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지 않았던 여정
2018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영국 5인조 밴드 무디 블루스는 1960년대 록 음악의 격전지에서 발아한 프로그래시브 록의 장미였습니다. 다른 록 밴드들과 마찬가지로 로큰롤을 지향하다가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발전한 밴드입니다. 무디 블루스를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콘셉트 앨범 그리고 클래식적인 연주입니다. 다시 말하면 클래식적인 콘셉트 앨범을 지향하며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중반까지 약 10년 동안 전성기를 구가한 명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무디 블루스가 인기를 끈 동인 중 하나는 작품에서 풍기는 정적인 우아함과 특유의 멜랑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디 블루스는 이러한 특징을 토대로 전혀 우울하지 않은 작품으로 확장합니다. 이 밴드의 작품은 1960년대 후반 초기작, 이후의 작품, 그리고 1974년 휴지기를 거친 이후 1980년대 전후의 앨범이 차이를 보입니다. 휴지기 전후가 무디 블루스 작품에 있어 분수령이 됩니다. 전성기 멤버는 저스틴 헤이워드(1946~, 보컬 및 기타), 존 로지(1943~, 베이스), 마이크 핀더(1941~2024, 키보드), 레이 토마스(1941~2018, 플루트 및 보컬), 그레임 에지(1941~2021, 드럼)의 퀸텟입니다. 무디 블루스는 1964년 영국 버밍험에서 결성 후 약 50년 동안 프로그레시브 록, 아트 록, 포크 록, 심포닉 록, 사이키델릭 등의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에 영국 주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을 연재한 적이 있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무디 블루스의 주요 작품을 안내합니다. 아래에 소개하는 주요작들(정규 11장, 컴필레이션 2장)은 마지막 앨범을 제외하면 모든 앨범이 국내에 라이선스 LP로 발매되었습니다. 이런 경우가 흔치는 않은데 그만큼 무디 블루스 인기가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무디 블루스 주요작★
2집 Days of Future Passed (지나간 미래의 날들), 1967
3집 In Search of the Lost Chord (잃어버린 코드를 찾아서), 1968
4집 On the Threshold of a Dream (꿈의 문턱에서), 1969
5집 To Our Children's Children's Children (우리의 후손들에게), 1969
6집 A Question of Balance (균형의 문제), 1970
7집 Every Good Boy Deserves Favour (착한 소년에게 은혜를), 1971
8집 Seventh Sojourn (일곱 번째 체류), 1972
컴필레이션 This is the Moody Blues, 1974
9집 Octave (옥타브), 1978
10집 Long Distance Voyager (장거리 여행자), 1981
12집 The Other Side of Life (삶의 이면), 1989
컴필레이션 Greatest Hits, 1989
16집 December (12월), 2003
2집 Days of Future Passed (지나간 미래의 날들), 1967
3집 In Search of the Lost Chord (잃어버린 코드를 찾아서), 1968
4집 On the Threshold of a Dream (꿈의 문턱에서), 1969
2집은 무디 블루스를 대표하는 앨범이자 프로그레시브 록 역사에 있어 이정표가 된 콘셉트 앨범입니다. 대중 음악이 개별곡 중심으로 앨범을 구성하는 것에 반해 콘셉트 앨범은 일관된 주제를 갖고 모든 곡이 서로 연결된 형식을 취합니다. 스토리가 있다는 것은 음악 연주 및 표현에 있어 창작자의 역량이 반영된다는 것이고 악기로 보자면 멜로트론 혹은 신시사이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리하여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이 콘셉트 형식을 취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앨범 <Days of Future Passed>는 주인공 에브리맨의 하루를 따라가는 형식을 취합니다. 하루의 시작, 새벽, 아침, 점심, 오후, 저녁, 밤 순으로 연주가 전개되며 오케스트레이션 선율로 클래식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밤에 해당하는 곡 "Nights in White Satin(하얀 새틴에 드리운 밤들)"이 절대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프로그레시브 록에 입문하는 분들이라면 이 앨범과 이 곡을 반드시 거쳐가게 됩니다. 콘셉트 형식이니까 모든 곡을 순서대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3집은 2집을 잇는 콘셉트 앨범으로 인간이 태어나서 소멸되기까지의 여정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2집의 커버 디자인이 아름다움을 자랑한다면 3집의 디자인은 직관적입니다. 싱글 "Ride My See-Saw"가 귀에 익숙한 곡입니다만 순서대로 감상함이 좋겠습니다. 4집은 2, 3집에 이은 콘셉트 앨범입니다. 제목과 앨범 커버 디자인이 상징하는 것은 1960년대 후반 미국의 상황(베트남 참전 반대, 히피 문화의 번성 등)을 모티브로 인류에게 새로운 의식이 생기는 꿈의 문턱을 가리킵니다. 핀더가 작곡한 "Have You Heard (Part 1)", "Have You Heard (Part 2)", 헤이워드의 "Never Comes the Day" 등을 확인하세요.
5집 To Our Children's Children's Children (우리의 후손들에게), 1969
6집 A Question of Balance (균형의 문제), 1970
7집 Every Good Boy Deserves Favour (착한 소년에게 은혜를), 1971
5집 작업은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 착륙을 하던 때에 진행되었습니다. 즉 이 콘셉트 앨범은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으며, 앨범 커버에서 알 수 있듯이 수 백년이 지나 인류의 후손들이 발견하게 될 무엇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것은 달 착륙이라는 인류의 진보 혹은 5집 앨범 자체를 가리킵니다. 수록곡은 우주선이 지구 궤도를 뚫고 비행하는 광경을 시작으로 달 탐험에 대한 여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6집은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그 의미를 찾는 형식을 취한 앨범입니다. 앨범 커버에는 아인슈타인 등 여러 인물들이 보입니다. 질문에 대한 의미를 궁리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첫 곡 "Question"은 헤이워드가 작곡하였고 앨범명에도 쓰인 단어입니다. 이 앨범이 국내에서 유명한 이유 중의 하나는 핀더가 작곡하고 부른 "Melancholy Man"이 있기 때문입니다. 7집은 6집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입니다. 전작 작업을 마친 후 4개월 뒤 착수하였습니다. 두 앨범 모두 콘셉트 형식을 보이나 농도는 희석되었습니다. 싱글 "The Story in Your Eyes"를 확인하세요.
8집 Seventh Sojourn (일곱 번째 체류), 1972
컴필레이션 This is the Moody Blues, 1974
10집 Long Distance Voyager (장거리 여행자), 1981
8집은 콘셉트 앨범을 탈피한 앨범입니다. 아티스트 필 트래버스가 앨범 슬리브 디자인에 참여한 마지막 작품으로 트래버스의 총 여섯 장의 커버 디자인(3~8집)은 무디 블루스의 음악 색깔에 기여하였습니다. 국내에 잘 알려진 "For My Lady"를 비롯하여 "I'm Just a Singer (In aRock and Roll Band)", "Isn't Life Strange" 등이 실려있습니다. 컴필레이션 앨범 <This is the Moody Blues>는 2~8집의 주요곡들을 포함합니다. 1972년 8집을 발표한 무디 블루스는 월드 투어를 마친 후 1974년 봄부터 휴지기에 돌입합니다. 이 컴필레이션은 그해 10월 발매되었습니다. 무디 블루스의 전성기 곡들을 대부분 수록하고 있어 정규 앨범을 일일이 찾기 힘들 경우 대안이 되겠습니다. 무디 블루스의 활동 시기를 크게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눈다면 이 앨범이 기준입니다. 3년간의 휴지기를 마친 무디 블루스는 1978년 9집 <Octave>를 발표하였습니다. 10집 <Long Distance Voyager>가 1981년 5월 발매됩니다. 1980년대 전후 유행한 신스팝 스타일의 작품으로 "Gemini Dream"이 국내 라디오를 많이 탔습니다. 이 앨범에는 원년 멤버 마이크 핀더의 후임으로 예스에서 활동한 스위스 출신 키보디스트 패트릭 모라즈가 참여하였습니다. 모라즈의 키보드와 신시사이저 연주는 무디 블루스의 후반기 작품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간이 된다면 모라즈의 솔로 혹은 콜라보 앨범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예스의 동료였던 드러머 빌 브루포드와의 듀오작을 참조하세요.
12집 The Other Side of Life (삶의 이면), 1989
컴필레이션 The Very Best of the Moody Blues, 1996
16집 December (12월), 2003
1983년 9월 11집 <The Present>가 발표된 지 2년 반이 지났습니다. 1986년 4월 12집 <The Other Side of Life>가 출시됩니다. 무디 블루스 후반기의 주요작으로 프로그레시브에서 신스팝으로 변신을 하였고 싱글 "Your Wildest Dreams"는 미국에서 대히트를 쳤고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1996년 컴필레이션 <The Very Best of the Moody Blues>이 발매됩니다. 여기에는 무디 블루스의 후반기 작품인 10~13집의 대표곡과 이전 주요곡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에 소개한 컴필레이션 <This is the Moody Blues>를 보완하는 앨범입니다. 2003년 10월 발표한 16집 <December>는 무디 블루스의 마지막 앨범입니다. 총 11곡 중 4곡만이 오리지널이며 크리스마스 곡들를 커버한 크리스마스 앨범입니다. 커버의 썰매 소년이 10집 커버의 소년과 흡사하군요.
2025년 현재 무디 블루스의 전성기를 이끈 마이크 핀더(키보드), 레이 토마스(플루트 및 보컬), 그레임 에지( 드럼)가 존재하지 않으며 저스틴 헤이워드(보컬 및 기타), 존 로지(베이스), 패트릭 모라즈(키보드) 등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울하지 않았던 이들의 멋진 음악 여정을 주요 앨범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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