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사랑

by Taehun Roh

그녀는 재활원 소녀였다. 초등학교 시절 대부분의 아이들이 친구들과 놀 생각을 할때, 재활원에 살던 그녀는 주말마다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앞에 두고 전철에 칸들을 걸어다녔다. 학교에서의 소녀보다 조금 더 움츠려진 모습으로. 그럼에도 선천적으로 밝은 아이였다. 공부를 잘했다. 나는 조용한 아이였다. 늦여름 4분단의 세번째줄 옆자리에 그녀가 앉았다. 가을이 오고 있었다.


소풍으로 반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갔다. 이른 저녁, 거대한 불꽃놀이가 시작되며 하늘을 갈랐다. 왁자지껄 하나 둘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리더격인 아이가 얌전히 있으라고 했다. 솜사탕을 사온다고 했었던것 같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지만 하나의 불꽃아래 여러 갈래로 퍼지는 아름다운 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기함을 가득 머금고 색색깔의 빛깔을 손끝에 그려 보았다. 스치면서 지나가는 아이와 엄마의 미소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더 이상 하늘을 갈라내는 빛들이 나타나지 않을 때쯤 혼자가 된것을 알게 되었다.


낯선 이들이 지나갔다.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심장소리가 들렸다. 불꽃 놀이가 사라졌던 시간의 여명을 잡고있었다. 아이였던 시절이라 혼자가 익숙하지 않았다. 어쩌자고 이 많은 군중속에서 홀로 남게 되었을까. 두려움과 함께 호기심을 머금은 시선이 용기를 내었지만 어둠은 조용히 다가왔다. 그때 나타난 소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은 따뜻한 온기가 작은 손으로 들어왔다. 불꽃놀이가 눈물 속으로 사라졌던 시간과 공간의 작은 틈 속에서 작은 여자아이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


시간과 공간이 멈추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분수에서 물과 불을 뿜어내고 있었다. 풀 냄새가 기분 좋게 어디선가 흘러왔을때 소녀는 소년의 손을 잡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또렷하게 앞을 보는 두 개의 눈동자. 바람이 불자 작은 단발머리 아이의 머리카락이 뺨을 간질였다. 처음으로 가슴 두근거림을 느꼈다. 가을밤 어딘가에 어둠의 끝이 있을 것 같다. 유년기가 시작할 때 어떤 남자 아이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사어가 되어버린 수 많은 첫사랑 속에서. 손끝이 마주 닿은 그 느낌. 그 온기. 순수함. 불꽃놀이가 아름답게 다시 퍼져나갔다. 누군가를 향한 소중한 마음을 가지게 해 주었던 첫 사랑. 그런 기억을 평생 안겨 주었던 소녀. 그녀의 미소와 발걸음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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