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여성 보컬 20인 (1)

상편: 아티스트, 추천작, 해설

by 핫불도그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20명을 소개해 드립니다.

개인적인 선호도에 보컬 재즈 역사상 중요한 아티스트를 골고루 반영하였습니다.

재즈와 다른 장르를 넘나드는 뛰어난 보컬을 더 반영한다면 50인 정도로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을 참조하여 그 외 여러 가수들의 작품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여성 재즈 보컬 20인 & 20선 상편

1. 베시 스미스(1894~1937)

The Anthology

4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스미스.

블루스의 여제 그리고 재즈 보컬에 끼친 지대한 영향! 1920~1930년대에 걸쳐 블루스 발전에 기여했고 1923년 콜롬비아와의 계약을 통하여 레코딩 경력을 쌓아가게 됩니다. 인기 상승으로 극장주 예약 협회(TOBA)의 최우선 섭외 대상이 된 스미스는 당대 최고의 개런티를 받는 흑인 엔터테이너가 됩니다. 이 시점에 소속사 콜롬비아가 스미스를 블루스의 여왕으로 홍보하였는데 이윽고 전국구 언론에서 블루스의 여제로 격상하여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일부 협회에서는 스미스가 노동자 혹은 하층민을 연상시킨다고 공연을 거부하는 일도 생깁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백년 전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니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역경이 있었을 겁니다.

추천작: 2010년 낫 나우에서 기획한 2장짜리 CD입니다. 총 48곡이 수록되었고 스미스의 주요곡들이 잘 편성돼 있습니다.


2. 빌리 홀리데이(1915~1959)

Lady in Satin

루이 암스트롱, 마일즈 데이비스, 소니 롤린즈와 같은 거장들에게 적용되는 기준으로 봤을 때 재즈 싱어로 거장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재즈 연주자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보컬, 구절과 템포를 변형하여 가사를 전달하는 호소력과 즉흥 연주... 동료 색소포니스트 레스터 영과 함께 재즈와 팝 역사에 혁신적인 영향을 미친 보컬리스트...

홀리데이의 생애를 중요한 사건 중심으로 따라가보겠습니다.

클라렌스 홀리데이와 사라 페이건 사이에서 태어난 홀리데이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떠나고 어머니가 뉴욕에 일하러 가면서 방치됩니다.

10대 중반에 뉴욕에 온 그는 매춘을 하게 되고 감옥에 가게 됩니다.

이후 할렘의 나이트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다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1930년에 싱어로서 주목을 받게 되었고 1933년 기획자 존 해먼드의 눈에 띄어 루이 암스트롱의 매니저인 존 글레이저를 만나게 되고 피아니스트 테디 윌슨이 파트너가 됩니다.

또한 이때 테너 색소폰의 레스터 영과 친구가 되어 악기와 목소리의 협연을 보여줍니다.

홀리데이는 블루스의 여제 베시 스미스를 존경하였지만 루이 암스트롱이나 레스터 영이 어떻게 악기를 다루어 청중을 놀라게 하는지 터득하면서 이를 노래에 접목합니다. 강세를 넣어야 하는 곳을 계속 무시하고 시작과 끝나는 지점에 예측치 않은 강조를 하는 식으로 목소리로 재즈 악기와 동일한 연주 방식을 제시하였습니다.

1934년 카운트 베이시 악단과 협연합니다.

1938년 클라리넷 주자인 아티 쇼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와 순회공연을 하는데 모두 백인으로 구성된 밴드에서 홀리데이만 차 안에서 끼니를 때웁니다.

1939년 아벨 미로폴(필명: 루이스 알렌)이 작사, 작곡한 Strange Fruit가 기대 이상의 히트를 기록합니다.

1940년대에는 현악 파트가 가미된 레코딩을 주로 하였습니다.

홀리데이의 성공은 주변 남자들을 통하여 마약에 빠지는 길로 이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on't Explain, God Bless the Child와 같은 명작이 탄생합니다.

1950년 중반 건강이 회복된 홀리데이는 기획자 노만 그란츠의 도움으로 순회공연과 녹음을 이어가고 자서전 <Lady Sings the Blues>를 발표합니다.

1959년 3월 친구이자 솔메이트였던 레스터 영이 세상을 떠납니다.

두 달이 지난 5월 무렵 체중은 약 9kg 정도까지 줄었으며 간과 심장 질환 등으로 10주 후 타계합니다.

그의 주요 녹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1935~1939 테디 윌슨 및 레스터 영과의 작품

Mean to Me, Why Was I Born?, Easy Living', The Man I Love 등

1939 Strange Fruit

1950 데카 레코딩의 수록곡 Don't Explain, God Bless the Child 등

홀리데이는 불행한 가정사와 비운의 삶으로 더 부각이 됩니다. 때론 다른 재즈 디바에 비해 목소리가 덜 숙련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의 삶 자체가 목소리에 있습니다. 이 부분이 보컬 재즈를 논할 때 항상 그를 먼저 얘기하는 이유입니다.

추천작: 1958년 발표, 레이디 데이의 말년 대표작


3. 엘라 피츠제랄드(1917~1996)

Ella Fitzgerald Sings The Cole Porter Songbook

피츠제랄드의 닉네임은 레이디 엘라, 재즈의 여왕, 퍼스트 레이디 오브 송 등입니다. 장르는 재즈, 스윙, 비밥, 전통 팝, 블루스, 소울, 로큰롤 등을 아우릅니다. 활동시기는 1929~95년으로 오랜기간 재즈 싱어로 꾸준히 활동하였습니다. 데카, 버브, 파블로 등의 음반사를 통해 스튜디오 약 60장, 라이브 약 40장의 정규작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래미 14회 수상, 대통령 훈장, 국가예술훈장, 제1회 이미지 어워드(전미 흑인지위향상협회) 등을 수상한 그는 빌리 홀리데이, 사라 본과 함께 회자됩니다. 그의 프로 경력에 있어 인상적인 순간을 찾는다면 사치모와의 듀엣 그리고 엘라를 염두한 노만 그란츠의 버브 레코드 설립을 꼽을 수 있습니다.

추천작: 1956년 버브 데뷔 앨범, 콜 포터 노래의 완벽한 해석


4. 아니타 오데이(1919~2006)

Anita Sings the Most

미주리 주 캔자즈 시티 출신의 아니타 벨 콜튼은 성을 오데이로 바꾸고 프로 경력을 시작합니다. 그의 보컬과 드러나는 모습은 다른 싱어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비브라토와 긴 프레이즈 대신 짧은 음 중심의 리드미컬한 발성은 감상자에게 강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기존 싱어들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스테레오타입을 탈피하여 주도적인 모습으로 무대에 섭니다. 오데이의 노래와 모습은 레드 와인의 쉬라즈와 닮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반면 오데이는 마약 소지에 따른 투옥으로 재즈의 요부라는 오명도 얻게 됩니다. 20대 초반 진 크루퍼 밴드를 통해 떠오르는 가수가 된 오데이는 우디 허먼, 스탄 켄튼 밴드 등에서 활동하였습니다. 솔로 앨범으로는 1952년 데뷔를 하였고 약 10년간 노만 그란츠의 음반사(클레프, 노그란, 버브)를 통하여 수작을 발표하였습니다.

추천작: 노만 그란츠가 제작한 오데이의 1957년 앨범, 오스카 피터슨 쿼텟(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과 함께 한 퀸텟 작품


5. 카르멘 맥레이(1920~1994)

Sings Lover Man And Other Billie Holiday Classics

자메이카에서 이민 온 맥레이의 부모는 뉴욕 할렘에 정착합니다. 여기서 태어나 자란 맥레이는 195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음반 작업을 하는데 1950년대 중반을 거쳐 1960년대에 그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꾸준히 나옵니다. 맥레이는 재즈 보컬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가수이지만 저평가된 면이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 음정, 딕션은 명료하며 이지적입니다. 그의 우상 빌리 홀리데이의 목소리에서 블루지함과 우울함을 덜어내면 맥레이의 목소리에 근접합니다. 맥레이는 어릴 적 5살 위인 빌리 홀리데이를 만납니다. 레이디 데이는 맥레이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홀리데이의 노래는 너무나 완벽하여 맥레이가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을 두렵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이 만남과 우정으로 맥레이는 공연에서 항상 홀리데이와 관련된 곡을 리스트에 넣었습니다.

추천작: 1962년 발표한 맥레이의 대표작으로 1959년 세상을 떠난 그의 우상 빌리 홀리데이에게 바치는 작품


6. 사라 본(1924~1990)

Live in Japan

재즈 보컬 중 최고의 자리에 있는 세 명의 디바가 있습니다. 빌리 홀리데이(1915~1959)는 레이디 데이라고 불리며 재즈, 스윙, 밥, 블루스 스타일을 보입니다. 엘라 피츠제랄드(1917~1996)는 레이디 엘라, 퀸 오브 재즈, 퍼스트 레이디 오브 송 등으로 칭하며 재즈, 스윙, 블루스, 밥, 포스트밥 등을 연주합니다. 사라 본(1924~1990)은 재즈, 팝 스탠더드, 보사노바 등을 부릅니다. 이들 중 누가 우위라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그렇지만 누구를 더 선호한다는 감상자의 취향은 가능합니다. 본의 닉네임은 세시(대담한, 멋진) 또는 더 디바인 원(성스런 존재)이며 다른 두 명의 디바와 달리 보사노바까지 불렀습니다. 활동시기는 1942~90년으로 머큐리, 룰렛, 파블로, 콜롬비아, 버브 등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였고 정규 앨범은 스튜디오 48장, 라이브 10장입니다. 어워드는 그래미 2회 수상, 그래미 9회 후보, 평생공로상 등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 본이 잘 알려진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습니다. 1997년 전도연-한석규 주연의 영화 <접속>에 "A Lover's Concerto(연인의 협주곡)"가 포함되었는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본입니다.

추천작: 1973년 9월 24일 도쿄 나카노 선 플라자 홀 실황. 사진은 1973년 발매된 1권, 2권 중 하나이며 1993년 두 권을 합친 2CD 버전이 발매됨


7. 디아나 워싱턴(1924~1963)

What A Difference A Day Makes!

블루스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워싱턴은 1950년대 중반을 주름잡은 가수로 다른 디바들에 비해 재즈, 가스펠, R&B, 블루스, 팝 등 많은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였습니다. 그에게 영향을 준 선배 가수는 베시 스미스와 빌리 홀리데이를 꼽을 수 있는데 워싱턴의 스타일이 블루스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워싱턴의 목소리는 가늘고 약해보이지만 딕션과 독백하는 듯한 전개는 감상자를 순식간에 빠져들게 합니다. 또한 레이디 데이를 떠오르게끔 합니다. 워싱턴은 낸시 윌슨, 에스더 필립스, 다이안 슈어 등 R&B와 재즈 싱어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워싱턴의 경력과 작품을 얘기할 때 사진의 추천작 <하루가 만드는 엄청난 차이!>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앨범으로 워싱턴은 순식간에 재즈에서 대중 음악의 중심인 팝 영역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1963년 3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추천작: 1959년 작, 그래미 최우수 R&B 수상에 빛나는 워싱턴의 보컬, 케니 버렐의 기타와 조 자비눌의 기타


8. 에타 존스(1928~2001)

Don't Go to Strangers

존스의 목소리는 가볍지만 블루스적인 느낌을 줍니다. 음과 음, 단어와 단어, 흐름과 흐름 사이의 뛰어난 조절을 통해 단지 잘 부르는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 아주 쉽고 편하게 들립니다. 에타 존스의 목소리는 카르멘 맥레이, 디아나 워싱턴과 유사하기도 합니다. 이 세 디바의 공통점은 위대한 레이디 데이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홀리데이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존스는 1960년대 초중반 프레스티지를 통해 수작을 발표하였지만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존스는 71세인 2001년 6월 마지막 앨범 <에타 존스가 부르는 레이디 데이>를 녹음하였고 4개월 후 영면합니다.

추천작: 재즈 레이블 프레스티지에서 1960년 6월 녹음 후 발표한 존스의 대표작


9. 블라섬 디어리(1928~2009)

Blossom Dearie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재즈 싱어 중 블라섬 디어리의 목소리는 가장 독특하여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가볍고 앳된 소녀같은 목소리 그리고 피아노 연주. 디어리의 이름 블라섬은 복숭아 꽃을 의미합니다. 음악 스타일은 스윙, 쿨, 전통 팝 등을 포함하는 보컬 재즈입니다. 그의 경력은 20대 중반 파리에서 시작되는데 수년간의 밴드 활동 후 귀국하여 1960년대 전후 버브에서 작품을 발표하였습니다. 레코딩은 197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되었습니다. 디어리의 목소리가 독특하다 보니 그의 피아노 연주는 간과되었고 저평가 되었습니다. 어릴적 터득한 클래식 연주를 기반으로 재즈를 수용한 그는 스스로를 재즈 싱어가 되려는 재즈 뮤지션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디어리의 본캐는 보컬이 아닌 피아노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감상할 때 이를 염두하여 연주와 노래를 같이 들어보세요.

추천작: 파리서 귀국 후 1957년 버브에서 발표한 첫 앨범


10. 베티 카터(1929~1998)

Audience With Betty Carter

재즈 싱어들은 자신의 밴드(콤보)를 결성하여 공연을 하곤합니다. 보컬도 중요한 악기라서 리듬 섹션 트리오와 보컬이 만나면 쿼텟이 됩니다. 또는 보컬 입장에서 보면 트리오가 동반된 보컬 솔로가 되기도 합니다. 카터의 1979년 12월 실황은 그의 대표작이자 보컬 재즈의 명연으로 감상자를 샌 프란시스코 소재 소규모 공연장(그레이트 어메리칸 뮤직 홀)로 안내합니다. 카터의 오리지널 첫 곡 "Sounds"부터 스캣과 즉흥 연주로 청중은 압도당합니다. 카터의 음반사 베트-카(Bet-Car)에서 출시되었으며 이후 버브가 재발매하였습니다.

추천작: 카터의 즉흥성 그리고 스캣, 1979년 12월 라이브 공연, 베티 카터(보컬), 존 힉스(피아노),

커티스 룬디(더블 베이스), 케니 워싱톤(드럼)


후편에서 나머지 10명의 디바들을 만나봅니다.

핫불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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