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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숙 Apr 03. 2022

감탄사가 나오는 수업을 위해

선생님은 계속 공부 중

시계에 관한 이야기를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 학생 두 명과 읽다가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기계식 시계가 13세기에 나오기 전에 사람들은 해시계를 사용했다. 해시계가 북반구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림자가 돌아가는 방향이 지금의 시계가 돌아가는 방향이 되었다는 유래에 대한 이야기다. 만일 해시계가 남반구에서 만들어졌다면 시계는 지금의 반대방향으로 돌아갔을 것이라는 것이다. 아 정말 신기하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시은이가 물었다.     


시은 : 선생님 북방구가 뭐에요? 북쪽에서 방구를 꾼다는 뜻인가요? 하하

나 : 아 그게 방구가 아니고 반구야!

시은 : 그럼 반구가 뭐에요?

나 : (그림을 그린다)

시은 : 아하 그렇구나!!!! 지구를 둘로 나눈 거군요! 근데 해시계는 비가 오면 쓸모가 없잖아요. 보통 학교 수업이 2시에 수업이 끝나는데 1시에 수업을 끝내야 한다고 우리가 우기면 집에 일찍 갈 수 있어요. 유후~~~

나 : 아하 그렇구나!!! 유후~~~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알면 감탄을 한다. 이러한 감탄은 꼭 책이 아니라 문제집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수업을 재미있게 하면 그 감탄은 더 커진다. 그냥 읽고 해석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눌 때 아이들은 감탄을 한다.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인명과 지명이 나오면 찾아서 이미지를 검색해 본다. 이미지를 보면 아이들의 감탄 소리는 더 커진다. 와 멋있다!! 거기 가보고 싶다!. 이 사람 정말 잘생겼어요! 돈 많이 벌었겠어요!라고 감탄을 한다.   

  

영어지문을 편집하고 만드시는 분들게 나는 무한히 감사한다. 주제별로 재미있고 유익한 온갖 장르의 글을 만나게 된다. 중학교 학생들을 위한 지문을 보면 쉬운 영어로 우리 주변의 소소한 사물의 유래, 인물들의 일화, 과학, 역사, 영화, 체육, 요리, 문학, 철학, 음악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난다. 게다가 총천연색으로 인쇄가 되어있고 책값도 만원 조금 넘는 정도다. 재미있는 정보와 이해를 돕는 연습문제, 단어장, QR 코드로 되어있는 지문 음성파일과 화려한 사진에 귀여운 삽화까지! 이만한 책이 만 원이나 만원 조금 넘는 가격이라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부모님들도 한 번 구경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읽은 어느 동화책 한 권이 너무 재미있어서 나는 동화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가 읽는 동화책을 한 두 권씩 읽었는데 재미가 쏠쏠했다.   아이들의 동화책처럼 문제집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국어문제를 잘 풀려면 지문의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하고 배경지식을 얻으려면 책을 많이 읽으라고 보통 말한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학생은 100명 중 한 명도 만나기 힘들다. 어디엔가 살아있기는 하나 현재 볼 수 없는 멸종 위기의 동물처럼 만나기 힘들다. 그래서 공부하기도 힘든데 독서까지 강요하기보다는 국어나 영어 수업에서 만나는 수많은 지문을 잘 읽고 문제를 풀면서 배경지식을 쌓아가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이다. 이 지문으로 독서까지 유도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긴 하지만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      


<유튜브가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라는 책에서 책이 정말 잡아 먹혔나 궁금해서 읽어 보았다. 결론은 복잡하고 어려운 지식은 글로만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는데, 웬만한 지식은 유튜버들이 잘 정리해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독자보다 저자가 많을 지경으로 책은 쏟아져 나오는데 읽는 사람은 너무 적다. 아이들은 정말 책을 읽지 않는다. 읽어도 학습만화만 읽고 초중고 12년 동안 주구장창 문제집만 푼다.

     

초등학교까지 엄마의 강요에 의해서나 엄마가 잠자기 전에 읽어주는 덕에 책을 읽었겠지만, 청소년이 되면 정말 책을 싫어한다. 그건 공부가 싫어서 글자로 된 모든 것이 싫게 된 것 같다. 읽기도 싫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거나 문제를 풀어서 독서의 생산성을 증명해야 하는 학원을 어려서부터 다니다 보니 동화책마저도 의무가 되어버려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야 놀자’라는 각종 프로그램으로 부모님들이 유혹해도 그것은 놀이이지 놀기는 아니라고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작가는 말한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그냥 놀면 되는데 꼭 줄거리 말해보라고 하고 독후감 쓰라고 하는 부모님들 때문에 아이들은 책이랑 놀 수도 관계를 맺을 수도 없다. 그래서 동영상만 좋아하고 게임과 웹툰만 보는 아이들이 책은 읽지 않지만 문자를 통해 지식을 얻는 방법은 문제집이라도 열심히 재미를 느끼며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을 글자로 얻는 방법으로서 국어와 영어 지문을 흥미를 가지고 읽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도 풀고 배경지식도 얻고 일석이조다. 나는 20년 이상 지문을 읽다 보니 잡학 박사가 된 것 같다. 이 지문에 나오는 이야기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도 이야기 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수능 지문은 인문학, 경제, 심리학, 예술, 환경, 과학 등의 입문서에서 나오다 보니 상식이 점점 늘어난다. 내가 읽는 책이 수능 모의고사 지문에 나오기도 한다. 2021년 3월 고등학교 2학년 영어 모의고사 지문에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에 나오는 세금에 관한 부분이 실렸다. 그 책을 우연히 읽어서 지문의 출처를 알았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책 내용을 소개해 주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은 학생은 진지하게 내 얘기를 들어주었고, 나도 내가 읽은 책이 지문으로 나오니 너무 반가웠다. 지문의 배경지식 알고 있고, 그 지식을 어느 정도 알려주고 지문을 재미있게 읽도록 하는 것이 선생님의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루한 지문에 양념을 뿌려서 먹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감탄을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필기체를 배워 놓은 게 아이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요즘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매직으로 아이들 공책이나 문제집에 필기체로 이름을 써준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와아’ 하고 감탄을 한다. 특히 내 영어 이름 Michelle은 e와 ㅣ 이 많다. 빙글빙글 많이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예쁘다고 한다. 어떤 아이들은 그걸 배우겠다고 공책에 써달라고도 하고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연습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자기 이름이 옆으로 약간 뉘어져서 부드럽게 춤추듯 이어지는 필기체의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 딱딱한 인쇄체보다 필기체에서 느끼는 예술적인 감흥이 분명 있다. 뭔가 감탄하게 만들고 신나게 만드는 것이 그 어려운 '학습에의 동기부여'가 아니던가. 그래 선생님은 책이든 인터넷이든 신문기사든 무엇을 통해서든 계속 배워야 하는데 그 부담이 오히려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아이들이 배우듯 선생님도 계속 배워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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