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클라리넷 10선

아티스트, 추천작, 해설

by 핫불도그

재즈에서의 클라리넷

재즈에서 클라리넷은 어떤 위치에 있을까요?

뉴올리언즈로 거슬러 올라가면 빅밴드에서 클라리넷의 역할이 컸습니다. 또한 스윙 재즈에 이르기까지 이 악기의 역할은 상당했습니다.

스윙의 쇠퇴 그리고 비밥의 도래와 맞물리면서 클라리넷은 점차 약화됩니다. 그 대신 색소폰이 더욱 강력한 사운드와 쉬운 운지법을 무기 대세가 됩니다. 하지만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같이 연주하는 멀티플레이어들이 존재하였고 현재까지도 재즈 악기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클라리넷은 음역에 따라 베이스, 알토, 소프라노, 피콜로 클라리넷 등으로 구분됩니다.


클라리넷 명인들을 중심으로 추천작 10선을 소개합니다.


재즈 클라리넷 10선

아티스트: 앨범명, 녹음연도, 레이블, 해설


1. 시드니 베세(1897~1959)

Cafe de la Paix, 편집앨범 / The Fabulous Sidney Bechet, 블루노트

지금 님들은 1920년대 뉴올리언즈에 와있습니다.

루이 암스트롱, 젤리 롤 모튼, 조 킹 올리버, 그리고 시드니 베세. 이 네 명의 뮤지션들이 뉴올리언즈 재즈를 이끌고 있습니다. 루이 암스트롱의 라이벌 시드니 베세는 클라리넷과 소프라노 색소폰을 연주합니다. 물론 작곡에서도 멋진 곡이 많습니다. 그러나 성질이 죽 끓듯 하여 한 밴드에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는 외로운 늑대였습니다. 그에 대한 평가가 이런 이유 등으로 루이 암스트롱에 밀리는 경향이 있었고 40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미국인 아닌 프랑스에서 말이죠.

...

1897년 뉴올리언즈에서 태어난 베세는 어릴적 여러 악기를 독학으로 익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초반까지 클라리넷은 그를 대표하는 악기였고, 런던 소호에서 구입한 소프라노 색소폰을 계기로 20대 후반에 이를 마스터하여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소프라노 색소폰은 1950년대가 되어서나 자주 사용되는 악기가 되는데, 예를 들면 존 콜트레인의 경우도 소프라노 색소폰을 1961년 작품 <My Favorite Things>에 처음 연주합니다. 베세는 1920년대 듀크 엘링턴, 제임스 P. 존슨 등의 사이드맨으로도 있었으나 이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좀더 인원이 적은 콤보에서 자신의 솔로 즉흥 연주를 선호하였고, 그의 방랑자적 연주 생활은 계속됩니다. 1930년대 초반 자신의 밴드인 뉴 올리언즈 피트워머즈를 운영했지만 대공황이 발목을 잡았고 생계를 위해 양복점을 운영합니다. 베세 음악 경력의 반전은 1939년 신생 레이블인 블루노트에서 연주한 "Summertime"에서 시작됩니다. 이 곡은 블루노트 레코드의 최초 히트곡입니다. 참고로 최대 히트작은 노라 존스의 데뷔 앨범입니다.

1949년 베세에게 엄청한 행운이 옵니다. 파리에서 열리는 살 플레옐 재즈 페스티벌(Salle Pleyel Jazz Festival)에 찰리 파커와 초대되어 연주를 하게 되는데 이 연주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프랑스에 정착하는 계기가 됩니다. 1951년 프랑스의 국민 영웅이 된 베세는 1959년 암으로 삶을 마감하기까지 많은 공연과 레코딩으로 10년간을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그의 주요 녹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1932 'Sweetie Dear', 'Shag'

1939 'Blues in the Air', Summertime'

1941 'Strange Fruit'

1952 'Petite Fleur'

1930~40년대 녹음과 1950년대 유럽 거주 당시의 레코딩 위주로 감상하시면 무리가 없습니다. 재즈 색소폰 연주 기법을 발전시킨 베세. 독특한 톤과 타이밍으로 소프라노 색소폰의 매력을 선사하는 베세. 외로운 늑대에서 재즈의 마법사로 변신한 베세는 미국 재즈를 유럽에 알리는 데 기여합니다.

PS: 우디 앨런의 <Midnight in Paris>에 베세의 곡이 있습니다. 영화와 음악의 멋진 콜라보!

베세의 연주곡 제목에 불어가 많은 이유, 다 이유가 있었죠? 게다가 영화 배경도 파리.


2. 조니 도츠(1892~1940)

Kind of the Blues Clarinet 1923~1940, 편집앨범, 업비트 재즈

도츠는 초기 재즈(전통 재즈, 딕시랜드 재즈, 뉴올리언즈 재즈)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조 킹 올리버, 젤리 롤 모튼, 루이 암스트롱 등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였고 클라리넷과 알토 색소폰을 연주합니다. 미시시피주 음악가정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고 뉴올리언즈로 이사가면서 클라리넷을 불게 됩니다. 1920년대 중반부터 시카고 클럽에서 연주를 하였고 이때 사치모의 핫 파이브(핫 세븐)과 사치모의 경쟁자인 모튼의 밴드 레드 핫 페퍼스의 멤버로 활동했습니다. 도츠의 진지함과 절제된 매너는 음악으로 승화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클라리넷 연주는 블루스 클라리넷의 왕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었고 도츠의 연주 스타일은 스윙의 왕이 되는 베니 굿맨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도츠의 활동 시기와 당시의 녹음 기술 등을 고려했을 때 그의 연주는 편집앨범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추천작은 그의 전성기부터 48세로 타계하기 전까지의 곡들을 싣고 있습니다.


3. 피 위 러셀(1906~1969)

Jazz Reunion, 1961, 캔디드

오클라호마에서 자란 러셀은 15세에 프로 연주를 시작했고 20대 초반 뉴욕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1930년대에 여러 밴드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클럽 공연을 병행합니다. 1940년대에 알콜 중독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고 1951년 상황은 악화되어 연주 중단에 이릅니다. 이후 1950~1960년대에 걸쳐 리더작을 꾸준히 발표합니다. 테너 색소폰의 발전에 기여한 콜맨 호킨스와 피 위 러셀의 공통점은 스윙 재즈를 연주하다가 자연스럽게 비밥을 수용했다는 점입니다. 1961년작 <재즈 리유니온>은 이 두 연주자를 중심으로 구성한 셉텟(클라리넷, 색소폰, 트롬본, 트럼펫,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며 밥 브룩마이어가 트롬본을 조 존스가 드럼을 맡고 있습니다.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딕시랜즈 재즈입니다. 편안하고 나른하며 느긋한 연주로 감상자의 모든 시름을 잊게 합니다.


4. 베니 굿맨(1909~1986)

1938 Carnegie Hall Jazz Concert, 1938, 콜롬비아

1929년 9월 시작된 월가의 증시 폭락에 이어 대공황이 시작됩니다. 이 여파는 1930년대를 지배합니다. 그러나 재즈팬들은 존재했고 대공황에 적응하면서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1935년부터 빅밴드 연주에 따라 춤을 출 수 있는 빠르고 우아하며 파워풀한 스윙 재즈가 연예산업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이 시대의 뛰어난 뮤지션들 일부를 적어봅니다.

빌리 홀리데이: 보컬

레스터 영: 클라리넷, 색소폰

장고 라인하르트: 기타

팻츠 월러: 피아노

아트 테이텀: 피아노

테디 윌슨: 피아노

아티 쇼: 클라리넷

콜맨 호킨스: 색소폰

캡 캘로웨이: 악단

카운트 베이시: 피아노, 악단

베니 굿맨: 클라리넷, 악단

지미 도시: 클라리넷, 색소폰, 악단

듀크 엘링톤: 피아노, 악단

빌리 스트레이혼: 피아노, 편곡, 작곡

...

재즈북 1권에서 재즈 거장 5인에 듀크 엘링턴을 반영하여 소개해 드렸습니다. 스윙을 이끈 점, 재즈계의 모차르트라고 할 정도도 많은 작품과 스탠더드를 남긴 점, 그리고 오랜 기간동안 자신의 오케스트라들 이끈 점 등이 그 배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스윙 재즈에 관한 한 베니 굿맨은 듀크 엘링턴과 동격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스윙의 왕인 굿맨이 그의 악단과 함께 1938년 1월 16일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합니다. 당시 현장의 생생한 감동은 1950년, 1999년 두 차례의 음반 발매로 접할 수 있는데 이 공연은 역사적인 카네기 홀 공연으로 재즈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5. 아티 쇼(1910~2004)

The Complete Gramercy Five Sessions, 편집앨범, RCA

쇼 또한 라이벌 굿맨과 더불어 스윙 시대를 풍미한 클라리넷 연주자이자 밴드 리더입니다. 굿맨이 악단을 운영하며 콤보 재즈를 병행한 것과 같이 쇼도 그의 악단 멤버들을 추려 스몰 재즈를 연주, 녹음하였습니다. 그의 인기는 1940년대 전후에 정점을 찍었는데 연주 측면에서는 최고의 기량을 보여줍니다. 굿맨을 스윙의 왕이라고 한다면 쇼는 클라리넷의 왕이라고 부릅니다. 1942~1944년 해군에 복무하며 위문 공연을 다녔고 제대 후 밴드를 만들어 운영하였지만 쇼는 1950년 중반까지 활동 후 재즈계를 완전히 떠났습니다. 추천작은 1945년까지 소속사였던 RCA에서 녹음한 모음집입니다.


6. 버디 드프랑코(1923~2014)

Art Tatum-Buddy de Franco Quartet, 1956, 버브

이태리계 미국인인 드프랑코는 시기적으로 베니 굿맨과 아티 쇼 다음에 등장한 후배 뮤지션입니다. 굿맨과 쇼가 1930년의 스윙을 대표했다면 드프랑코는 스윙이 저물고 비밥이 떠오르는 1940년대에 부상한 연주자입니다. 즉, 드프랑코는 이전 선배들의 스윙 재즈가 아닌 비밥과 이후의 포스트 밥을 지향한 뮤지션입니다. 또한 1938년 글렌 밀러가 만든 글랜 밀러 오케스트라를 1966~1974년 이끌기도 하였습니다. 공연 기획자, 프로듀서 겸 레코드 설립자인 노만 그란츠는 1953~1956년 동안 아트 테이텀의 솔로 연주와 다른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녹음합니다. 그중의 하나가 47세의 아트 테이텀과 33세의 버디 드프랑코를 포함한 쿼텟이었고 피아노, 클라리넷, 베이스, 드럼 편성으로 1956년 2월 녹음을 하였습니다. 스트라이드 피아노의 일인자였던 테이텀은 과음에 따른 신장기능 저하로 그해 11월 삶을 마감하였습니다.


7. 지미 쥬프리(1921~2008)

Thesis, 1961, ECM

쥬프리의 이 작품은 트리오 추천작으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클라리넷과 색소폰의 쥬프리는 프리 재즈, 쿨 재즈, 챔버 뮤직에서 이름을 알린 연주자입니다. 1961년 블레이와 스왈로를 영입하여 트리오에 변화를 주게 되는데 그 결실이 사진 속 앨범 <Thesis(주제)>입니다. 이 작품은 쥬프리의 오리지널이 대부분이나 폴 블레이의 곡과 그의 배우자인 칼라 블레이의 한 곡이 포함되었습니다. 쥬프리의 트리오는 악기 편성도 독특하고 프리, 챔버 뮤직, 쿨, 서드스트림 등을 골고루 들려줍니다. 특히 그의 프리 재즈는 1960년대 유행한 프리 재즈와 구별됩니다.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소리없이 강하게 프리 스타일을 지향하는 측면? 이런 면이 쥬프리의 프리 재즈가 챔버 뮤직과 닿아 있습니다. 쥬프리의 콤보는 다양합니다만 트리오 작품이 월등히 많고 주목할 작품도 꽤 됩니다. 1950~1960년대에 걸쳐 트리오 작품 혹은 지미 쥬프리 3로 발표한 앨범들을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8. 에릭 돌피(1928~1964)

Out to Lunch, 1964, 블루노트

에릭 돌피하면 프리 재즈, 다악기 연주자, 오넷 콜맨 등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1958년 색소폰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텍사스 블루스와 비밥을 연주하던 오넷 콜맨이 <Something Else!!!!>를 발표합니다. 콜맨의 새롭고 난해한 작품에 젊은 연주자들이 참여하였고, 콜맨은 "음악이 언제가는 더 자유로와지고, 작품을 만드는게 공기를 들이마시듯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라고 인터뷰를 합니다. 콜맨이 프리 재즈 형성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사건 중의 하나입니다. 콜맨의 음악 작업에 꾸준히 참여한 뮤지션들은 프리 재즈의 대표 뮤지션들로 성장하게 됩니다.

돈 체리: 코르넷

듀이 레드맨: 테너 색소폰

에릭 돌피: 베이스 클라리넷

찰리 헤이든: 더블 베이스

빌리 히긴스, 에드 블랙웰: 드럼

그렇다면 프리 재즈는 어떤 장르일까요?

프리 재즈
비밥, 하드밥, 모달 재즈에서 나타나는 템포, 톤, 코드 전개 등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플레이어의 자유로운 연주에 더 무게를 둡니다.
어떻게요?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제시하여 연주하면 다른 사람이 이어 받아가는 형식을 취하면서 멜로디와 리듬이 잘 어우러지도록 구성을 하면서요.

프리 재즈에서 클라리넷과 플루트를 연주하는 뮤지션으로 에릭 돌피와 앤소니 브랙스톤이 있습니다. 1964년 앨범 <부재중: 점심식사>는 돌피의 대표작이자 프리 재즈를 빛낸 작품입니다. 드럼에 18세의 토니 윌리엄스, 비브라폰에 22세의 바비 허처슨, 드럼펫에 25세의 프레디 허버드 등을 과감히 기용하여 젊은 연주자들의 자유로운 연주 속에서 돌피는 음을 쌓아갑니다. 앨범 녹음 후 3주가 지날 무렵 돌피는 찰스 밍거스의 역사적인 두 공연(3월 18일: 코넬 대학 라이브, 4월 4일: 타운 홀 콘서트)에 참여하였고 밍거스 섹스텟의 일원으로 유럽 투어에 나섭니다. 이후 그는 독일에서 따로 공연하다가 36세로 생을 마감합니다.


9. 에디 다니엘스(1941~)

Night Kisses - A Tribute To Ivan Lins, 2020, 레조넌스

클라리넷, 플루트, 테너 색소폰을 연주하는 다니엘스는 재즈와 클래식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연주에는 클라리넷을 사용하고 재즈의 경우 여러 악기를 다루었지만 1980년대 이후 클라리넷에 집중합니다. 그의 커리어에서 빠질 수 없는 밴드가 태드 존스 & 멜 루이스 오케스트라이며 1960년대 중반부터 6년간 활동합니다. 이후 1970~1980년대에 거쳐 밥 제임스의 펑키한 퓨전 작품과 데이브 그루신의 앨범 등에 참여하였습니다. 추천작은 다니엘스의 최신 앨범입니다. 제임스와 그루신이 참여하여 돈독한 우정을 보여줍니다. 리듬 섹션 트리오와 두 대의 키보드(피아노) 그리고 클라리넷의 조합입니다. 이 앨범은 브라질의 작곡가 겸 연주자인 이반 기마라슈 린스(1945~)에 대한 오마쥬입니다. 수록곡도 린스의 작품들로 구성되었습니다.


10. 아낫 코헨(1975~)

Clarinetwork: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2010, 앤직

코헨은 이스라엘 출신의 관악기 연주자로 1999년부터 공식 활동을 하고 있으며 뉴욕이 그의 주무대입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각종 수상과 전문지의 찬사를 받으여 주목받는 클라리넷 연주자로 자리매김하였고 2005년 데뷔 앨범을 시작으로 총 6장의 리더작을 발표하였습니다. 사진은 통산 4집에 해당하는 2010년 앨범 <클라리넷워크: 빌리지 뱅가드 라이브>입니다. 이 음반은 스윙의 왕이자 클라리넷 명연주자였던 배니 굿맨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녹음한 빌리지 뱅가드 실황입니다. 후배 클라리네티스트의 존경심을 담은 진지한 연주와 리듬 섹션 트리오(베니 그린, 피터 워싱톤, 루이스 내쉬)의 조합은 매우 사실적입니다. 녹음도 훌륭하여 퀘텟이 바로 감상자의 눈앞에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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