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편: 아티스트, 추천작, 해설
상편에 이어 나머지 재즈 보컬 7인을 소개합니다.
7. 지미 스콧(1925~2014)
Mood Indigo
지미 스콧은 리틀 지미 스콧으로 불리곤 합니다. 콜만 증후군으로 성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목소리도 매우 독특한 하이 톤의 콘트랄토가 되었는데 이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래는 평범하지 않습니다. 팝의 아이콘 마돈나는 스콧에 대하여 "저를 울게 만드는 유일한 가수"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약 60년간의 음악 경력에 비해 공식 앨범은 20여장 정도입니다. 이 작품들 중 우리를 이끄는 앨범은 아마도 2000년 발표작 <Mood Indigo>일 것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따라가 볼까요?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이자 흑백 무성영화 명작인 모던 타임즈. 채플린이 감독 및 주연을 맡았습니다. 명작에는 항상 아름다운 음악이 있는 법! 이 영화에는 채플린이 작곡한 "스마일"이 연주곡으로 삽입되었습니다. 이후 1954년 존 터너와 조프리 파슨스가 가사를 붙여서 스탠더드가 됩니다.
Smile
Smile though your heart is aching
Smile even though it's breaking
When there are clouds in the sky, you'll get by
If you smile through your fear and sorrow
Smile and maybe tomorrow
You'll see the sun come shining through, for you
Light up your face with gladness
Hide every trace of sadness
Although a tear may be ever so near
That's the time you must keep on trying
Smile, what's the use of crying?
You'll find that life is still worthwhile if you just smile
That's the time you must keep on trying
Smile, what's the use of crying?
You'll find that life is still worthwhile if you just smile
현실이 힘들고 어려워도 항상 웃노라면 밝은 내일이 올 것이라는 채플린의 메시지이자 모던 타임즈의 결말인 스마일.
채플린의 아름다운 연주곡에 가사를 붙인 스마일을 많은 가수들이 불렀습니다. 그중 우리에게 너무나 애절하게 와닿는 몇몇 리메이크가 있습니다.
A. 냇 킹 콜: Smile (1954)
1954년 가사를 붙인 스마일이 완성되었고 콜이 첫 녹음을 합니다. 초콜릿과 같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재즈 보컬이 들려주는 스마일은 현실의 어려움을 말끔히 씻어버리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희망의 내일을 제시해 줍니다.
B. 지미 듀란테: Hello Young Lovers (1965)
조커로 분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빛난 2019년 영화 <조커>. 이 영화로 피닉스는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받습니다. 명작에는 명곡이 있습니다. 영화는 음악이고 음악은 영화입니다. 영화 조커에는 몇 곡의 수록곡이 조커의 변화하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수록곡 스마일은 광대로서 남들을 웃겨야 하는 아더 플렉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지미 듀란테의 1965년 앨범 <안녕 젊은 연인들>에 실렸던 스마일을 영화에 삽입했습니다. 듀란테의 보컬은 뉴욕 로어 이스트의 전형적인 억양에 약간은 코믹하고 걸쭉한 목소리입니다. 그의 이러한 목소리가 전달하는 뉘앙스는 오히려 스마일을 슬프게 합니다. 남들을 웃기려고 분장을 하는 플렉의 모습이 오버랩되는군요.
C. 마이클 잭슨: HIStory: Past, Present and Future, Book I (1995)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부르는 스마일은 재즈도 록도 아닙니다. 팝, R&B, 발라드, 힙합 등 카멜레온 같은 목소리로 연출하는 잭슨의 노래. 앨범 <히스토리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1권>은 팝 애호가라면 반드시 들어야 할 작품일 겁니다. 잭슨의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곡들과 신곡을 모은 두 장짜리 앨범의 마지막을 스마일이 장식합니다. 바이올린, 피아노, 허밍, 휘파람, 그리고 잭슨의 읊조림...
D. 크리스 보티: To Love Again (2005)
재즈 트럼피터 크리스 보티의 대표작입니다. 이 앨범은 유명 인사들의 참여로 유명합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 에로스미스의 보컬 스티븐 타일러가 해석하는 스마일은 재즈 스탠더드에 가까웠던 스마일을 록 발라드 버전으로 바꾸었습니다.
E. 지미 스콧: Mood Indigo (2000)
스콧이 74세에 녹음한 발라드 모음곡입니다. 자연적으로 카스트랄토가 된 스콧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저미게 합니다. 그의 해석과 레퍼토리는 앨범의 푸르스름한 인디고 색상으로 우리의 마음에 퍼져나갑니다. 멜랑꼴리하지만 어느새 마음의 찌끼가 사라지면서 정화가 됩니다. 님들은 스콧의 노래에 맘껏 울어도 됩니다. 그리고 다시 웃을 수 있습니다. 마치 채플린의 영화 마지막 장면의 주인공들처럼. 스콧의 노년작 <푸른색 분위기>는 그런 앨범입니다.
8. 토니 베넷(1926~2023)
Love for Sale
위대한 어메리칸 송북의 전설적인 해석가!
중후한 목소리와 넉넉하고 안정감 있는 연출 그리고 뛰어난 무대 매너.
미국인들과 전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은 재즈 보컬리스트 토니 베넷이 알츠하이머 질환에 따른 7년간의 투병끝에 96세를 일기로 7월 21일 영원한 작별을 고했습니다.
토니 베넷
직업: 가수, 엔터데이너, 화가
출생: 1926년 7월 3일 뉴욕주 뉴욕시
사망: 2023년 7월 21일 뉴욕주 뉴욕시
주요 장르:
재즈, 스윙, 빅밴드, 이지 리스닝, 전통 팝
성과:
그래미상 20회
그래미 평생공로상
5천만장의 음반 판매
홀리우드 명예의 거리 입성
바이오:
1926년 식료품상 존 베네딕토의 아들로 출생
(이름: 안토니 도미닉 베네딕토)
주디 갈란드, 빙 크로스비, 에디 캔토, 알 존스 및 대표적인 재즈 싱어들의 노래를 들으며 성장
10세부터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
뉴욕 산업 예술 학교에서 회화와 음악을 공부 그리고 자퇴
이후 가족 생계를 위하여 나이트 클럽 등에서 공연
1944년 2차 세계 대전 당시 징집
1949년 밥 호프 쇼에 출연 이후 토니 베넷으로 개명
1951년 "Because of You"를 불러 히트
1954년부터 약 10년 동안 명성을 드높임★
1965년 이후 1970년대 말까지 프로 경력의 부침
(마약 중독, 가수로서의 스트레스, 독자 음반사 설립 등)
이후 1980년대 말까지 전환기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제 2의 전성기★
2006년 80세가 되었고 과목할만한 작품들 발표★
2021년 마지막 라이브 공연
2022년 공식 은퇴
2023년 7월 21일 영면
별표시는 그의 전성기입니다.
한편 베넷 경력을 빛내는 중요한 콜라보와 공연이 있는데 추려볼까요?
몇 년 전 레이디 가가와 듀엣 앨범 두 장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다이아나 크롤과의 듀엣을 통해 멋진 재즈 발라드를 들려줍니다.
후배 뮤지션들과의 듀엣도 괄목할 만했습니다.
1970년대 빌 에반스와의 협연도 뛰어났습니다.
1995년 그래미 전통 팝 연주상 부문 수상작이자 올해의 앨범에 빛나는 MTV 실황입니다.
베넷의 노래는 프랭크 시나트라, 냇 킹 콜, 멜 토르메 등과 비교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아마도 미국을 대표하는 송북을 잘 표현하였고 세 싱어 모두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이들 모두 재즈와 팝을 아우르며 많은 인기를 얻은 보컬리스트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추천작 포함 위의 몇몇 앨범들을 감상하시고 젊은 시절 베넷 작품들을 찾아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9. 쳇 베이커(1929~1988)
The Best of Chet Baker Sings
쿨의 왕자
우수의 보컬 그리고 낭만적인 트럼펫 연주
본 투 비 블루
플레이보이
재즈계의 제임스 딘
마약, 감옥, 부러진 치아
제리 멀리건과 아트 페퍼
마일즈 데이비스
국내 많은 팬들을 보유한 쳇.
쿨 재즈의 대표이자 상징인 베이커.
님들은 그의 보컬과 트럼펫 중 하나를 들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베이커는 트럼펫 연주도 뛰어나고 보컬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연주자입니다. 그의 뒤를 잇는 연주자가 있다면? 크리스 보티가 생각나는군요. 인기나 대중성 그리고 연주를 봤을 때.
베이커의 생애입니다.
쳇 베이커
1929년 12월 23일 오클라호마 예일 출생
기타리스트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음악 영향
10세에 캘리포니아 글렌데일로 이사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 시작, 트롬본과 트럼펫 연주
16세에 고등학교 중퇴 후 입대, 베를린에 주둔하며 군음악대에서 연주
1951년 군복무 해제 후 프로 뮤지션의 길로 접어듬
1952년 제리 멀리건 쿼텟에 조인
1953년부터 그의 전반기 주요작 발표★
1950년대 중반 톱 트럼펫 주자 겸 싱어로 자리매김
1957년 헤로인 복용 시작(혹은 1950년대 초)
1960년대에 주로 훌루겔혼 연주
1966년 공연 후 구타로 치아 손상 그리고 틀니 착용
이후 복귀하여 재즈 연주, 뉴욕에서 활동★
1970년대 말부터 약 10년간 유럽에서 주로 활동★
1988년 3월 13일 암스테르담 호텔에 투숙 중 추락사(향년 58세)
별표시는 베이커가 역량을 발휘한 핵심 활동 기간입니다. 그의 인생에 빠지지 않는 게 마약입니다. 20대 초에 시작하여 58세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도 마약에 빠졌는데 이게 커리어의 장애물이었습니다.
마약을 사려다 폭행을 당해 틀니를 하고 환각상태로 호텔 룸에서 추락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재즈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인 셈입니다. 베이커 작품 감상은 1950년대, 1960~1970년대, 1980년대로 구분하여 앨범을 찾으면 수월합니다. 물론 그의 대표작 <쳇 베이커 싱스>는 항상 가까운 곳에 두어야겠지요.
10. 주앙 질베르투(1931~2019)
Chega de Saudade
여성 재즈 보컬에 대한 글에서 보사노바의 여제 아스트루르지 질베르투를 소개했습니다. 스탄 게츠의 1963년 보사노바 앨범 <게츠/질베르투>도 알아보았지요. 주앙 질베르투는 아스트루지의 남편이자 게츠 앨범의 공동 연주자입니다. 주앙 질베르투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과 함께 보사노바를 만들어 개착한 인물로 보사노바의 아버지리고 불립니다. 1931년 브라질 바이아주 주아제이로에서 태어난 그는 18세에 음악 경력을 시작했고 1950년대 초반부터 녹음을 하게 됩니다. 이때 1956년 지인이었던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을 만나 음악 작업을 도모하게 됩니다. 이후 1960년대에는 스탄 게츠와의 녹음을 통하여 보사노바가 미국 전역 그리고 전세계에 전파되는 산파역을 하게 됩니다. 질베르투는 보사노바, 삼바, 라틴 재즈를 연주하는데 삼바와 재즈가 보사노바의 구성 요소가 됩니다. 또한 뛰어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건조하고 절제된 목소리는 보사노바와 포루투기의 참맛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1959년 발표된 엘범 <쉐가 지 소다지>는 질베르투의 정식 데뷔 앨범이자 첫 보사노바 앨범으로 평가받는 역사적인 작품입니다. 앨범명은 '그리움으로 가득 찬'이란 뜻이지만 'No More Blue(더 이상의 슬픔은 안녕)'로 알려집니다. 타이틀곡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이 작곡했고 비니시유즈 지 모라예스가 가사를 붙였습니다. 앨범 제작은 조빙이 맡았습니다.
11. 바비 맥퍼린(1950~)
Spontaneous Inventions
재즈에서 보컬은 몸을 이용한 악기이며 보컬 재즈라는 장르가 있을 정도로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런데 재즈 보컬뿐만 아니라 아카펠라도 목소리를 악기로 쓰긴 매한가지입니다. 두 장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재즈 보컬은 솔로로 부르기도 하고 콤보로 기악(특히 리듬 파트)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아카펠라는 기악이 동원되지 않고 목소리만을 사용합니다.
재즈 보컬은 노래 혹은 스캣을 통해 곡을 전달합니다.
아카펠라도 노래 혹은 스캣을 통해 곡을 전달하며 솔로 혹은 그룹으로 편성됩니다.
바비 맥퍼린은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아카펠라 싱어이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어떤 구분에도 구속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그의 연출은 재즈 싱어로서인 경우와 아카펠라 가수인 경우가 따로 나타나기도 하고 같이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것이 맥퍼린의 음악 스타일이고 때로는 그를 재즈 보컬리스트에 한정시키기 어렵게도 합니다. 게다가 클래식과 월드 뮤직으로 확장하면서 그의 형체는 변화무쌍하게 변합니다. 국내에서는 1988년 4집 <Simple Pleasures(그냥 즐거움)>의 첫 곡 "Don't Worry, Be Happy(걱정 마, 행복할거야)"로 대히트를 쳤습니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마찬가지. 그러나 그의 창의적이고도 전혀 새로운 음을 만들어 표현하는 작품으로는 1996년 3집 <Spontaneous Inventions(자발적인 발명)>을 눈여겨 보게됩니다. 재즈 보컬 그룹 맨하탄 트랜스퍼, 영화 배우 로빈 윌리엄스, 허비 행콕, 웨인 쇼터 등이 참여하여 작품은 더욱 블링블링합니다. 온몸이 악기임을 증명하는 수준 높은 연출 그리고 보컬.
12. 커트 엘링(1967~)
SuperBlue
1934년 설립되어 창간 87주년을 맞은 다운비트 매거진이 2022년 독자투표로 최고의 재즈 보컬을 선정합니다. 남성 보컬은 세 명이 경합을 벌이게 되는데 바로 위에서 소개한 토니 베넷이 2위였고 이어서 소개할 커트 엘링과 그레고리 포터가 공동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여성 보컬은 다이아나 크롤이 2위, 세실 맥로린 살반트가 1위입니다. 이 결과는 2023년 현재 보컬 재즈와 재즈 싱어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재즈계의 선배와 후배들의 활동 그리고 신구의 조화 속에서 재즈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1967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엘링은 1990년대 중반 프로 경력을 시작했고 2000년대 두각을 나타낸 재즈 싱어입니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로렌스 홉굿과 음악적 파트너로 퀸텟(보컬, 기타, 피아노, 베이스, 드럼)을 구성하여 주로 활동하였습니다. 이후 2010년대에 접어들면 늦깍이 보컬 그레고리 포터가 부상하기 시작합니다. 엘링의 목소리는 매우 중후합니다. 세련된 무대 매너는 1930~1940년대 스윙 재즈의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추천작은 2021년 그의 가장 최신 앨범입니다.
13. 그레고리 포터(1971~)
Take Me to the Alley
미식축구선수, 요리사, 재즈 싱어 겸 연기자.
그레고리 포터의 직업이 이렇게 변화합니다. 결과적으로 늦은 나이에 재즈계에 데뷔합니다. 2010년 38세에 1집을 시작으로 2020년 6집까지 190cm의 체구에서 나오는 풍부한 성량과 특유의 유려함으로
이야기하듯 노래를 부릅니다.
2010년 1집 <Water>
2012년 2집 <Be Good>
2013년 3집 <Liquid Spirit>
2016년 4집 <Take Me to The Alley>
2017년 5집 <Nat King Cole & Me>
2020년 6집 <All Rise>
특히 3집 <흐른는 영혼(물)>과 추천작인 4집 <테이크 미 투 디 앨리(그 길로 데려다 주세요)>는 그래미에서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상을 받습니다. 나머지 네 앨범은 모두 그래미 후보작이었습니다. 곡도 쓰는 그레고리는 대기만성이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그의 보컬을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냇 킹 콜의 대지와 같은 따뜻한 목소리
스티비 원더의 소울적 정신
빌 위더스의 시인의 진실
이 삼요소를 갖고 스윙감을 연출하는 재즈 보컬
-더 가디언-
2010년 이후 남성 재즈 보컬 중 가장 두각을 보이는 포터는 여러모로 기대가 됩니다.
지금까지 총 13인의 재즈 보컬을 만나보았습니다.
핫불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