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부부는 명예퇴직을 했고 연금으로 사는 백수다. 30대 딸 둘은 오랜 해외생활 후 귀국하여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중이다. 다행히도 둘 다 백수는 아니고 큰딸은 재택근무를 하는 개발자, 막내는 공부를 다시 시작한 철없는 30살이다. 그런 30평 아파트에는 매일매일 천국과 지옥을 쉴 틈 없이 왔다 갔다 한다.
어느 천국의 날
막내딸이 제일 잘하는 짬뽕을 하는 날이다. 비 오는 날, 아침부터 엄마는 아빠와 손을 잡고 장을 보러 간다. 막내딸이 필요하다고 했던 홍합, 차돌박이, 청경채 그리고 짬뽕에 엄마가 넣고 싶은 재료를 산다. 막내가 짬뽕을 하는 날은 온 가족이 제일 기다리는 하루다. 원하는 재료들을 듬뿍 넣고 조미료 없이 불맛이 나는 아주 맛깔난 짬뽕을 만들기 때문이다. 짬뽕이라는 아주 사소한 행복이 30평 아파트를 웃음이 가득한 행복이 차게 만든다.
지옥 같은 날
오후 3시에 일어나는 딸 둘은, 키우는 강아지와 화장실이 딸린 안방을 차지하고 잔다. 하는 수 없이 60대 부모는 각각 두 개의 작은 방에서 잠을 잔다. 안방 문 미세한 틈새로 들려오는 아침부터 투닥거리는 소리. 너무나 익숙하기에 두 딸은 귀를 막고 억지로 자는 척을 해본다. 하지만 점점 커지는 소리. 안방에서 늦은 점심까지 잠을 자는 늙은 딸 둘이 미워서인 듯, 깨우려고 더 큰소리로 싸운다. 성격이 정반대인 부모가 싸우는 소리를 자주 듣고자란 딸 둘은 지겹도록 듣기 싫은 소음이다. 부모가 싸우는 소리는 딸들의 하루를 지옥으로 만든다.
오후 3시가 넘어 잠에서 깬 딸 둘은 엄마가 챙겨주는 늦은 아침을 먹고 핸드폰을 손에 쥔다. 그때부터 엄마의 잔소리는 시작된다. 그 잔소리에 딸 둘은 이제 머리가 컸다고 엄마의 잔소리에 절대 지지 않으니 큰 소리가 30평 아파트를 채운다. 여자 셋이 싸우는 소리에 아빠는 방으로 들어간다.
‘샤워를 했으면 문을 닫고 환풍기를 틀어야지!!’
‘비타민 먹었니?’
‘택배 그만 좀 시켜라.’
지긋지긋한 큰딸은 엄마 잔소리가 싫어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다 아는데 잔소리하니까 더 하기 싫잖아!’ 그나마 막내딸은 엄마한테 반박을 해본다.
그럼 엄마는 ‘잔소리 듣기 싫으면 나가면 되잖아?’ 30살 넘어 뒤늦게 다시 공부를 시작한 막내딸이 돈이 없는 걸 알면서 하는 말이다.
30살이 넘은 늙은 딸 둘이 부모님과 함께 사는 걸 이해를 못 하는 60대 부모는 매일같이 나가라는 협박을 한다. 그렇게 큰딸은 또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언제쯤 나는 독립할 수 있을까?' 막내딸은 오늘도 책상에 앉아 공부하던 책을 들여다보며 공부를 계속해도 되는지 직업 구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성인 4명이서 한 집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나이 많은 딸들이 부모랑 같이 사는 건 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