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by Taehun Roh

선교 활동을 하는 아주머니가 할머니 한분을 앉혀두고

"젊었을때 멋쟁이 였겠어 어머니"

라고 말하는 부분을 걸어 가다 들었다. 멋쟁이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한다.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가 지하철을 향해 나를 가로 질러 내려간다. 그러다 올라오는 엄마와 남동생을 마주친다.

"어, 엄마"라고 한다. 엄마는 딸보다 에스컬레이터에 나란히 내려가는 나를 잠시 살펴보는 시선을 잠시 보내고,

곧 딸에게 모든 아이들에게 보내는 엄마만의 미소를 보내며 "잘 놀다와 딸"이라 말한다.

아침을 바쁘게 보낸 나는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던진 가장 친숙해진 물건을 꺼내든다. 기사를 보려하다 잠시 멈칫하고 전자북이 들어있는 교보 앱을 켜서 메리 올리버의 서쪽 바람을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음속에 들어온 시 한 편을 몇 번 되읽고 최근 나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내는 사람에게 보낸다. 삼일전에 있었던 소소한 일에 대한 이야기와 안부를 전하며. 그때 찬란한 호숫가에서 와인을 마시며 들었던 당신의 속 마음, 나에 대한 걱정과 안부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한다. 물결무늬와 웃는 이모지를 덧 붙인다. 조금 더 마음이 전달 될 수 있을까. 이것이 최소한의 친근함일까. 무뚝뚝한 문체가 담는 건 무뚝뚝하기만 할 것일까.

최근 매력적인 사람을 본다. 이유 없이 좋은 사람. 이게 어떤 마음인지 너무 섯불리 앞에 세우거나 뒤로 물러나게 하진 않아야 되는데. 때론 시선을 의식하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 시공간은 어쩌면 없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한다. 함께 하는 일과 개인적인 일, 프로세스 적인 일 사이에 그 어떤 지점에 잠시 머물렀다가 돌아가고 관계 맺고 사랑하고 언제까지나 영속될 것 같아보이지만 종착점이 있는 일들 사이에서.

지금은 한강 밑으로 전철이 움직이고 있다. 올해 가장 많이 만난 사람. 좋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메리 올리버

"서쪽 바람"중에서


야망이 나를 위해 해줄 일, 들판 끝에서 홀연히 나타난 여우가,

그 날카롭고 자신에 찬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이미 해주지 않았던가?


그 어떤 나라, 그 어떤 구경거리, 그 어떤 장관이

햇살 가득한 아침이나 빗속의 블랙워터 숲만큼 나에게 완전한 만족을 줄 수 있을까?


경이로운 건─내 나이 스무 살 때내 몸의 모든 움직임에 달콤한 평안이

초록 지구의 모든 움직임에 파라다이스의 암시가 있었던 것처럼,

내 나이 예순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거지.


소박한 집 위에도 궁전 위에도─같은 어둠이 있어.

악한 사람 위에도 정의로운 사람 위에도, 같은 별들이 있어.

회복될 아이 위에도 회복되지 못할 아이 위에도, 같은 에너지가 흘러,

비극에서 비극으로 어리석음에서 어리석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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