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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delion Dec 30. 2021

리더의 말

위치가 주는 말의 영향력

얼마 전 나를 매우 잘 아는 미술치료 상담사인 지인과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중 몇 안 되는 나의 지인 중 하나인데 그녀는 나에게 해줄 말이 있다고 했다. 10년 넘게 날 봐온 사람으로서...  

그녀는 나는 사람의 장단점을 매우 빠른 시간에 파악하고 평가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것은 아이들 파악을 빨리 하기 때문에 학부모님들이 나를 좋아했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어른, 특히 같이 일하는 사람을 파악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아이들 파악이 빠르듯 나는 어른의 성향 파악도 매우 빠를 거라고 했다. 그리고 내 말에는 신뢰감이 있고 뭔지 모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그래서 사람을 평가하거나 독설을 날린다면 그 사람이 내 말을 그냥 흘려들을 수는 없을 거라고 내가 사람의 단점을 지적할 때는 특히 더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많이 놀랐다. 내 말을 사람들이 듣고 그렇게나 많이 신뢰를 하고 있고 나의 말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단지 학부모님들이 아이들 성향을 어떻게 빨리 알아차리냐고 했을 때 난 이렇게 대답했다. 15년 동안 정말 많은 아이들을 만나서 잠깐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아이들 성향 데이터가 내 머릿속에 들어 있다고 난 이런 능력만 있는 줄 알았지 내 말의 힘에 대해선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난 상당히 놀랐다.


그 말을 듣고 난 어떤 리더로 일을 했던가?


일하면서 항상 고민했었다. 강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되어야 할지 아니면 친근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 이것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했다.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오빠(내가 덕질하고 있는 분)가 콘서트 때 이런 말을 했었다. 본인은 항상 강한 리더만을 만났었는데 이번에 만난 감독님은 그런 분이 아녔다고 모든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덕장이었다고... 이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나도 대부분 강한 리더를 만났었고 그런 리더들과 일하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그런 리더가 되어 가고 있었던 건 아녔는지.... 난 오빠가 말한 그 감독님처럼 선생님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리더를 하고 있는지....


나와 같이 오래 일했던  직장 동료들이나 나를 아는 사람들은 말했다. 나에게는 카리스마가 있어서 처음 보면  가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나름 나만의 규칙을 세웠다. 모두가 있을 때는 카리스마 있는 존재가 되고 개인적으로는 따뜻한 리더가 되기로.. 그래서 전체 회의할  학원의 문제점, 불만 사항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사무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고충을 들어줄 때는 조금  따뜻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특히 어머님들의 컴플레인 혹은 선생님들 사이의 갈등 문제로 힘들어 찾아오는 선생님들에게는 선생님들 입장에서 생각해 주려고 노력하고 해결책을 찾아주려 했다. 오다가다 마주치는 선생님들을 보며 선생님들의 상태를  번씩 살폈으며 분위기가  이상하거나 자주   선생님을 마주칠 때면 요즘 어떤지 물어보곤 했다. 매일 그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물을 수는 없었지만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같은 때는 시답지 않은 아재 개그를 쳐주기도 하고 표정이  좋아 보이면 '힘든  없어?' 혹은 ‘ 괜찮아?’라고 물어 봐주기도 했다.  한마디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고 오열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에게 알아주고 아는 척해주는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선생님들에게는 그것이 별게 아닌  아니었나 보다. 가끔은 나도 사람인지라 알고도 모른 척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나의 스트레스 지수가 100까지 올라가 있고 정말 어디 가서 대성통곡하고 싶은 순간이 있어도 힘들어하는 선생님들을 그냥 볼 수 없어서 불러 이야기 들어주고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상의하고 하는 시간들이 때로는 감당이 안될 때도 많았었다. 그러다가도 누가 이들을 보듬어 줄까 싶어 들어 주려 최대한 노력했으며 선생님들에게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 때는 할애했었다. 퇴사 날 선생님들이 나에게 준 편지를 보니 나의 이런 마음과 노력을 이들이 알아줬던 거 같았다. 난 기억도 못하는 말을 기억하고 그것으로 버텼다고 하는 선생님들의 편지를 읽다 보니...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했다. 분명 내 말 때문에 상처받는 순간도 많았으리라는 나의 위치가 주는 위압감 때문에 별말 아닌 것에도 상처받는 일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았다. 정말 어떨 때는 선생님들한테 화가 나서 의도하고 던진 말도 있었다. 기억나지 않는 말로도 상처를 줬겠지만 의도한 말은 더욱더 큰 상처가 되었을 것 같다. 내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나이가 더 들 수록 사람들을 평가할 때 장점만을 평가해야겠구나 단점은 혼자 만의 생각으로 접어두어야겠구나.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잘못을 누구보다 바로 알아 채기 때문에 내가 질책하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가 본인 실수에 대해 인식하고 자책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굳이 잘 못한 것을 꼬집어 주지 않아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미술치료 상담사인 그녀의 말대로 새로운 곳에서 리더가 되면 나의 위치가 주는 위압감이 있을 테니 사람들의 단점을 찾아내 꾸짖는 리더보다는 사람들의 장점을 찾아내 그것을 키워주는 말을 할 수 있는 현명한 리더가 되어 보기를 다짐해보며 나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애정을 가지고 해준 그녀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고맙다! 써니!! 내년엔 더 멋진 리더가 되어 볼게!!  


#리더란#리더의 말#자아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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