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아래 편
삶은 선택의 연속. 생존유지에 꼭 필요한 기본적인 것, 먹고 자는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택이라는 시간의 과정을 거친다. 그 무수히 많은 선택속에서 내가 내가 되어왔다고 어느날 문득 나는 네게 우연히 말했다. 당신이었기에 그말이 갑자기 튀어 나왔다. 게다가 어느정도 평온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어느정도.
하지만 그것보다 당신이 더 좋다고, 당신이 그말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한 사람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지 당신에게 물었다. 당신은 대답하진 않았지만 그 시절의 내 대답은 불가능해 보인다 였다. 왜 그런 질문을 했고 왜 그렇게 자답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당신과 나를 내부와 외부에서 들여다 볼수 있는 것을 상상던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기회는 신을 만나는 것처럼 불가능의 영역일것이고 - 그 삶이 어떻다고 그것은 어떤 것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침묵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산어귀에 있다. 산의 중턱까진 함께했다. 오르내리며 서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것은 전부이면서도 선택된 말과 선택된 사실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망설임의 순간들이 있었다. 산을 함께 오를지 아니면 산의 허리에서 마을로 돌아가 익숙한 음악을 듣고, 익숙한 음식을 먹으며 익숙한 사람들을 만날 것인지 망설이기도 했다. 우리의 산행에 날을 계산하기도 했다. 산을 올라가고 산을 내려가는 건 딱 여기까지야라는 말도 들었다. 그럼에도 손을 놓지 않았다. 세상의 때묻음이 우리가 손잡는 순간 눈이 하얀 세상을 만들듯 세상을 덮어버려 둘만의 투명한 완벽한 세상으로 변했다. 눈속에 파묻힌 우리 둘.
당신과 우산을 함께 쓴적이 있었다. 그때 우산은 무척 작았고 나는 대부분의 우산을 당신으로 향하면서도 내가 비를 맞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머리와 한쪽 어깨를 그 우산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그때를 기억하며 나는 우산으로만 100년된 브랜드의우산을 당신에게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당신은 한참 동안 내가 준 우산을 가지고 다녔다. 그 우산을 소중하게 대해주는 것 같아 나는 내심 기뻤지만 그런 말들은 하지 않았다. 때론 말들은 아무 의미 없기에.
나는 당신과 많은 것을 함께 하자고 말한다. 이러한 감정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우리는 잘알고 있었지만 그 단어를 발설하지 않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프리즘을 통과한 그 마법의 단어는 다양한 감정으로 발산되었지만 종착지는 하나였다. 그리움. 수많은 의미를 포괄하는 마력을 지닌 단어, 그러기에 그 단어를 우리는 서로에게 말했다. 한편 채워지지 않음도 있다. 그것은 우리라 말하는 것들 사이에 부유하는 다양한 세상이 있기 때문일 것 같다. 과거가 될 수 있고 현재가 될 수 있으며 불확실한 미래가 될수도 있다. 내가 되기위한 많은것들의 노력이 붕괴되고 그 붕괴된 세상에서 새로운 세상이 태어나는 것을 가까이서 때론 멀리서 바라본다. 감정적이 된다. 성의 완성을 지켜보겠다고 아니면 성의 붕괴를 막는 파수꾼이 되겠다고 말한다.
말도 침묵도 어떤 것도 효과적이지 않을때도 있다. 해와 달이 공존하는 세상이라지만 우리는 달의 뒷면을 육안으로 절대 볼수 없는 세계에 살고 있기에. 달의 뒷면, 어둠의 세계, 선악의 저편. 삶과 죽음이 지평선 저쪽에 있고 나는 그 지평선에 서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다. 허나 정말 두려운 것은 없는 것일까. 두렵지 않다는 건 허언이 아닌데, 그렇다면 살아있는 동안 그 두렵지 않은 세계로 향하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우리는 와인잔을 오랫동안 부딪힌다. 와인과 음악이 흘러다니고 시선은 당신을 향한다. 이야기는 과거로 현재로 미래로 향한다. 눈과 눈이 마주치는 시선의 중심에 초가 세상을 밝히듯 마주치는 중심에서 불꽃이 있다.
마음을 들킬것 같은 순간. 앞에 있는 당신의 검은 눈동자가 깊다. 소중하게 대하는, 가까이 있는 혹은 떨어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떨어짐 에서도 당신을 언제나 위한다면 그 응원의 목소리를 당신은 들을 수 있을까.
당신과 온기를 나누는 순간 세상 많은 것들이 부질 없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나의 색과 존재는 마주함의 순간에 붕괴되고 떠오르고 선명해지며 연결됨으로서 살아있다고 느껴진다. 내 앞에 있는 당신이 어쩌면 나라는 사실. 모든것은 생명앞에 부차적이다. 가장 소중했던 이 순간-이 이어짐속이 영원의 한장면이 될 수 있다면.
“눈이 녹으면 흰 빛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라고 세익스피어는 말했다.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눈이 녹아도 흰 빛이 있었다는 사실과 당신과 내가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은 지워지는 일이 아니다. 모든것이 서서히 잊힐 수 있겠지만 우리는 현재를 살아간다.
아무도 모르게 많은 것이 한순간에 변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계, 미래는 알 수 없기에 미래라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다. 현재의 흐름과 방향. 그렇다면 앞으로는 소중한 것에 대해 이야기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