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여성 보컬 20인 (2)

하편: 아티스트, 추천작, 해설

by 핫불도그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20명을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상편에서 10인을 선정하여 각 보컬리스트에 대한 소개와 추천작을 반영하였습니다.

이번 글은 하편으로 나머지 10인을 알아봅니다.


11. 헬렌 메릴(1930~)

Helen Merrill with Clifford Brown

메릴의 목소리는 관능적이고 감각적이며 감상자 입장에서는 즉각 그의 목소리에 이끌리게 됩니다.

1954년 12월 22~24일 녹음하여 다음해 발표한 앨범 <헬렌 메릴>은 스탠더드 중심의 일곱 곡을 선곡하여 섹스텟, 셉텟, 옥텟 등 다양한 편성으로 연주합니다. 트럼펫의 클리포드 브라운이 밥 사운드로 작품을 빛내주고 있으며 재즈 뮤지션이자 프로듀서로 대중음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퀸시 존스가 편곡 및 지휘를 맡았습니다. 참고로 브라운은 12월 18일 같은 스튜디오에서 사라 본의 2집 <사라 본>의 녹음에 참여했습니다. 일주일이 채 안되는 간격으로 두 재즈 디바의 대표작에 기여를 한 셈입니다. 한편 메릴은 엠알시 데뷔 이후 1960년대까지 꾸준히 앨범 발표를 하였고 유럽 투어 공연을 통해 성공을 거둡니다. 1960년대 중반 이탈리아에 머무르며 활동한 메릴은 이후 1970년대 초반까지 일본에 살면서 프로 경력을 이어갑니다. 약 6년간의 일본 거주와 일본의 재즈 수요를 봤을 때 메릴의 작품들 중 일본판이 보이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후 그는 1980~90년대에 걸쳐 작품 스타일에 변화를 주면서 지속적으로 앨범을 발표하였습니다.

추천작: 클리포드 브라운과 함께 한 메릴의 1955년 데뷔 앨범, 뉴욕 스튜디오에서 녹음, 엠알시에서 발매


12. 니나 시몬(1933~2003)

I Put A Spell On You

소울의 대여사제라 불리는 유니스 캐슬린 웨이몬은 20대 초반 니나 시몬이라는 무대명으로 노래와 연주를 본격적으로 하게 됩니다. 니나는 스페인어로 소녀라는 뜻입니다. 20대 중후반 많은 인기를 얻은 시몬은 1960년대 중반 이후 흑인 인권 운동에 관심을 갖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준 뮤지션입니다. 1970년 베트남전에 대한 항의와 미국 정치에 대한 환멸 등으로 모국을 떠나 바베이도스에 도착한 그는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공연을 하였고 작품 발표도 계속합니다. 2002년 유방암이 발견되어 투병 생활을 하던 중 2023년 4월 21일 프랑스 까를루 자택에서 70세로 생을 마감합니다. 시몬은 재즈에 국한된 싱어라기 보다는 대중음악 역사를 통틀어 명망있는 가수, 연주자, 송라이터입니다. 음악 스타일은 재즈, R&B, 블루스, 소울, 가스펠, 포크, 팝, 클래식 등을 아우르며 단지 재즈 보컬리스트나 피아니스트라고 부르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추천작: 시몬의 1965년 앨범, 팝과 블루스 그리고 보컬 재즈의 만찬, 앨범명 및 대표곡 "I Put a Spell on You(당신에게 저주를 걸었어)"는 시몬의 1992년 자서전 제목으로도 사용됩니다.


13. 아스트루지 질베르투(1940~2023)

Look to the Rainbow

1950년대 말 브라질의 토속 음악, 삼바 등과 재즈가 만나 발전한 보사노바는 1960년대 미국 재즈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킵니다. 그 당시 보사노바의 선구자 조빙의 뛰어난 작품이 스탄 게츠를 통해 해석되고 명작이 연이어 발표됩니다. 1950년대에는 이미 디지 길레스피 등이 쿠바 뮤지션들과의 협연하였고 그들의 음악을 미국에 소개하면서 아프로-큐반 재즈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수년이 지나 스탄 게츠가 1962년 <재즈 삼바>, <빅밴드 보사노바>로 보사노바 붐을 일으켰고 1963년 2월 <재즈 삼바 앙코르!>를 녹음합니다. 그리고 3월 브라질 뮤지션들과 역사적인 녹음을 하게 됩니다.

●1964: Getz/Gilberto●
1963년 3월 이틀간 녹음한 <게츠/질베르투> 앨범은 재즈 역사에 길이 남는 보사노바의 명작이자 재즈 역사에 빛나는 명연입니다. 스탄 게츠(테너 색소폰), 주앙 질베르투(기타, 보컬),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피아노), 아스트루지 질베르투(보컬)의 아름다운 연주와 노래. 여기서 주앙과 아스트루지는 부부입니다. 주앙은 포르투기로 노래하고 아스트루지는 영어로 부릅니다. 이 앨범을 기점으로 아스트르지 질베르투는 보사노바의 여제로 군림하게 됩니다. 그는 2023년 6월 5일 83세의 나이로 필라델피아 자택에서 영원한 안녕을 고했습니다.

추천작: 1966년 질베르투의 솔로 앨범, 길 에반스와 알 콘 편집


14. 디 디 브리지워터(1950~)

Dear Ella

브리지워터는 엘라 피츠제랄드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1997년 앨범 <디어 엘라>는 1996년 세상을 떠난 피츠제랄드 추모 앨범입니다. 그는 이 앨범으로 그래미 최우수 보컬상을 받게 됩니다. 그의 경력을 간단히 정리해볼까요?

정규앨범: 20장

그래미: 2회 수상, 6회 후보

토니 어워드 여우 주연상

프랑스 문화부 장관상

멤피스 명예의 전당

브리지워터는 윌슨, 리브스와 더불어 1980년대 재즈 리바이벌(재즈 복고주의)을 대표하는 디바입니다. 또한 이 셋은 1940년대 피츠제럴드, 홀리데이, 그리고 본을 소환합니다. 이 글에 소개하는 상당수의 가수들이 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는데 특히 브리지워터는 엘라 피츠제럴드와 교류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추천작: 1997년 발표한 엘라 피츠제랄드 추모 앨범


15. 카산드라 윌슨(1955~)

Blue Light 'til Dawn

애비 링컨(1930~2010)과 베티 카터(1929~1998)에 영향을 받은 윌슨은 매우 어둡고 음침한 목소리의 소유자입니다. 또한 1980년대 새로운 음악 방향을 제시한 M-Base(엠 베이스)의 창립 멤버이기도 합니다. 그의 음악 스타일은 재즈, 엠 베이스, 블루스 등이며 1985년부터 블루노트와 JMT 등을 통해 범상치 않은 작품들을 선뵈었습니다. 2023년 현재 20장의 정규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한 윌슨은 그래미상을 2회 수상했고, 1994~96년 다운비트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재즈 보컬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렸으며 2001년 타임지 선정 미국 최고의 가수로 지명되었습니다.

추천작: 1993년 작, 윌슨의 블루노트 데뷔 앨범

블루노트 데뷔 앨범으로 재즈 및 블루스 곡들을 커버

1990년대 뛰어난 활동을 전개하는 윌슨의 대표적인 작품

그래미 후보작


16. 다이안 리브스(1956~)

Beautiful Life

디 디 브리지워터(1950~): 1966년부터 활동

다이안 리브스(1956~): 1976년부터 활동

카산드라 윌슨(1955~): 1985년부터 활동

이들을 1940년대 스윙 시절 최고의 보컬리스트였던 빌리 홀리데이(1915~59), 엘라 피츠제랄드(1917~96), 사라 본(1924~90)과 자주 비교합니다. 리브스는 곡 해석이 뛰어나고 스캣 창법을 유려하게 구사합니다. 카르멘 맥레이(1920~94), 다이나 워싱턴(1924~63)의 보컬과 유사합니다.

리브스의 스타일은 재즈, 팝, R&B, 스무드 재즈, 쿨 재즈 등이며 1976년부터 블루노트, 콩코드 등을 통해 스튜디오 16장, 라이브 4장의 앨범을 발표하였고 그래미 5회 수상과 3회 후보에 올랐습니다. 리브스는 몇 차례 내한하여 관객을 부드럽게 압도하며 멋진 공연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추천작:

5년만에 발표한 리브스의 50대 후반 작품으로 현재 기준 마지막 정규 앨범

30명 이상의 연주자가 참여

6년 공백을 뛰어 넘는 역작, 2014년 57회 그래미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


17. 다이아나 크롤(1964~)

Live in Paris

1980년대에는 재즈 리바이벌과 함께 여성 보컬 재즈가 인기를 끕니다. 주도한 이들은 1950년대 출생의 카산드라 윌슨, 다이안 리브스, 디 디 브리지워터 등입니다. 이후 십수년이 흘러 이들의 뒤를 잇는 보컬리스트들이 나타납니다. 다이아나 크롤이 먼저 등장하였고 노라 존스가 그 뒤를 따릅니다.

2023년 현재는 1980년대생 싱어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크롤은 1964년 캐나다 밴쿠버섬의 너나이모에서 태어났습니다. 이곳은 미국 시애틀과 가까운 곳입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버지와 합창단원으로 활동한 어머니 슬하의 크롤은 4살 때 피아노를 시작하였고 고등학교 때 재즈 밴드에서 활동하다가 레스토랑에서 연주자 겸 가수로 프로 경력을 시작합니다. 이후 LA에서 연주하다가 1981~82년 버클리 음대에서 장학생으로 수학하였고 10년 후 데뷔 앨범을 발표합니다. 간단한 그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크롤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 재즈를 연주하였고 그가 첫 앨범을 발표한 시점에는 이미 프로로서 재즈를 연주한 지 15년이 경과하였습니다.
제가 보는 관점에서 크롤이 선배 혹은 후배 뮤지션들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크롤의 연주●
크롤은 두각을 나타내는 싱어이자 피아노 연주자입니다.
이 부분은 재즈 보컬을 예술로 승화시킨 선배 뮤지션들과 악기 측면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바로 위의 선배들 그리고 후배 뮤지션들의 감성과 다른 보컬을 들려줍니다. 이들은 대부분 흑인 연주자들입니다. 크롤은 저음의 콘트랄토 음역을 바탕으로 감미로운 재즈를 들려줍니다.
그의 작품은 미국에서 유행한 대중적인 혹은 스탠더드 중심의 곡들을 선택하여 새롭게 풀어 나갑니다. 스타인웨이 건반들과 함께.
크롤은 재즈 싱어로서도 유명하고 재즈 피아니스트로서도 역량을 발휘합니다.
그렇다면 그는 노래 잘 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일까요? 아니면 피아노 잘 치는 재즈 싱어일까요?
이 글에서 소개한 다른 보컬리스트들의 연주와 노래를 비교해도 좋고, 크롤의 음반을 계속 들으면서 크롤의 노래와 연주를 따로 또는 같이 생각해보면 좋을 것입니다.
또한 크롤은 재즈 싱어로서 엄청난 음반 판매량, 다수의 수상경력, 인기도 등에서 현존 최상위에 있는 뮤지션입니다.

추천작: 크롤의 첫 라이브 및 비디오 앨범, 그의 피아노 연주와 노래


18. 노라 존스(1979~)

Come Away with Me

빌보드는 다이아나 크롤을 2000년대 최우수 재즈 아티스트 2위에 선정합니다. 그럼 2000년대 최고의 재즈 아티스트는 누구였을까요? 노라 존스(Norah Jones, 1979~)입니다. 결과적으로 블루노트의 노라 존스와 버브의 다이아나 크롤이 밀레니엄 재즈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둘 다 뮤지션을 넘어 자신의 음악을 예술로 승화시킨 아티스트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합니다. 크롤 대 존스.

크롤은 재즈, 보사노바, 전통 팝 등의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세션과 노래에서 보사노바 스타일의 연주가 많이 보입니다. 또한 선곡에 있어서 미국 송북 혹은 스탠더드를 많이 연주하여 전통 팝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반면 존스는 재즈, 팝, 포크, 컨츄리 등의 장르를 포괄합니다. 그의 2002년 블루노트 데뷔 앨범 <Come Away with Me(이리 와서 나와 떠나요)>는 재즈와 팝을 포용하면서 블루노트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국내에서의 인기와 반향도 대단했었지요.

추천작: 존스의 역사적인 데뷔 앨범, 깨질 것 같지 않은 기록들.


19. 세실 맥로린 살반트(1989~)

The Window

아이티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를 둔 세실 맥로린 살반트는 피아노를 접한 뒤 성악 수업을 받았고 2007년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그레노블 소재 삐에르망드 대학에서 프랑스 법을 전공하였고, 엑상프로방스 소재 다리우스 미요 음악 학교에서 바로크 성악과 재즈를 배웠습니다. 사라 본의 창법을 중심으로 빌리 홀리데이, 베시 스미스, 베티 카터 등에도 영향을 받은 살반트는 2010년 데뷔 앨범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여성 보컬 재즈를 이끌고 있습니다. 또한 비주얼 아티스트로도 활동하며 뉴욕 부르클린에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살반트는 2023년 6집까지 발표하였으며 이 중 세 장이 그래미 수상작입니다.

2016년 3집 <For One to Love>

2018년 4집 <Dreams and Daggers>

2019년 5집 <The Window>

추천작: 현재 가장 핫한 보컬 재즈를 들려주는 살반트의 5집, 그래미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상


20. 사마라 조이

Linger Awhile

몇 년 전 재즈 보컬리스트 두 명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재즈계에 등장하였습니다. 여성 보컬은 세실 맥로린 살반트, 남성 보컬은 그레고리 포터였지요. 살반트의 보컬 재즈를 듣노라면 엘라 피츠제랄드, 빌리 홀리데이, 사라 본, 낸시 윌슨, 카르멘 맥레이, 다이나 워싱톤, 셜리 혼, 다이안 리브스, 카산드라 윌슨, 디 디 브리지 워터, 다이아나 크롤, 노라 존스 ... 여성 재즈 보컬의 계보를 잇는 때로는 위대하기까지 하거나 한편으로는 시대의 중심에서 대중들에게 어필한 뮤지션들이 떠오릅니다. 1980년대 재즈 리바이벌을 통해 복고로 가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여성 재즈 보컬이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크롤과 존스가 대중적으로도 두각을 나타냅니다. 21세기로 들어선 후 2010년대가 되면 세실 맥로린 살반트라는 초신성이 재즈 공간에 나타납니다. 그러다가 2020년대가 되면 살반트와는 스타일이 다른 그러나 또한 피츠제랄드와 본 등이 들려준 1930년대의 보컬을 소환하는 또 하나의 슈퍼노바가 탄생합니다. 이 초신성 보컬은 원숙함과 더불어 깊이 있는 프레이즈 그리고 긴 호흡을 특징으로 합니다. 가사에서 묻어나오는 메시지 그리고 그 인상이 청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1999년 11월 11일 뉴욕주 브롱스에서 사마라 조이 맥렌던으로 태어난 사마라 조이.

3대의 음악 가정에서 가스펠과 소울을 접한 그는 몇몇 중요한 대회에 참여하면서 재즈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됩니다. 2021년 가을 대학 졸업 즈음 데뷔 앨범 <Samara Joy>를 영국 독립 레이블 월윈드에서 발표합니다. 2022년 가을에는 2집인 <Linger Awhile(잠시 머무르며)>을 재즈 보컬의 보고인 버브 레코드를 통해 선뵙니다. 그리고 2023년 2월 5일 LA에서 열린 65회 그래미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받게 됩니다.

추천작: 조이의 그래미 2개 부문 수상작


지금까지 두 편에 걸쳐 여성 재즈 보컬 20명을 만나봤습니다. 시간을 두고 여기 있는 모든 싱어들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들의 목소리와 피아노 연주에 귀기울여 보시고 콤보인 경우 반주하는 연주자들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어느 재즈 보컬도 부족하거나 뒤지지 않습니다. 관심가는 싱어의 작품을 더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재즈 악기 중에서 보컬이라는 악기의 매력은 남다릅니다. 온전히 자신의 몸과 감정으로 곡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핫불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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