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자기가 위치한 곳을 바라볼 때 그것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동물이 인간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창공을 선회하는 비상의 날것들이야말로 그 일에 두각을 나타낸다. 그들의 춤은 어떤 보행보다 어떤 방랑보다 아름답다.
책을 덮어도 소용없다. 여자를 떠나도 소용없다. 도시를 바꾸어도 소용없다. 직업을 포기해도 소용없다 산을 올라도 소용없다. 바다를 건너도 소용없다. 국경을 건너도 소용없다. 비행기를 타도 소용없다. 꾸는 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여러가지 소중한 것을 계속 잃고 있어." 전화벨이 그친 다음에 그는 말한다. "소중한 기회와 가능성, 돌이킬 수 없는 감정, 그것이 살아가는 하나의 의미지.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는, 아마 머릿속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을 기억으로 남겨두기 위한 작은 방이 있어. 아마 이 도서관의 서가 같은 방일 거야. 그리고 우리는 자기 마음의 정확한, 현주소를 알기 위해, 그 방을 위한 검색 카드를 계속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안되지. 청소를 하거나 공기를 바꿔 넣거나, 꽃의 물을 바꿔주거나 하는 일도 해야 하고, 바꿔 말하면, 넌 영원히 너 자신의 도서관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거야."
"언젠가 다시 여기로 돌아와도 괜찮을 까요?" 하고 내가 묻는다.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중-
그는 나의 담임 선생님은 아니었다. 윤리 선생님이었다. 강직한 눈매와 콧날, 예술가적 손을 가진 그는 나를 교무실로 부르곤 했다. 굴직한 인생의 시기에 그와의 대화가 있었다. 음악이 흐르고, 시간이 흘렀다. 커피를 갈았다. 꼿꼿이 서서 커피를 타고 다도잔에 차를 따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종교와 정치, 아이들,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강직하면서 부드러운 모습. 차는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커피는 마음을 풍선에 실어 어딘가로 보냈다. 다도잔의 아름다운 찻잔, 다관과 규슈에서의 이야기. 보이지 않는 음악이 대화 내내 흘러다녔다. 건반이 춤추기를 끝날무렵 어느덧 나는 집으로 향해야 함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