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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숙 Sep 29. 2022

공부머리가 있냐구요?

뇌를 관리하세요

나 : 민지가 숙제를 다 하긴 하는데, 대충하는 게 문제에요. 지난달부터 시작한 모의고사 문제 해석 쓰기를 하고 있는데 처음 하는 거라 어렵긴 해요.

민지 어머니: 그런데 제 아이가 하면 될까요? 혹시 그릇이 안 되는데 공부를 괜히 시키는 거 같기도 하고요. 선생님 생각으로는 어떠세요?

나 : 민지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길 원하시죠?

민지 어머니 : 그럼요!
 나 : 제가 지금 하는 과정은 상위 30% 정도 하는 학생들을 위한 공부에요. 고등학교 가서 30% 면 4등급이고요. 공부를 그만두시면 5등급 쯤 나오겠죠. 상위 15%는 들어야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요. 민지는 현재 중3 성적이 상위 30% 안에 드니까 당연히 고등 1학년 과정 선행을 해야지요.   

   

공부 머리가 있나요?

어머니들은 나에게 자주 묻는다. 내 아이가 공부 머리가 있느냐고. 나답은 뇌는 계속 변하기 때문에, 공부할수록 머리가 좋아지니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이다. 뇌의 가소성! 이것은 공부하는 모든 학생에게 희망을 주는 말이다. 누구나 공부 머리를 가질 수 있다. 사오TV라는 유버가 쓴 <당신 공부는 틀리지 않았다>에서 나는 뇌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저자는 레이몬드 카텔이라는 인지 심리학자의 이론을 설명했다. 지능은 2가지가 있다고 한다.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 전자는 타고나는 반사적 학습지능이고 후자는 언어성 지능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경험을 통해 습득한 학습지능을 말한다고 한다. 유동성 지능은 20세까지 발달하다가 쇠퇴하고 결정성 지능은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 점점 향상한다고 한다.     


나도 경험적으로 훈련 때문에 학습 인지력이 좋아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단어 20개도 못 외우던 학생이 1년 2년 나와 단어시험을 계속 보면 주당 100~200개 단어시험을 봐도 잘하는 학생들이 있다. 운동하면 근육이 발달하듯 암기력도 증가한다. 영어는 수학처럼 복잡한 학문이 아니어서 단어 암기가 잘 되면 당연히 글을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배운 문법을 문장에서 적용해 보면서 유레카까지는 아니지만 ‘아하’라고 말하는 순간을 경험한다. 이 순간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고, 이런 긍정적인 경험이 또 에너지가 되어서 아이들은 계속 공부를 해 나간다. 그러니 일단 영어단어 암기가 안 된다고 영어 머리가 없다고 말하기 전에 단어 암기를 할 뇌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게 급선무이다. 선수가 몸 관리를 하듯 뇌도 관리해 주어야 한다. 몸이 엉망인 선수가 경기에서 잘 뛸 수 없듯 뇌가 엉망인 학생은 아무리 노력해도 공부 머리를 가질 수 없다.

     

공부 머리는 전두엽의 앞부분인 전전두엽이다. 전전두엽은 이해와 사고, 의사결정, 분석, 판단을 담당하는 곳인데 이곳에 도파민을 팍팍 넣어 주어야 한다. 도파민이 전전두엽으로 가도록 고속도로를 깔아주어야 하는데 도파민 경로가 2가지가 있다고 한다. 우리 뇌에서도 선과 악이 싸우고 있다니 참 놀라운 일이다.

     

도파민 고속도로1 : ‘중뇌-피질 경로’ 도파민이 전두엽과 전전두엽으로 가도록 이루어져있다

도파민 고속도로2 : ‘중뇌-변연계 경로’ 뇌의 변연계는 감정의 중추라고 하는데 도파민이 변연계로 향할수록 감정적인 행동을 하게 되므로 공부를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도파민 고속도로 1을 만들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너무 허무하게도 대한민국 부모님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이었다. 스마트폰이나 게임중독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독을 끊으면 고속도로 2가 점점 사라지고 고속도로 1이 강화된다. 중독을 끊기 위해서는 저자는 걷기 등 몸을 많이 움직이라고 조언하는데 우리도 다 잘 안다. 스마트폰 내려놓고 나가서 산책하고 운동하면 공부가 잘된다는 것을! 그것을 실천하도록 부모님들이 도와주셔야 하는데 부모님부터 스마트폰을 내려놓으시고 걸으면서 체중을 줄이셔야 한다. 그래서 사교육만으로 성적을 올릴 수 없고 부모님도 공부하는 뇌를 만드는데 함께 해야 한다.     


사오TV님은 코알라의 뇌를 보면 전두엽 부분이 텅 비어있다고 말해준다. 하루 종일 나무에 매달려 유칼립투스 잎만 먹고 있으니 뇌가 환경에 적응한 것이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쥐고 있으면 전전두엽이 할 일이 없다.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책을 읽어서 나의 전전두엽을 살려야 내 아이 전두엽도 살아날 수 있다. 아이는 부모가 하는 말이 아니라 부모의 뒷모습에서 배운다고 하지 않던가. 부모 되기는 쉽지 않다.

     

아이가 행복하길 원하신다고요

많은 어머니는 아이가 공부 머리가 아니면 그냥 공부를 시키지 말까 고민이라고 하신다. 그리고 아이가 행복한 게 먼저이지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게 안타깝다고 하신다. 당장 어려워하는 공부를 멈추게 하고 쉬게 하면 아이는 잠시 행복감을 느낄지 모른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고학년이 돼서 왜 엄마가 그때 나를 행복하게 한다고 공부 안 시켰냐고 오히려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가 공부를 어려워한다면 아이와 선생님과 상의해서 공부의 양을 조정하거나 인터넷이나 게임에 얼마나 중독이 되어있는가를 살펴보고 상담을 받아서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공부하는 환경도 자기 방에서 공공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 독서실 등으로 바꿔주고, 혹시 막말을 했거나 체벌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다며 진심으로 사과를 하셔야 한다. 하루에 분비되는 도파민 양이 결정되어 있다. 따라서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는 바람에 도파민이 변연계로 가지 않게 도파민을 아껴 두고 도파민 제1 고속도로를 통해 전두엽으로 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매일매일의 작은 성취를 칭찬해 주시면 아이는 학습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 그런 성취를 나는 아이의 행복이라고 부른다. 행복은 공부를 때려치우고 코알라처럼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이 주는 자극적인 즐거움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거칠게 말하면 행복감은 중독으로 얻을 수 있고, 행복은 성취로 얻을 수 있다. 행복감은 다른 말로 쾌락이고 쾌락 너무 좋아하면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가 없다. 부모는 아이에게 때때로 행복감을 선물해야 하지만 성취를 통한 행복을 느끼면서 험한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키워주어야 한다.      


과외선생인 나는 아이들이 매일매일 해오는 숙제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려고 한다. 칭찬과 함께 간식으로 보상을 하기도 한다. 교재 중에서 길고 어려운 한 권의 교재가 끝나면 책거리를 한다. 다 끝낸 교재는 공부의 흔적이다. 흔적은 공부라는 어려운 길에서 ‘그래도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안도를 하게 한다. 민지가 공책에 해석 쓰기 연습을 하는 것도 그 흔적을 남기려는 시도이다. 민지는 처음에는 어려워 했지만, 현재 공책에 공부한 흔적을 열심히 남기면서 노력하고 있다. 고등학생이 되는 민지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전전두엽을 더욱 활성화할 방법을 궁리 중인데 그 덕에 내 전전두엽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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