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교사의 현실

아이들이 좋지만 학부모는 글쎄 ~

by Dandelion

"아이들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결국 사람이 힘들게 한다"

20년 전, 처음으로 영어유치원 교사라는 이름을 달았어요.
그때 함께 일했던 선생님들 중 아직 이 일을 계속하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예요.
그 사이 저도 경력이 쌓였고, 위치도 달라졌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떠난 사람들이 남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아요.


1. 아이들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영유 일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좋아서’ 이 일을 선택해요.
처음부터 돈을 보고 시작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또래 친구들이 대기업에 들어가 받는 연봉과 비교하면, 영유 업계는 초라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택하는 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만두는 이유는?
아이 때문이 아니에요. 사람 때문이에요.
예전보다 훨씬 더, 동료와 학부모 때문에 떠나는 선생님들이 많아졌어요.


2. 동료들의 텃세, 그리고 조직문화

“여자가 많은 직장은 힘들다”는 말, 솔직히 공감해요.
특히 오래된 집단일수록, 뒷말이나 무리 지어 행동하는 분위기…
일을 버티기 힘들게 만드는 게 동료들일 때가 많아요.

전 이직할 때 원장의 성별도 봤어요.
남자 원장은 여초 조직의 ‘은근한 텃세’나 '여우짓'을 잘 파악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오래된 집단에선 갈등이 터져도 누가 문제인지 못 짚고 흐지부지되죠.


3. 학부모는 고객? 갑?

요즘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건 학부모입니다.
요구는 늘어가고, 예의는 줄어듭니다.

“유아교육 전공에 영어도 잘하는 선생님으로 바꿔주세요.”
말은 쉬워요. 근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런 조건을 모두 갖춘 선생님은 적고, 유아교육 학과를 졸업 한 분들이 선택하는 곳은 대부분 국공립이에요. 영유에 오는 건 급여를 내려놓고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환경을 선택한 거죠.


4. 상처받은 선생님은 돌아오지 않아요.

치마가 짧거나 노출이 심한 것도 아니고, 그냥 스타일이 특이하다는 이유로 클레임.
사진 화질이 안 좋다고 선생님 휴대폰을 새로 사라고 한 학부모.
셔틀버스에 타는 선생님에게 불쾌한 농담과 신체 접촉을 하는 조부모.

이런 일들은 선생님을 조용히, 확실하게 무너뜨리죠.
한번 상처받은 선생님은 다시 이 업계로 돌아오지 않아요.


5. "우리 아이만 잘 봐주세요"는 가능하지 않아요

선생님은 한 명. 아이는 열 명이 넘습니다.
영유는 원어민 1명 + 한국인 1명이 최대 16명의 아이를 함께 보고있어요.
그런데 집처럼 1:1로 케어해 달라는 요구가 끊이질 않아요.

아이들이 서로 부딪치고, 다투고, 때론 울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가해자", "피해자"를 나누고 고소를 언급하는 분위기...
이건 교육이 아니라 통제예요.


6. 함께 키우는 마음

모두가 왕자, 모두가 공주일 순 없어요.
어울리고, 타협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도 배움의 일부예요.
단체생활을 배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을 조금만 더 너그럽게, 따뜻하게 바라봐 주셨으면 해요.

선생님도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 사람은, 누군가의 아이를 오늘도 정성껏 돌보고 있어요.


7. 아이들을 키우는 공간, 선생님 없이 가능할까요?

관리자의 입장에서 요즘 정말 좋은 선생님을 구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학부모님의 요구에도 성실히 응하면서
전문성까지 갖춘 선생님은 이제 ‘찾기 힘든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요.

부모님들의 기대는 점점 높아지는데, 그 기대에 맞는 선생님은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앞으로 정말 걱정되는 건, 좋은 선생님이 없어서 문을 닫는 원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으시면 안됩니다. 그 피해는 결국 아이들에게 돌아가겠죠.

아이들을 키우는 이 공간이 선생님도, 학부모도, 아이도 모두 존중받는 곳이길 바랍니다.
그래야 함께 오래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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