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깊은밤
꿈#1.
그들은 강가, 누구나 한번쯤은 찾아왔을 강가에 도착한다. 강가에 도착하자마자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지평선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윽고 시선은 하늘로, 그리고 나무에 매달려있는 작은 나뭇잎으로 향한다. 그리고 자갈이 펼쳐져 있는 드문드문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는 뭍으로 떨어진다. 그녀는 발끝으로 자갈을 톡톡 두드리다 둥글게 잘 마모된 자갈 하나를 집어 들고는 출렁이는 강물로 던진다. 최대한 멀리. 그는 하얀색 바지 앞주머니에 수놓아져 있는 용위로 엄지 손가락과 나머지 네 손가락을 모으고 그녀를 쳐다본다. 그녀의 표정은 순식간에 평화로운 모습에서 마치 사랑에 빠진것처럼 얼굴의 홍기가 가득하다. 장난기가 많은 소녀의 얼굴에서 여인의 얼굴로 변하는 순간. 강가의 바람은 그녀의 머리를 사자의 갈기처럼 흐트려 놓지만 그런 모습이 그녀를 더욱 아릅답게 보이게 한다. 그는 돌멩이를 주웠던 두손을 탁탁 털어내고 시퍼런 절벽, 중간이라곤 없는, 내달리는 절벽을 한번 더 주시한다. 이윽고 그녀에게 미소 짓는다. 그녀는 입술은 동그랗게 말아져있다. 흩날리는 머리를 정리하며 귀를 쓸어 올린다. 한걸음 다가가 그들은 손을 잡고 강가를 걷는다. 왜 강가였을까. 이 일은 대략 한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다. 나머지는 풍경속으로 녹아 들었다.
꿈#2.
나는 퍼스널 컴퓨터를 하고 있다. 기계가 나를 컨트럴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나와 컴퓨터 사이에는 물리적이거나 심리적 위화감의 거리는 없다. 내 눈은 컴퓨터를 보고 있고 컴퓨터의 큰 눈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기계의 생각이 싹트는게 느껴진다. 다만, 컴퓨터화 소통하려면 자판을 거쳐야 한다. 혹은 마우스. 온라인의 세계, 네트의 세계는 무한하지만 그렇다고 그 정보량의 한계가 가늠할 수 없는 숫자는 아니다. 기계의 머리 안에서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모든것이 가능하다. 다행이다. 하나둘 셋 넷 열, 백만년의 시간을 걸리면 그 정보들을 한번 씩 접할 수 있겠지만 지금도 무한의 증식되는 정보의 축적은 우주의 카오스적 의미와 같다. 늘 시간이 문제다.
반대편 세계에 그녀가 있다. 나와 모니터와의 거리 50cm, 그녀와 그녀의 컴퓨터와의 거리 50cm, 일미터 안의 세계다. 그녀는 어떤 자세로 컴퓨터를 하고 있는지 상상해본다. 한가닥 갈래로 머리를 묶은채 시력보호용 안경을 끼고 작은 티셔츠를 입은, 어쩌면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을 것 같은 그녀. 귀여운 손이 자판을 또닥 거린다. 그그녀의 멜랑콜리한 감정이 컴퓨터의 눈을 통해 내게 약간 스며든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삼십초 동안 고민, 내가 그녀가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감싼다. 그러면서도 그녀와 내가 한몸이 된 것을 상상해본다. 머릿속에 두 생각이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다양한 사람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나 또한 상황에 따른 다양한 모드를 가지고 있다. 그녀와 나는 여러 갈래의 사람이다. 여러 사람이 한 몸에서 작업을 한다. 처음에는 물과 기름이었던 것이 섞여드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섞인다. 불가능 하거나 있을 수 없는 일은 세상에 모든 일들이다. 우리의 색깔이 하나로 채색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색이 합쳐지면 탁한 무채색을 낼 수도 있다. 신비하게 이 색깔을 프리즘에 비춰보면 천연색이 나올 수 있다. 우리는 모든것이자 아무것도 아닌 전무다. 그녀가 색으로부터 분리해 나간다. 살짝 통증이 느껴진다. 다시 1m. 그녀와 나의 거리. 손만 뻗으면 된다. 그러다 손을 뻗을 찰나 나는 흠칫 놀라며 깨어난다. 현실 또는 꿈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