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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핫불도그 Apr 11. 2024

라이 쿠더 (1)

파리 텍사스 &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Circa 1970s

1970~80년대 국내에 소개된 뛰어난 재즈 기타리스트들이 많았습니다. 그 배경에는 1960년대 말 마일즈 데이비스가 촉발한 재즈 퓨전의 도래 그리고 전자 악기의 도입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당시 젊은이들의 지지를 받은 록, 그 상징인 일렉트릭 기타와 사운드를 도입한 것과도 연관이 됩니다. 물론 재즈사에서 전자 기타는 재즈 기타리스트의 원조격인 찰리 크리스찬까지 올라갑니다. 약 오십년 전 재즈 기타로 팬들을 설레게 한 뮤지션들은 누가 있었을까요?  

존 맥글러플린(1942~)

래리 코리엘(1943~2017)

존 애버크롬비(1944~2017)

라이 쿠더(1947~)

래리 칼튼(1948~)

빌 프리셀(1951~)

리 리트나워(1952~)

팻 메스니(1954~)

알 디 메올라(1954~)

...

이번 글에서 주목하는 기타리스트는 라이 쿠더입니다. 또한 쿠더와 묶여 있는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입니다.


Ry Cooder(1947~)

Ry Cooder(1947~)

개인적으로 라이 쿠더의 슬라이드 기타 주법과 재즈, 루트 뮤직, 블루스 등을 접목한 독특한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라이 쿠더를 처음 접한 계기는 1987년 한 편의 영화에서였습니다.


Paris, Texas(1984)

1984년 빔 벤더스 감독이 만든 영화 <텍사스주 파리>는 나스타샤 킨스키와 해리 딘 스태튼이 부부로 출연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평점이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11일 현재 IMDB에서는 8.1입니다. 7점대도 명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은데 이 영화는 그 이상입니다. 쿠더의 음악이 한몫합니다.

이 영화를 1987년 신촌 어디선가 봤습니다. 그것도 이상한 상황에 빠지게 되면서 혼자...

절망적인 부부 관계가 화재로 영원히 단절된 후 남편은 수년간 방황을 하며 자신의 삶을 되새깁니다. 왜 아내에게 집착했는지 왜 그녀가 떠났는지 회환에 빠지면서. 이런 상황에서 라이 쿠더의 슬라이드 기타 연주가 잔잔히 깔립니다. 바로 "Paris, Texas" 메인 테마였죠. 이 곡은 1930년 전후 전성기를 구가한 블루스 싱어 겸 기타리스트 블라인드 윌리 존슨의 "Dark was the night(Cold was the ground)"를 모티브로 만든 곡입니다. 이 곡은 황무지인 텍사스 주 북동부 파리의 느낌을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어쩌면 남편의 목적 없는 방황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척박한 장소 '파리'가 희망의 상징은 아닐까요?

이 영화 한 편으로 라이 쿠더의 연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Buena Vista Social Club(1997)

영화 음악에 재능을 발휘한 라이 쿠더는 13년 후 프로듀서로 변신하여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전망 좋은 사교 클럽)을 전세계에 알립니다. 쿠더가 제작하여 쿠바 음악의 정수를 전세계에 알린 바로 그 앨범입니다.

1997년 라이 쿠더 제작의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이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은 쿠바의 호시절(1930~1950년대)에 쿠바 음악을 이끈 이들입니다.

●골든 에이지●
쿠바는 마피아 등 미국 자본이 투하되며 관광 및 오락 산업이 발전하였고 아바나는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휴양지가 됩니다. 쿠바산 데킬라와 미국을 상징하는 콜라가 퍼져나갑니다. 쿠바 정권은 친미적이었고 양국은 정치적 분쟁없이 20세기 전반을 보냅니다. 쿠바 음악의 번성은 1959년 1월 1일 피델 카스트로(1926~2016)의 혁명이 성공하면서 미국과의 단절과 함께 봉인됩니다. 쿠바에서는 이 혁명 이전의 음악적 번성기를 "Golden Age"라고 하며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미군 사교 클럽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또한 이 황금기를 대표한 밴드입니다. 이 클럽에서 연주한 쿠바 뮤지션들이 바로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프로젝트의 주인공들로 1990년대 중반 소환된 것입니다.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뮤지션들은 미8군에서 활동한 국내 원로 가수 및 연주자들과 비교할 수 있겠군요.


리허설을 위해 함께 모인 연주자들의 모습입니다.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연주자들

아래 사진은 콤파이 세군도의 집에서 연주하는 라이 쿠더의 모습입니다.

라이 쿠더, 콤파이 세군도의 집에서

큐반 음악을 이끈 남성 보컬에 이브라임 페레르가 있습니다. 페레르의 거칠지만 정감 있는 목소리는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그 자체였습니다. 이미 황혼기였던 70대 중반 쿠더에 의해 픽업되어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한 페레르. 전세계 대중은 그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큐반 재즈에 다시 불을 지핀 그는 약 5년간 활동하다가 2005년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향년 78세.

이브라임 페레르(보컬, 1927~2005)

페레르의 맞은 편에 있는 여성 보컬리스트로 오마라 포르투온드가 있습니다. 댄서 겸 싱어인 포르투온드는 여성 보컬 그룹 쿠아테토 다이다(Cuarteto d'Aida, 아이다 쿼텟)의 멤버로 유명하였고 수많은 큐반 뮤지션들과 활동하였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 쿠더가 다시 소환한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 참여하여 멋진 음악을 선사하였습니다. 그는 현재 93세입니다.

오마라 포르투온드(보컬, 1930~)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은 손(son), 볼레로(borelo), 그리고 단손(danzó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좀더 확장한다면 아프로큐반 재즈를 풍기기도 합니다. 밴드에 참여한 역전의 뮤지션들이 재즈도 연주하였기에 그 스타일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 싱어 겸 기타리스트인 콤파이 세군도와 피아니스트 루벤 곤잘레스가 보입니다. 세군도는 트로바(trova)를 주로 연주하였습니다. 한편 곤잘레스는 아프로큐반 재즈, 손, 단손 등을 연주하였는데 특히 큐반 손(son cubano)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쿠바의 대표 피아니스트입니다. 둘은 2003년 생을 마감합니다. 세군도는 93세, 곤잘레스는 84세였습니다.  

콤파이 세군도(기타, 1907~2003),  루벤 곤잘레스(피아노, 1919~2003)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다시 만들어지고 앨범이 나온 후 1999년 이들의 삶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감독이 누구였을까요? <파리, 텍사스>의 빔 벤더스입니다.

라이 쿠더

파리 텍사스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빔 벤더스

이들의 작품을 통해 음악의 다양성 그리고 음악과 영화의 동질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라이 쿠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기획한 쿠더의 재즈 작품들은 상당히 근사합니다.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앨범과 이 밴드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작품도 같이 찾아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님들은 헤밍웨이가 머무른 아바나 클럽에 있게 됩니다.

불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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