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부 영어학원을 보내기 전 고려할 사항
내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새로 만나는 사람일 경우 나에게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조기 영어 교육이 필요한가요?라고 많이 묻는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난 다시 그 사람에게 질문을 한다.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으세요?'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네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가 없고 내 직업이 학원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니 별생각 없이 하는 질문이라면 그냥 이렇게 대답한다. '효과는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라고 간단히 답을 한다.
하지만 아이가 있고 진지하게 영어 조기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구체적으로 신중하게 대답한다. 그 대답을 설명하려 한다.
영어유치원(이 말은 나라에서 허용한 정확한 명칭이 아니다. 영어 학원인데 유치부를 대상으로 한 학원 즉 '유치부 영어 학원'이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다)을 보내기 전 학부모님들께 꼭 생각해야 하는 몇 가지를 말하고 싶다.
1. 예산
2. 목표
3. 아이 성향
4. 입학 시기
첫 번째 '예산' 이게 가장 중요하다. 동네마다 다르겠지만 유치부 영어학원의 경우 꽤 많은 비용이 든다. 지방의 경우와 서울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거의 서울에 있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학원이나 동네에 있는 영유들은 대부분 월 100만 원 이상이며 비싼 곳은 200만 원 넘는 곳들도 있다. 그러므로 5세부터 보낼 경우 대학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을 지불해야 7세까지 졸업할 수 있다. 또 어머님들이 수업료 이외에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다. 기타 부대 비용 예를 들어 다른 학원 등록비, 영어 학원 이외에 다른 학원도 많이 다니는 게 현실이다. 교육비로 정말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영어 조기 교육에 관심이 있으실 경우 아이가 어릴 때 아이 앞으로 들어갈 교육비 통장을 만들어 적금을 들어 놓으시는 것을 추천드리기도 한다.
두 번째 '목표' 아이를 영유에 보내려고 할 때 옆집 엄마가 보내니까 혹은 우리 아이 영유 다닌 다고 과시하고 싶어서 보낸다고 하신다면 난 보내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남이 해서 남에게 보여주려고 보내는 건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학부모로서 목표 의식을 가지고 학원을 선택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냥 재미있게 아이가 영어를 배웠으면 좋겠어요'라고 하신다면 재미 위주의 학원을 찾아가면 된다. 단 재미 위주의 학원은 재미와 흥미가 위주이므로 학습식 학원과 비교해서는 안된다. 재미와 학습 성과는 절대 정비례할 수 없다.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라 제2 외국어이다. 이 말은 아무리 어렸을 때 조기 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성과를 내려면 학습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외국에 가서 어릴 때 3-4년 살다 오면 처음에는 영어를 잘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 똑같은 양의 언어가 입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이렇게 질문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외국에는 이중언어를 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건 어떻게 가능한가요? 이와 비슷한 주제로 런던에서 테솔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때 내가 관찰했던 아이들이 다 이중언어 집단의 한국계 아이들이었는데 한국어와 영어를 둘 다 잘하는 아이들의 경우 철저하게 비슷한 비율로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언어 교육을 시켰다. 집에서는 철저히 한국어를 했으며 밖에서만 영어로 말을 하는 규칙을 지켜냈던 가정의 아이가 다른 환경의 아이보다 한국어 영어에 대한 이해가 다른 집단보다 높았다. 그리고 또 하나 언어는 말이 먼저이기도 하지만 그 말을 담으려면 문자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제2 외국어로 영어를 접하는 우리나라의 아이들에게는 그 언어가 길게 오래 가게 남게 하려면 음성 언어 + 문자 언어 두 가지가 완벽히 이루어질 때 언어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재미와 흥미위주의 학습만 할 경우 그때 당시에는 아이가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부모가 원하는 커다란 성과를 이어나가기는 조금 힘들 수 있다. 투자 대비 그냥 즐겁게 다니길 원하고 흥미만을 원하시는 게 목표라고 하신다면 거기에 만족하셔야 한다. 이 목표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다시 한번 써 보고 싶은 주제이기도 하다. 이번엔 영유를 보내기 전 생각해야 하는 방향에 대한 주제이니 여기까지 하겠다.
세 번째 '아이의 성향' 15년 동안 정말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5세부터 15살 연령대의 아이들을 만났었다. 아이들의 영어 레벨도 천차만별이었다. 학부모님들이 아이를 영어 학원에 보낼 때 꼭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성향이다. 아이의 성향은 잘 안 바뀐다. 소극적인 아이가 하루아침에 적극적인 아이가 될 수 없다. 이건 언어 앞에서 더 정직하게 적용된다. 말하기 좋아하고 적극적인 아이는 영어 말하기가 빠른 시간 안에 는다. 하지만 소극적인 아이는 말하는 게 늘지 않는다. 모국어로도 말을 안 하는 아이가 영어로 말을 잘할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 소극적인 아이는 영어학원 보내면 안 되냐? 이렇게 물으신다면 다른 영역을 발전시켜주시면 된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대게 소극적인 아이들은 자기가 스스로 무언가 사부작사부작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는 문자 학습 위주로 하면 되고 그게 어느 정도 익혀지고 자신감이 쌓이면 모국어를 소극적으로 말하듯이 영어도 그렇게 말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향에 맞추어 아이들에게 맞는 학원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유명하고 주변 아이들이 많이 다닌다고 우리 아이에게 반드시 맞는 학원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우리 아이 성향과 학원의 성향이 맞는지 심사숙고하고 학원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네 번째 '입학시기' 언제 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셔야 한다. 5세, 6세, 7세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5세를 추천드린다. 5세 때부터 해야 7세 때 성과가 보이기 시작한다. 6세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7세에 보내는 건 많은 것을 조금은 포기하고 보내야 한다. 이왕 영어학원을 보내겠다 마음먹었으면 5세 때부터 보내는 것을 강력 추천드린다. 이것도 아이 성향을 고려하여 보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하고 3-4세 때 어린이집이나 놀이 학교 다니면서 적응에 문제가 없었다면 5세 때 보내도 괜찮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너무 힘들거나 외국인을 보고 힘들어하는 아이일 경우 입학 시기를 고려해보심이 좋다.
어린아이가 있는 주변인들 혹은 새로 만난 분들이 나에게 영유를 보내야 하나요? 묻는다면 위와 같은 여러 사항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단번에 보내세요. 보내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 없다. 아이들 마다 나타나는 성과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성과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영유들이 주변에 있고 유지되는 것 아니겠는가.
실제로 나와 같이 일했던 90년대생 선생님들 중 1세대 영유를 졸업한 선생님들도 있었다. 그들은 말한다. 솔직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 배웠던 영어가 밑거름이 되어 유학 갔을 때도 도움이 되었고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해서 인지 영어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고 한다.
영어 사교육 시장에 몸담고 있고 그것이 나의 밥줄이긴 하지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모두가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다. 판단은 학부모님께서 하시는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