료하려고 테니스 수업을 받았다. 테니스를 치고 나면 땀이 계속 나서 코치가 냉목욕을 해라고 충고해서 찬 욕조에 몸을 담그고 나온다. 냉목욕이라는 고통을 겪고 현실에 돌아왔을 때 쾌감이 마약을 했을 때 같은 ‘자신이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마약보다 냉목욕이 건강에 좋은 것이니 중독을 긍정적으로 전환한 좋은 예를 보여준다. 고통에 간헐적으로 노출되면서 고통에 덜 취약해지고 쾌감은 더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도 모자라 울트라 마라톤이나 산악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이 고통을 최대치로 올리고 현실로 돌아와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우리 아이들도 공부라는 ‘고통’을 이용해서 쾌락을 맞보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마이클은 냉목욕이라는 고통을 자신이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성취감과 함께 느꼈기 때문에 꾸준히 계속 계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공부라는 고통이 성취감과 연결되면 마라톤 선수처럼 고통을 견딜 수 있다. 성취감은 단 몇 시간의 공부, 학원 숙제, 하루 분량의 플래너에 쓴 것 모두 실행하기 등의 작은 목표 달성으로도 느낄 수 있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달성했다면 부모나 선생님은 충분히 칭찬과 물질로 보상을 해주는 선순환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하루에 정해 놓은 고통의 시간 동안 공부하고 해방되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공부한다면 공부는 견딜 만하지 않을까. 쾌락을 추구하기보다는 오히려 고통을 추구하면서 작은 자극에도 기쁨을 느끼는 능력을 기를 것이 쾌락의 홍수 속에 살아남는 방법이다.     


쾌락 과잉 상황을 톰 피누케인 Tom Finucane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열대우림의 선인장이다.     


  선인장은 물이 필요 없는데 매일 비가 오는 열대우림에 있다니!  성장은 고사하고 죽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1968년에 실행된 스탠포드대학의 마시멜로 실험은 너무나 유명하다. 3세~6세 아이들이 15분 동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으면 2개를 얻는 실험에서 15분을 견딘 아이들이 성장해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참고 견디면 우리는 고양된 자신을 느낀다. 굳이 남이 칭찬해 주지 않아도 더 나은 내가 되었다는 자기 초월감은 단순한 쾌락보다 더 고차원적인 기쁨이다. 마시멜로를 안 먹듯 쾌락을 지연할 줄 알고 현실의 고통을 견디면서 시험을 준비하고 숙제를 하는 아이들은 성적이 우수하다. 마시멜로 같은 스마트폰과 만남을 미룰 줄 아는 아이들은 숙제를 다 할 수 있고, 숙제의 완성은 과외수업의 성공이다. 공부를 열대우림에 선인장으로 자라고 있는 나를 보호해 주는 장치로 사용하는 자가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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