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부터 수능시험에 영어가 절대평가가 되었다. 영어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난이도는 계속 올라가서 별 도움이 되지는 못허고 있다. 영어 입시 제도가 바뀔 때마다 교육 관련 기사를 보면 항상 영어가 비판의 대상이다. 아무리 영어에 고득점에 받아도 말 한마디 못하는 무능력한 영어교육이라는 것이다. 수능에 만점을 받아도 외국인을 만나면 대화를 잘 못하는 것과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한국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못한다는 상징처럼 인용된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가장 싫어했던 과목이 미술이었다. 선생님이 별로 가르쳐 주시는 것도 없이 그냥 운동장에 나가 풍경화를 그리라하고 찰흙으로 사람을 만들라 주문하셨다. 미술에 특별히 재능이 있는 아이를 제외하고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좋은 점수를 받을 길이 없었다. 외국어의 말하기 영역 역시 이와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영어교육 과정에는 실제로 말하기를 가르치지 않는다. 대화에 해당하는 부분을 배우지만 그것을 독해하고 외울 뿐 실제로 말하는 평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말하기를 잘 할 길이 없다. 해보지 않은 것을 잘하길 바라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 아이들은 영어에서 듣기와 읽기를 주로 배우고 쓰기와 말하기는 거의 배우지 않는다. 수능 시험도 마찬가지이다. 쓰기와 말하기를 평가하기 위해 선택지를 주고 소수점 한자리까지 계산하는 식의 정량적 평가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기와 읽기 위주의 교육을 성실하게 받은 학생이라면 말하기와 쓰기를 연습하면 얼마든지 훌륭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듣기와 읽기라는 수용적인 학습을 충실하게 받았다면 인지된 어휘 문법 지식을 꺼내서 말하기와 쓰기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학을 가거나 업무를 수행해야하는 실전 상황이 되면 쓰기와 말하기는 빠른 속도로 눈부시게 발전한다.
영어 말하기와 쓰기를 위해 초등학교 때 많은 비용으로 해외연수를 가고 심지어 영어권 국가에서 체류를 하고 오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중학교 고등학교 6년의 말하기 쓰기의 암흑기를 잘 견딜 학생은 드물다. 사교육으로 계속 보강을 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나의 결론은 영어 회화 몇 마디 하는 것으로 영어 잘한다고 우쭐할 것도 아니지만 영어 회화를 못한다고 지금하고 있는 영어가 쓸데없는 것이라고 좌절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듣기와 읽기를 잘하면 말하기와 쓰기는 반드시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