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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delion Dec 22. 2021

욕심을 버리기까지

급작스런 퇴사 결정이 나에게 가져다준 힘

2년 넘게 일한 영어 학원을 11월 말에 정리했다. 나에게 이직이란 말은 그리 낯설진 않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영어 사교육 시장에 발 들이면서 일부러 그때 당시 유명한 학원에서 경험을 쌓기 위해 잦은 이직을 자초하기도 하였기에 나에게 퇴사와 이직은 낯 선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학원은 여길 놓고 나오기까지가 너무도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그만두게 된 곳은  이곳이 처음이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동안 내가 이뤄놓은 것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 그리고 날 따라 함께 해주었던 선생님들을 두고 나오는 것에  대한 미안함까지 겹쳐 나의 결정은 그리 쉬운 건 아니었다.


2019년 10월에 입사해서 학원 이름과 인테리어하고 있는 건물 밖에 없는  그곳에 들어가 교복을 비롯한 아이들 장난감, 각종 물품,  도서관 책들 어느 하나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것들이 없었다.  그 힘든 오픈 준비를 하며 매일 야근을 해야 하는 기간이 지속되며 몸은 지쳐 갔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뭔지 모를 사명감 그리고 하나하나 채워져 가는 것을 볼 때 느끼는 희열감으로 일을 시작하였고 원을 오픈하자마자 맞은 코로나로 약간의 위기 사항들이 있었으나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과 으샤 으샤 하면서 보낸 덕분에 코로나의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원은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게 되고  승승장구하며 발전하였다.


당연하게도 잘 되는 곳에는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 나타나게 되고 그 욕심 때문에 회사에서는 정치 싸움이 일어나게 되어 그 사이에서 너무도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었던 나는 퇴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끝없이 했었다. 입사하고 1년 이후부터는 계속되는 야근도 힘들었는데 정신적으로 사람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도 참기 힘들지만 2년 넘게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같이 일하고 있던 선생님들이었고 그들과 서로 힘든 것을 공유하며 서로를 붙잡아 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랑 같이 온 선생님들을 위해서라도 내 자리를  지켜보겠다고 자리에 대한 욕심을 냈고 많은 노력들도 해 보았지만 그 노력들이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었고 난 내가 떠나야 할 시기임을  감지하게 되었다.


결정하고 2주 동안 출근을 하며 너무도 괴로웠다. 정들었던  재원생 아이들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나와 같이 이곳으로 와서 도와줬던 선생님들과 여기서 만나 나를 따르고 좋아해 줬던 선생님들에게 나의 퇴사 소식을 말하고 그들과 이별의 감정 교류를 하고  내 손길이 남아 있는 모든 것들에 이별을 해야 하는 과정은 매일매일이 눈물과의 싸움이었고 엄청난 감정 소모를 했어야 했다. 그래서인지 퇴근 후에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참아 왔던 눈물을 쏟아 내며 집 근처 공원을 한 시간씩 배회했어야 했다.  


이상 하게도 이번 퇴사는 나의 그동안의 퇴사들과는 다른 예외가 또 하나 적용되었다. 이직 전 나의 철칙은 퇴사 전  입사할 곳을 구해 놓고 옮겼었는데 이번엔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감정과 기분으로 새로운 곳에서 과연 일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휴식과 나 자신을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난 2년 넘는 시간 동안 거의 사생활은 없고 일에 만 매진한 나에게 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2주 동안 이별하며 매일매일 눈물로 보낸 시간 때문인지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대신 그동안 소홀했던 나의 친한 친구들 그리고 내가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학원을 나오고 첫 주는 친구도 만나고 방 정리도 하며 뭔가 분주하게 보내고 친구와 나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쏟아내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들을 계속 만나다 보니 백수 2주 차부터 그만 두자 마자 느낄 수 없던 감정이 생겨 났다.


학원 내 사람들이 아닌 제삼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힘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나의 욕심,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그 욕심이 날 더 힘들게 했던 것 같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옛 회사 동료들이 그동안 일한 게 많이 아깝겠다는 말에 그제야 난 자각할 수 있었다.  그 학원이 내 것이라고 착각했던 나를 ... 어차피 내가 아무리 내 것처럼 했다고 해도 그 학원은 내가 주인이 아닌 회사가 주인인 것이며 난 그냥 회사에 고용된 직원임을, 내가 아무리 욕심을 크게 부리고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그건 애초에 내 것이 될 수 없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회사에 고용된 직원은 소모품처럼 쓰일 수 있다는 것 나도 그 소모품 중에 한 사람이었는데 너무나 큰 기대와 열정으로 무언가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소모품처럼 쓰였다고 하더라도 난 그 학원을 오픈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경험을 얻었고 내가 나중에 내 학원을 오픈했을 때 그 경험이 내가 할 시행착오의 수를 줄일 수 있으니  새로운 경험 아이템이 장착되었고 더 넓은 곳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만났던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나의 미련과 욕심이 다 정리되었다. 이걸 깨닫고 나니 퇴사 3주째 접어든 지금 이 시기에는 너무도 편해졌다. 이제 조금의 쉼의 시간을 갖은 후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재정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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