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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숙 Mar 10. 2022

과외 선생님하기 좋은 사람

나르시스나 거울 공주가 아닌 사람

나르시스와 거울 공주는 과외선생님을 하면 안 된다.   

  

사람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누구인지 탐구한다. 자아에 관한 연구는 청소년들의 진로와 연결돼서 더욱 번성해가고 있다. 탐구형 실제형 관습형 사회형 예술형 진취형 등으로 나눈 홀랜드 검사, MBTI 성격유형 검사, 하워드 가드너 다중지능이론에 근거한 다중지능검사 등등. 많은 대중 심리학이나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도 자기를 알기 위한 노력이다.


그런데 자기를 아무리 들여다 봐도 난 별거 없다. 나의 감정은 사뭇 날씨처럼 차주 변하고 나의 의지도 롤러코스터를 탄다. 나라는 존재를 자꾸 들여다보면 나르시스나 거울 공주처럼 자신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시기 질투 열등감으로 꼴도 보기 싫기도 하다. 나를 너무 자주 들여다보면 오히려 부작용이 많다. 자의식이 나를 압도하면 타인에 대한 문이 닫혀 버린다. 나르시스는 자신의 모습이 비친 그 물가를 떠나야 살 수 있듯이, 건강한 삶은 자신보다 타인과 세계에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세계 속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타인의 가치를 높여주는 일을 하다 보면 선한 영향력이 생기고, 나의 가치가 타인에 의해 인정받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고 오히려 행복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역설이 있다.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자기를 알려고 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를 잘 알 수 없고,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상호작용을 해야 비로소 자기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처럼 자기 발견도 목적이 아니라 결과이다.  자아는 내 안에 숨어 있지 않고 내 밖에서 내가 발견하는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스펠먼 칼리지 Spelman College 연설에서 인생에서 필요한 3가지 충고를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You must find a way to serve. 여러분은 섬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섬긴다 serve 라는 말을 과외 선생님이 하는 일과 딱 맞아 떨어지는 일이다. 과외 수업을 돈 벌려고 한다면 직업이 되고 학생에게 서비스를 준다고 생각한다면 소명이 되지 않을까. 누군가를 섬겨서 그의 가치를 올려주고 잠재력을 끌어내고 동기를 부여하는 일은 나의 에너지와 주목을 타인에게  돌려야만 가능하다. 나는 개별적인 존재로서 한 학생의 재능과 환경과 부모와의 관계 등에 관심이 많다. 공부를 잘하게 하는 학습 코칭은 강압적으로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학원 수업은 교실에 많은 아이들이 있고 개별적인 학생에게 초점을 맞추기 힘들다. 공부 잘하는 아이에 맞추어 수업하고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는 그만두는 것이 자연스럽다. 학원에 적응 못 하고 떠나게 되는 것은 비일비재하지만 많은 아이들은 상처를 받는다. 과외 수업은 그런 단점을 보완하고 학생 한 사람을 살피고 도와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서 나는 과외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즐기고 있다.


아이들과 짧게는 1년 길게는 5~6년 동안의 중고등 시절을 함께 보내다 보면 아이들의 사정을 소상히 알게 된다. 아이들이 수업에 와서 학교 부모님 시험 형제자매 친구들에 대해 하소연, 성토대회 하면 나는 속으로 좋아한다. 내 서비스가 더 좋아질 수 있어서이다. 아이들이 말이 많아지면 내 말을 더 잘 들어주고 학습 내용도 좋아진다. 성적이 오르는 일도 생긴다. 과외 선생님은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픈 단점도 있지만, 이렇게 성적 향상뿐 아니라 성격도 밝아지는 아이들이 있어서 좋다. 감정 노동이 아니라 감정의 소통을 통한 서비스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과외 선생님으로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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