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터로 향해가는 마음
거의 2달 넘게 놀다 보니 이 생활이 마냥 좋았다... 주머니가 조금씩 털리는 걱정만 없다면.... 이렇게 지내는 삶도 그리 나쁜 삶은 아니었다. 지겹도록 누워 있기도 하고 추우면 이불 밖으로 나가지 않고 내가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친구를 만나러 나가고 싶으면 그때 일어나 나가고 여기저기 여행도 하고 호캉스도 하며 너무도 편하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며 한편으로는 '나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불안감도 엄습해 왔다. 그래서 설 연휴가 끝나면 다시 구직 활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그전까지는 진짜 신나게 놀았다. 막상 구직 사이트로 들어가 이곳저곳 찾아보다 내가 하고 싶은 부분과 내가 하던 부분에서 오는 차이점들이 너무 컸고 뭔가 마음에 드는 곳들이 많이 있지 않았다. 그래도 몇 군데 이력서를 냈고 그곳들 중 2군데 면접을 보았다.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첫 면접 본 곳은 가지 않겠다 말하고 해드 헌터가 면접 보라고 소개한 회사에 면접을 가서 임원 면접을 보고 바로 대표이사와의 면접, 바로 몇 시간 후 채용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알겠다고 말했다. 정말 생각할 시간 따윈 없이 오셨으면 한다는 그 말에 바로 난 '네'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고 난 주변 사람에게 알렸다. 특히 엄마는 너무도 좋아했다. 내심 내가 계속 놀게 될까 봐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셨고... 나이가 들수록 갈 곳이 없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 때문이라도 더 걱정이 되었나 보다... 안심하는 엄마를 보며 이 나이 먹어서도 엄마를 항상 걱정시키는 딸이구나 난!!!
연봉도 이전 직장보다는 올렸고 위치도 한 단계 상승(?) 한 거라 주변 사람들은 정말 축하해줬지만 난 마냥 기쁘지만 않았다. 그만큼의 기대감과 책임이 내 어깨 위에 올려진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이력서 내기 시작한 지 2일 만에 면접을 보고 바로 모든 것이 결정된 것을 보며 지난해 11월 퇴사를 확정했을 때도 정말 불현듯 바로 정리를 했었는데 또 입사도 이렇게 불현듯 '넌 이렇게 하기로 되어 있었어'라고 누가 나를 이끄는 것처럼 일이 되어버렸다. 막연하게 3월부터는 일해야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빨리, 계획 없이 친구와 저녁 약속 잡듯이 난 다시 일을 하게 되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고 오랜 시간 많은 곳을 면접 보지 않고 결정되어 좋기도 하지만... 뭔가 모든 것이 소용돌이 안에 들어 있는 것처럼 갑자기 어딘가로 쓸려가는 느낌이 든다. 나의 마음속의 바람이기도 했었지만 이런 급작스러운 변화들이 당황스럽다.
생각해 보면 인생의 변화가 예고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변화의 징후가 감지되기도 하긴 하지만 그런 경우보다는 어떠한 징후 없이 소용돌이치기도 하니까... 난 그런 변화에 그냥 내 몸을 맡기는 것 이외에는 할 것이 없는 듯하다.. 갑자기 무섭기 까지도 했다. 이런 휘몰아치는 변화의 시간이....
하지만, 다시 시작이다. 좀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는 것이고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결해줘야 하는 위치.... 정신없는 3월에 새로운 곳에서 이제는 정신을 붙들고 새로운 많은 사람들과 나의 관계를 적절히 잘 조화롭게 하며 현명한 리더가 되길 그리고 문제 해결을 잘할 수 있는 지혜로운 리더가 되길... 붙잡자 정신줄.... 더 이상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헤매지 말고....
그래 돈 벌어야 덕질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