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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delion Jan 03. 2022

장소에 대한 기억의 조각

 압구정역

유기농 급식이 너무도 맛이 없었던 11월 어느 날 나랑 같이 점심 먹는 선생님들과 맛난 거 먹으러 가자

약속을 했었다. 12월에 시간을 맞추어 식당을 예약을 했고 예약한 식당은 압구정역 근처에 있는 곳이었다.

거의 2년 만에 가는 압구정역에 다다르며 갑자기 이 동네와 관련된 추억과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 동네에 이렇게 많은 추억이 있을 줄이야....


20대 때는 친구들과 압구정에서 만나서 우리의 남자 친구 이야기와 30대를 걱정하는 시간을 주로 보냈던 곳이었다. 사주도 보러 다녔고 술도 많이 마시러 다녔고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우연히 마주친 연예인을 보며 흥분도 했었었다. 참 열심히 놀던 20대의 내가 떠올랐다.


역에 도착해서 내리며 시선이 닿은 곳은 플랫폼 의자들 이였다. 계단을 오르기 전 비어있는 의자를 보니 그 자리에 앉아 나를 기다리던 압구정역 근처 살던 그가 생각났다. 나의 집도 그의 집도 3호선 라인이었기에 그와 나는 압구정역 플랫폼에서 만나는 일이 많았었다. 그래서 그 혹은 내가 플랫폼 의자에서 앉아서 서로를 기다렸었었다. 그 의자에 앉아 날 기다리며 멍 때리고 있던 그의 옆모습이 떠올랐고 때로는 내가 기다리고 있을 때 그가 웃으며 다가왔던 행복했었던 그때의 기억이 생각났다.


음식점을 찾아가는 길은 예전에 다니던 회사 근처라서 압구정으로 매일 출퇴근했던 내가 생각났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식당을 찾아가는 그 길을 걸으며 몇 년 전 헤어진 남자 친구와 압구정에서 서로 마음이 싸늘해져 감을 느꼈던 그 겨울날도 생각났다.


지난 2년 넘는 동안 한 동네 갇혀 다른 동네를 갈 기회가 없었던 것 때문일까? 오랜만에 온 이 압구정이라는 동네가 반가웠다. 내가 살았던 동네도 아니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동네보다 더 많은 추억이 있는 희한한 동네였다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이 동네에 대해 내가 이런 추억들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여기에 정말 많은 추억이 내 머릿속에 있었구나! 장소가 주는 기억의 힘은 정말 대단한 거였다. 냄새(향기)의 힘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장소가 주는 기억의 조각이 이렇게 크게 올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시간차가 있는 기억들이 지하철 타고 오는 20여분 사이에 압구정이란 동네라는 연관관계로 엮여서 이렇게  조각조각 떠오르는 것을 보면....

맛있고 비싼 저녁을 먹고 선생님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한번 떠올랐던 옛 추억은 묘한 감정들을 불러일으켰고 그 감정이 꽤 오래 지속되었다.

압구정이라는 장소는 계속 있겠지만 새로운 것이 생기고 오래된 것이 없어지는 것처럼 나의 기억들도 이제는 변화되고 오래된 것들은 빛을 바라며 없어져가겠지...


압구정역에 대한 나의 기억들이 과거의 기억들이 었다면 나의 미래의 기억은 어느 동네에서 펼쳐지고 추억이 될지 궁금해진다.



#동네#추억#기억#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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