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섹스텟 20선 하편
리 모건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
윈튼 마살리스
팻 메스니
허비 행콕
마일즈 데이비스
소니 롤린즈
마이클 브레커
앰브로즈 애킨무지리
아툰데 아두아
아티스트: 앨범명, 발표연도, 레이블, 해설
11. 리 모건
Search for the New Land, 1966, 블루노트
리 모건(1938~1972)은 재즈 트럼펫 역사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입니다. 1963년 12월에 녹음한 <The Sidewinder(독사)>는 쿼텟 작품으로 전곡이 모건의 오리지널입니다. 테너 색소폰을 맡은 조 핸더슨의 블루지한 연주가 모건의 솔로 리드를 더 살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모건의 트럼펫은 작은 뱀이 옆으로 빠르게 기어가는 어쩌면 앙증맞는 느낌이라면 핸더슨의 색소폰은 어미 뱀이 쓱 천천히 움직이는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베리 해리스(피아노), 밥 크랜쇼(더블 베이스), 빌리 히긴스(드럼)의 리듬 트리오는 두 뱀이 기어가는 곳의 모래, 바람, 선인장 같은 역할을 합니다.
모건은 두 달 후인 1964년 2월 식스텟 편성으로 앨범 <Search for the New Land>를 녹음합니다.
리 모건: 트럼펫
웨인 쇼터: 테너 색소폰
그랜트 그린: 기타
허비 행콕: 피아노
레지 워크맨: 더블 베이스
빌리 히긴스: 드럼
1960년대에 걸쳐 모건의 뛰어난 작품이 많습니다만 25세에 녹음한 두 장의 앨범이 정점에 있습니다. 모건의 작곡 능력, 탁월한 연주력, 그리고 블루노트 소속 연주자들의 세션 이 삼박자가 어우러진 블루노트의 유산입니다.
12.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
Wave, 1967, A&M
팝과 재즈 경계 어딘가에 존재하는 가수이자 작곡가로 마이클 프랭스를 기억하시는지요? 1977년 프랭스의 3집 <슬리핑 집시>에 실린 "안토니오의 노래"는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끈 노래입니다. 바로 이 곡이 보사노바 장르를 개척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1927~1994)의 오마쥬입니다. 조빙은 리더로 발표한 작품보다 다른 뮤지션들과 콜라보 및 세션으로 많은 앨범에 등장합니다. 그의 앨범으로는 1967년 발표한 <Wave>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CTI를 설립한 크리드 테일러가 조빙과 계약 후 프로듀싱을 맡았고 클라우스 오거만이 조빙의 곡들을 편곡하여 스트링 섹션을 지휘합니다. 사실 이 앨범은 섹스텟과 차이가 있습니다. 현악 파트를 제외하더라도 총 10인의 연주자가 참여했는데 여기서 중복되는 악기 연주자가 네 명입니다(플루트와 피콜로, 드럼). 조빙은 피아노, 하프시코드, 기타, 보컬을 맡고 있습니다. 곡은 트리오 정도의 소규모 편성으로 느껴지는데 여러 악기들이 동시에 나서지 않고 아주 절제된 연주로 서로를 보조하면서 보사노바 사운드를 연출합니다. 앨범 커버의 사진 또한 매우 아름답습니다.
13. 윈튼 마살리스
Black Codes, 1985, 콜롬비아
재즈 글을 쓰다보면 마살리스는 항상 중요한 어딘가에서 언급이 되는 뮤지션입니다. 재즈 역사, 트럼피터의 계보, 작품·연주·활동 등에 있어서.
1980년대 이후 가장 언급이 많이 되는 연주자 중의 한 명인 윈튼 마살리스.
재즈계에 등장하자마자 재즈계를 이끌 젊은 연주자(young lion, 영 라이언)로 불린 플레이어.
학교에서 클래식 수업을 받고 재즈 피아니스트인 아버지를 통하여 재즈를 공부한 마살리스는 1979년 18세에 뉴욕 줄리어드에 입학합니다. 이때만 해도 클래식 연주자로서의 경력을 생각했으나 1980년 아트 블레이키의 재즈 매신저스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재즈 뮤지션으로 진로를 바꾸게 됩니다. 마살리스는 1982년 데뷔 앨범을 발표하였습니다.
마살리스의 다작은 편의상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이트 어헤드 재즈에 입각한 작품
스탠더스와 블루스 중심의 작품
마살리스의 전반기(20~30대) 위주의 작품
기타 클래식 등
추천작은 퀸텟 또는 섹스텟 편성이고 브랜포드 마살리스, 케니 커클랜드, 론 카터 등이 참여합니다. 총 7곡 중 마살리스의 6곡입니다. 1986년 그래미에서 2개 부문(최우수 재즈 솔로 연주, 최우수 재즈 연주) 수상작입니다.
14. 팻 메스니 그룹
Letter from Home, 1989, 게펜
팻 메스니 그룹(PMG)은 기타, 키보드, 베이스, 드럼의 4인조를 시작으로 변화를 주었는데 주축 멤버는 키보드의 라일 메이스(1953~2020)입니다. 팻 메스니와 팻 메스니 그룹의 작품이 차이나는 연유가 여기 있습니다. PMG의 곡들은 메스니와 메이즈의 공동작이 많고 메이스의 참여도가 높아 다양한 실험과 이펙트를 통해 감상자를 독특한 퓨전의 세계로 이끌어줍니다. PMG가 내한했을 때 메이스의 악기, 창백한 얼굴과 긴 머리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메스니가 무대 중앙에서 관객을 바라보며 반응한다면 메이스는 음악을 설계하여 쌓아가는데 열중합니다. 메스니와 메이즈는 1975년 위치타 재즈 패스티벌에서 만났고 1977년 팻 메스니 그룹을 만들어 다음해 데뷔 앨범 <팻 메스니 그룹>을 발표합니다. 메스니와 메이즈가 만난 위치타는 1981년 공동 앨범 <As Falls Wichita, So Falls Wichita Falls(캔자스 위치타가 지듯이 텍사스 위치타 폴스도 저무네)>로 발현합니다. PMG는 메스니의 인기와 1990년대 국내 재즈 붐으로 더욱 어필하였는데 다음 두 앨범은 미음반협회 공인 골드(50만장 판매) 레코드가 됩니다.
5집: 1987년 Still Life(Talking), (대화하는)정물화, 셉텟
6집: 1989년 Letter From Home, 집에서 온 편지, 섹스텟
둘다 라틴 재즈를 시도함으로써 퓨전 재즈의 풍미를 극대화합니다. 추천작은 1989년 게펜 레코드에서 발표한 <집에서 온 편지>이며 아르헨티나 출신 페드로 아즈나의 목소리와 다양한 악기(비브라폰, 마림바, 차랑고, 팬파이프, 퍼커션 등) 그리고 브라질 뮤지션 아르만도 마르살의 퍼커션은 맛깔난 천연조미료입니다.
15. 허비 행콕
The New Standard, 1995, 버브
1940년대 중후반.
비밥이 탄생하고 여기에 여러 재료를 추가하여 1950년대 하드밥이 파생됩니다. 1950년대 후반 이후에는 비밥, 하드밥, 모달, 프리, 아방가르드 등을 포괄적으로 적용한 새로운 밥이 등장하여 1960년대를 풍미합니다.
이를 포스트 밥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비밥과 하드밥 이후의 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혹은 비밥 또는 하드밥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밥을 포스트 밥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포스트 밥을 이끈 주역들이 있습니다.
마일즈 데이비스(1926~1991)
웨인 쇼터(1933~2023)
허비 행콕(1940~)
존 콜트레인(1926~1967)
재키 맥린(1931~2006)
이들의 교집합은 마일즈 데이비스입니다.
포스트 밥의 주역이었던 웨인 쇼터와 허비 행콕은 마일즈 데이비스 2기 퀸텟을 떠나 각자의 밴드를 만들게 됩니다. 참고로 행콕은 모달 재즈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도 했습니다. 웨인 쇼터는 웨더 레포트를 허비 행콕은 헤드헌터즈를 만들어 마일즈 데이비스가 제시한 재즈 퓨전의 세계를 확장시킵니다.
쇼터와 행콕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음악적 파트너로 협업을 해온 재즈계의 전설입니다.
특히 행콕은 헤드헌터즈 포함 일련의 활동을 통하여 재즈 퓨전, 재즈 펑크, 일렉트로 등의 새로운 어프로치를 하였고 2000년대 이후에는 재즈라고 통칭할 수 있는 작품을 여러 뮤지션들과 협력하여 발표하고 있습니다.
추천작 라인업: 허비 행콕(피아노), 마이클 브렉커(테너, 소프라노 색소폰), 존 스코필드(기타), 데이브 홀랜드(베이스), 잭 디조넷(드럼), 돈 엘리아스(퍼커션)
16. 마일즈 데이비스
Live at the Fillmore East, March 7, 1970: It's About That Time, 2001, 콜롬비아
마일즈 데이비스: 트럼펫
웨인 쇼터: 소프라노, 테너 색소폰
칙 코리아: 전자 피아노
데이브 홀랜드: 더블 베이스, 일렉트릭 베이스
잭 디조넷: 드럼
아이르뚜 모레이라: 퍼커션, 쿠이카
1970년 3월 7일 필모어 이스트 라이브에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 스티브 밀러 밴드, 닐 영과 크레이지 호스 등이 참여합니다. 재즈 퓨전의 상징적인 음반이 되는 <Bitches Brew(재즈짱들의 향연)>는 3월 30일 발매 예정인 상황. 이 라이브로 데이비스는 퓨전의 시작을 당당하게 선언합니다. It's About That Time 이라고. 쇼터는 이 공연을 끝으로 팀을 떠나 웨더 레포트를 결성합니다. 코리아와 모레이라는 이후 리턴 투 포에버를 만듭니다. 홀랜드와 디조넷은 이후 리더로서 각자의 경력을 쌓게 됩니다. 2001년 콜롬비아에서 발매.
17. 소니 롤린즈
Without a Song: The 9/11 Concert, 2001, 마일즈스톤
2001년 9월 11일. 뉴욕 맨하탄 참사가 일어났던 당시 롤린즈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나흘 뒤인 9월 15일 보스톤 라이브에서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를 하게 됩니다. 당시 71세였던 롤린즈는 꾸준히 음반 작업과 공연을 해왔지만 늘 그의 전성기(1950~1960년대)와 비교되었습니다.
롤린즈는 앨범명인 첫 곡 "Without a Song"을 담담히 소개합니다. "(참사가 일어난 지금) 적절하지 않지만 제가 좋아하는 곡으로 시작합니다."라며 색소폰에 숨을 불어 넣습니다.
Without a Song(노래 없이)
소니 롤린즈(테너 색소폰)와 클리프톤 앤더슨(트롬본)이 역할을 나누어 곡을 이끌고 있습니다. 스테픈 스콧(피아노), 밥 크랜쇼(전자 베이스), 패리 윌슨(드럼), 키마티 디니줄루(퍼커션)의 리듬 섹션은 겅력합니다. 디니줄루의 아프리카 타악기 연주가 아주 돋보입니다. 중반부 이후 들어오는 스콧의 솔로는 그의 흥얼거림과 잘 어울립니다. 크랜쇼의 워킹과 윌슨의 드러밍은 시종일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곡의 몰입감으로 16분 37초의 연주는 오히려 짧게 느껴집니다.
이 한 곡만으로도 노년의 롤린즈가 아직도 건재함을 보여줍니다.
18. 마이클 브레커
Pilgrimage, 2007, 헤드 업
마이클 브레커: 테너 색소폰
팻 메스니: 기타, 기타 신시사이저
허비 행콕: 피아노
브래드 멜다우: 피아노
존 파티투치: 더블 베이스
잭 디조넷: 드럼
브레커의 유작이 된 앨범입니다. 최고의 뮤지션으로 구성된 섹스텟 작품을 마지막으로 그는 영원한 순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전곡 브레커가 작곡하였고 그는 사후 그래미 2개 부분을 수상하였습니다. 최우수 재즈 솔로 연주 및 최우수 재즈 앨범.
19. 앰브로즈 애킨무지리
When the Heart Emerges Glistening, 2010, 블루노트
애킨무지리(1982~)는 20대 중반 설로니우스 몽크 국제 재즈 경연 및 카민 카루소 국제 재즈 트럼펫 솔로 경연에서 우승한 뛰어난 연주자이자 작곡가입니다. 추천작은 애킨무지리가 2011년 블루노트를 통해 발표한 2집 <사랑이 반짝이며 흘러 나올 때>입니다. 그의 작곡은 예사롭지 않으며 스토리텔링 혹은 콘셉트를 특징으로 합니다. 앰브로즈 애킨무지리(트럼펫), 월터 스미스 3세(테너 색소폰), 제랄드 클레이튼(피아노), 해리시 라가반(베이스), 저스틴 브라운(드럼)의 퀸텟이 주요 편성이며 제이슨 모란(그랜드 피아노)이 두 곡에 참여하여 섹스텟으로 연주합니다. 애킨무지리의 이후 작품들도 현대 재즈를 대표하는 앨범으로 손색 없으며 그는 향후 재즈를 이끌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20. 시안 아툰데 아두아
Axiom, 2020, 로프어도프
앰브로즈 애킨무지리와 더불어 지켜봐야 할 트럼피터가 시안 아툰데 아두아(1983~)입니다. 활동 초기에는 크리스찬 스콧이었으나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는 과정에서 서아프리카 원주민 이름인 아툰데 아두아를 사용하였고 올해 시안 아툰데 아두아로 공식 개명하였습니다. 무대에서는 치프 아두아(아두아 추장)를 사용합니다. 아두아의 작품은 스펙트럼이 다양합니다. 퓨전, 록, 힙합 등으로 확장하고 악기 또한 트럼펫, 훌루겔혼, 코르넷, 트롬본 등을 다룹니다. 2020년 작품 <액시엄(공리, 公理)>는 아두아의 세 번째 라이브 앨범으로 블루노트 클럽에서 녹음하였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공리는 이미 완성된 이론이 아닌 음악을 통한 추가적인 논쟁의 출발점을 의미합니다. 라인업: 아툰데 아두아(훌루겔혼, 트럼펫, 사이렌, 퍼커션), 위디 브라이마(젬베, 콩가, 바타), 코리 폰빌(드럼, 샘플러), 엘레나 핀터휴즈(풀루트), 로렌스 필즈(피아노), 크리스 펀(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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